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 부고(訃告): 장순이(2003-2017)

조회 수 792 추천 수 0 2017.12.28 13:55:38


‘2003년 시월 왔던 장순이가 여직 물꼬에 있다.

주인 잘못만나 똑똑한 놈 베렸다고 기락샘이 자주 들먹였다.

개 좋아하는 주인 만났으면 윤기가 자르르 했을 거라고.

우리 장순이가 얼마나 똑똑한지에 대해 입을 모아왔다,

그냥 학교를 구경 들어온 아이와 우리 학교 일정에 참여한 아이들을 희한하게 구분하는 것에서부터.

그 장순이가 요새는 정신이 오락가락하고, 집에서 잘 나오지도 않는다.

떠날 때가 가까웠구나, 마음의 준비를 하고 산다.

물꼬의 온 역사를 함께했던 그니이다.

(학교아저씨는 장순이보다 이틀 먼저 물꼬에 오셨더랬다. 허니 더욱 각별하실 것.

장순이 산책도 시키고, 밥을 주고, 잠자리를 봐주고, 때로는 장순이가 화풀이 대상이 되기도.)’

; 2015년 8월 15일 '물꼬에선 요새' 가운데서


우리 아이들이 사랑했던 진돗개 장순이가 세상을 버렸습니다.

태어난 지 5개월째 족보와 함께 옥샘의 고교 은사님 댁을 떠나와 물꼬에서 살아왔던 그입니다.

아이들이 여름 계자에서 지었던 흙집(지난해 11월 나무지붕을 새로 이어준)을 사랑채로 쓰며

집 한 칸 마련해주어야지, 그렇게 만든 ‘호텔 캘리포니아’에서 마지막을 살다 떠났습니다.

이적지 같이 살며 이 꼴 저 꼴 다 바라본 그의 세월에 대해

빚 같던 예우를 지킬 수 있게 해주고 간.

호텔 캘리포니아 뒤 그가 놀던 자리에 무덤을 마련하였습니다,

아이들도 와서 이승 안부 전하라고.


“무슨 소리지?”

전날 저녁 밥상 앞으로 여러 식구들이 모이고 있을 무렵,

산에서 낯선 짐승이라도 내려왔는가싶게 개들 짖는 사이로 커다란 울음이 있었습니다.

인사였던 게지요.


옥샘도 바르셀로나에 가 계신 내년 1년에

학교아저씨 혼자 달랑 있을 때 그가 떠나기라도 했다면 난자리가 얼마나 서글펐을지요.

호상(好喪)이었습니다.

그의 지기였던 학교아저씨도

지난해 6월 호텔 캘리포니아를 같이 지은 원석샘도

올 가을 머무는 식구로 들어와 있는 무산샘도

표나지 않고 소리나지 않게 큰 그늘을 드리워주는 점주샘도 있어 얼마나 다행하던지...

한 세상을 꽉꽉 채워 쓴 이 땅을 이제는 훌훌 떠나는 이의 죽음에

우리는 그 밤 꽃상여 태워 보내듯 잔치를 벌였습니다.


“안녕, 고마워, 잘 가!”

간 곳이 부디 아름다운 세상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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