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예보 있던 주말이었다.
어떻게 되었을까? 하늘 환하게 열린 아침이었다.
아이들은 이런 걸 물꼬 날씨의 매직이란다나.
물꼬의 작은 기적들이다.
햇발동 2층의 각자 잔 방에서 문을 열면 거실로 시선이 모인다.
각 방과 거실에 깔개를 깔고 해건지기.
대배 백배도 잊지 않는다.
청계의 핵심은 ‘견실하게 살아내는 법 익히기’ 뭐 그런 것 아니던가.
‘단단한 밥’을 먹으며 말이다.
누구를 향하건 무엇을 향하건 함께하는 기도는
온 마을의 기우제 같은 힘이 있는.
평화에 기여하는 시간.
아침뜨락을 걸었다. 한해 내내 움직여도 별 표도 안 나는 공간이다.
하지만 ‘가끔 오는 자신들은 달라진 게 보인다’는 건호.
‘터가 좋아 그런지 정성껏 관리해서 그런지, 늘 수행해서 그런지 기운이 좋고 편안하다’는 여원.
지느러미 길의 돌무데기 의자에 앉아 마을도 한참 굽어보았다.
이 아이들이 제법 커서 이제 이 뜨락을 즐긴다.
아침밥상을 물리고 설거지들을 했다.
이번 청계는 아이들이 별 없어서도 설거지는 부엌에서 알아 하마 한.
한 끼는 하다샘이 하고.
소수여도 할 건 다하지.
새끼일꾼으로 움직일 시간에 대해서 몇 가지를 짚고,
아이들이 갈무리글을 쓰는 동안 낮밥을 준비하다.
샐러드와 함께 식빵으로 몇 가지를 낸다.
토스트에 후렌치 토스트, 역전 토스트도 만들고,
모과차를 끓여냈다.
그 향처럼 마음 아주 좋았던 청계였더라.
흙집 뒤란 헐려 있던 벽을 채우고 황토몰탈로 마무리한 게 언제였더라,
그 바깥으로 보온덮개를 쳐야지 하고 있었다.
얼어서 얼마나 고생을 시키던 공간인가.
청계 아이들이 마을을 나가는 낮 버스를 타고 떠난 뒤에야
하얀샘도 들어오고 학교아저씨랑 막을 쳤다.
다시 그 위로 비닐을 씌웠네.
여간해선 얼지 않을 게다.
흙집 욕실 얼어 터진 수도가 몇 차례였더라니.
수돗물을 틀어두면 되지 하겠지만,
마을 전체 상수도에 문제가 생기는 일이 겨울에 꼭 한두 차례는 일어나고
바로 그때 그만 얼어버리는 거다.
물꼬메일로 유정샘 유진샘 소식이 들어와 있었다.
얼마나 흐른 시간인가.
품앗이샘들 자리가 듬성듬성했던 그때,
고3 새끼일꾼 끝자락 겨울계자에서 새끼일꾼이 아니라 품앗이샘으로 움직였던 그들이다.
어려운 시간에 얼마나 힘이었던가.
잊히지 않아 고맙다. 소식 닿아 기쁘다.
잊은 적 없는 이름자지, 잊을 수 없는.
자주 그리워하였네.
함께 어려운 고비를 넘어온 전우 같은 느낌이랄까.
내게 학생이었고 동료였고 동지였고 벗이었던 그대들, 안녕!
계자 전에 한 사흘 들어와 손을 보태고 가고 싶다는.
그때도 고마웠고 지금도 고마운. 또 내내 고마울.
아, 물꼬는 그렇게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불편을 메우며 굴러간다.
음... 상황을 좀 살펴보고 답을 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