봄을 부지런히 오가지 않으면 다음 계절이 어려운 들일이다.
아침뜨락 지느러미 길을 걷자면 왼편으로 메타세콰이어가 늘어섰고,
오른쪽으로 낮은 경사지. 아침뜨락을 나올 땐 그 언덕으로 길이 이어진다.
바로 그 언덕길 가로 단식수행 때 땅을 길게 패놓았다.
접시꽃 씨를 직파할 것이라.
지난여름 여수의 한 박물관 뜰에서 얻어온 씨앗이다.
씨방이 암모나이트 같이 생겼는데, 살살 부수면 얇게 썬 것같이 납작한 씨가 펼쳐진다.
직경 5mm쯤.
살살 뿌리고 얇게 흙을 펴서 덮어야할 것인데,
아무래도 바람에 날리려나 걱정이.
해서 살풋 눌러주었는데 아무래도 좀 깊게 들어가지 않았는가 싶기도.
한 개씩만 넣어도 되었겠으나 또 걱정이 들어 몇 개씩 같이 넣었다.
어찌 될란지.
물을 흠뻑 주었다. 벌써 해가 제법 올랐더라.
볕이 좋았다.
햇발동의 이불이며 요며 베갯잇이며 빨래부터 했다.
한 주 전 새로 빨아 썼지만
단식을 하며 몸에서 나온 독소며 냄새가 뱄을 것이다.
햇발동 앞은 해가 빛을 서둘러 거두니
볕이 오래 머무는 사이집 빨랫줄까지 가서 널었다.
몇 차례를 오갔네.
저녁에도 물을 주었다.
해가 서산을 넘기를 기다렸다가,
산 밑은 이미 그래도 아직 마을은 해가 남은,
아침뜨락에 들었다.
아직 자리를 다 잡지 못했을 능소화 뿌리와 흰줄장미에 물을 흠뻑 주는 것을 시작으로
튤립들에도(장하기도 한 그들이라),
그리고 모종으로 심은 비트에도 주었다.
바위들 곁에 심은 소나무 묘목 10그루도 적셔주고
(이들에겐 더는 물을 주지 않고 제 힘으로 살게 할 것),
마지막으로 아침에 뿌린 접시꽃밭에 물을 주고 나오다.
밥못 가 개나리와 아침뜨락 아래 묵정밭 가 개나리도 물 주어야는데.
내일 아침으로 미루다.
단식수행이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 여러 연락들이 있었다.
임용에 합격해서 신규발령을 받아 먼 섬에 가 있는 품앗이샘부터
건넛산 이웃이며 대학에서 사학을 가르치는 선배며.
안부이거나 들리겠다는 인사들이었다.
천천히들 오십사.
단식수행 뒤의 회복기에는 세 끼를 다 챙겨 먹을 참이다.
이유는, 당연히 회복을 위해서.
대체로 두 끼를 먹는 밥인데. 교육 일정이 있을 땐 세 끼를 먹지만.
아침에 야채죽을, 낮에는 양배추를 쪄서 소금 뿌려, 저녁에 다시 야채죽을 먹다.
낮밥 앞으로 딸기를, 뒤로는 요걸트를 더해 먹었다.
종일 소량을 자주 먹는 방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