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은 내가 살게

네 삶은 네가 살아

‘아이들은 그들의 생명력으로 힘차게 날아오른다’


글 : 옥영경

발행일 : 2019년 6월 27일

판형 : 신국판 150×210 | 무선제본 | 288 페이지

값 : 15,000원

ISBN 978-89-5827-122-2 (13590)

분류 | 자녀교육, 자녀교육일반, 좋은부모되기, 가정살림, 육아/교육

한울림 www.inbumo.com

서울시 영등포구 당산로54길 11 래미안당산1차아파트 상가 3층



2018년을 바르셀로나에서 보냈다. 지중해의 볕 좋고 바람 좋은 날씨 이야기면 좋으련,

그 먼 데서도 끊이지 않는 시험유출 소식을 들었다.

서울 강북 자사고 학생들이 교무실에 몰래 들어가 기말고사 문제를 촬영했고,

서울 강남 한 여고에서 교무부장이 지속적으로 시험문제를 유출해 쌍둥이자녀에게 주었고,

광주에서 고교 행정실장이 기말고사 전 과목을 빼내 학교운영위원장 학부모에게 넘겼으며,

목포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사의 컴퓨터에서 시험 문제를 빼냈다.

부산 특목고에서 학생들이 교사연구실에 가 시험문제를 촬영하고 답안 조작도 시도했다.

왜 우리 아이들은 우리 아버지는 우리 행정실장은 우리 원장은 그래야 했던 것일까.

모두 내신 때문이었고, 그 정점에 입시가 자리하고 있었다.

환한 청소년기의 얼굴들이,

아름다운 시절을 살고 싶었을 우리는 어쩌다가...


2016년 9월, 12학년(고3)이 된 아들이 수시지원을 위해 자소서를 쓰고 있었다.

나는 떡을 썰게 너는 글을 쓰라던 한석봉의 어미처럼

나도 아이 곁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애면글면 하는 부모 뿐 아니라 5천만이 다 한 마디씩 할 것 같은 벅적거리는 교육에

나 역시 수험생 부모가 된 게 자격이라면 자격이었다 할까.

별로 잘난 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분노사회라 일컬어지는 대로 아무나 잡고 화풀이를 할 일도 아니고

무참한 일들을 끊임없이 만드는 교육현장에 할 말이 있었던 거다.

30년 물꼬에서 아이들을 만났고,

18년 한 아이의 엄마였던 그 시간을 업고 말이다.

잘 가르쳐서 명문대를 갔다거나(그땐 합격소식이 있기 전이라 더욱) 하는 그런 거 말고

뭘 가르치지 말자거나 덜 가르치자,

나아가 우리 어른들이 잘 사는 것이야말로 정말 중요하더라는 그런 이야기.

하지만 스무 꼭지 정도를 계획했던 글쓰기는,

한 유명 출판사 편집장이 제목까지 제안해 주었지만

일 많은 산골살이에 묻혀버리고 말았다.


2018년 늦은 봄, 바르셀로나에서 나는 묵혔던 글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두어 달 그렇게 만진 글을 두어 곳에 보냈다. 무응답이었다.

열흘이 지났다.

음, 이제 여러 곳으로 보내야겠군, 그러면서 앞서 보냈던 곳에 다시 보내기도 했다.

다른 메일 주소로.

메일이 열리지 않았던지, 혹 모르지 않은가, 메일 주소가 달랐다거나 할 수도 있으니.

모든 일은 동시에 온다. 크고 작은 출판사 여덟 군데에서 연락이 왔다.

그런데, 곧바로, 처음 보냈던 곳에서도 연락이 온 것이다.

내가 먼저 보낸 메일이 그들이 잘 열지 않는 메일이었던 것.

이거 운명이다 싶었다. 앞뒤 잴 것 없이 나는 그 출판사로 결정한다.

뒤가 돌아봐지는 출판사가 없는 건 아니었다.

국내 매출 1,2위를 다투는 출판사의 자매 출판사,

또, 교육서에서 만큼은 1위로 치는 출판사는 버리기 아까운 카드였다.

큰 출판사를 놓은 것보다 더 아까운 것은

내실 있는 교육전문출판사를 놓는 일이었다.

나는 운명에 더 구미가 당겼다. 자주 하는 생각인데, 사람은 결코 합리적이지 않다.


내 글이 미문이거나 구미가 그리 당기지만은 않는다는 걸 인정해야 했다.

아이들이 대학을 안다녀도 충분히 교양을 쌓도록

인문학적 편지를 보내거나 책을 썼다는 부모가, 내가 될 순 없었다.

도대체 그 인문학적 소양이 내게 있으냐 말이다.

상황을 말하고 철학적 명제로 바로 점핑하는데,

나는 그저 산마을에서 무식하게 몸이나 움직일 줄 아는 사람에 불과했다.

바닥까지 내려가서 쓰라는데, 마음을 다해서 쓰라는데, 질문을 남기는 글을 쓰라는데,

호흡을 조절하면서 친절한 글쓰기를 하라는데, 나는 산골에 홀로 너무 오래 살았다.

성긴 부분 더 촘촘히 채우고 과감하게 솎을 건 솎으라는데,

글도 너무 오래 안 썼다.

한 때 글로 먹고 살아라 응원하고 격려해주던 이들도 있던 까마득한 옛날이 있기도 했으나

내게 그저 멧골 일상을 살아내는 일이 시였고 소설이었고 에세이였다.

그렇다면 마케팅에 의존해야지 않겠는가.

마케팅계에서 내가 결정한 출판사 대표의 명성을 들었던 터다.

숨기지 않았다, 이름 내자고 쓴 책이 아니라 팔자고 내려는 책이었다.

그렇게 바르셀로나와 서울 간 메일이 오가는 가운데

살인더위를 지나 가을이 왔고 겨울이 왔다.


출판을 위해 타협이 필요했다.

나는 더 반제도적이고 더 무정부주의적인 인간이었고

직업 없이도 살아갈 수 있다거나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거나 네 멋대로 하라고

속내를 다 보일 수 없었다.

애들 못 살게 굴지 말고 너와 나, 우리 어른들이나 잘 살자로 적정선을 잡았다.

아니었더라면

애들 못 살게 만든 세상이나 바꾸는 혁명사업에 동참하자는 선언문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심지어 국보법 위반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출판사와 두 차례의 교정이 오갔다.


해가 바뀌었다, 2019년.

겨울에 내리라던 책이 꼴을 갖추지 못하고 해를 맞았고,

나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 사이 출판사로서도 나도 마음의 변화가 있었다.

무엇 때문에 그리 되었는가 말하는 것이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이겠는가.

속내의 계산은 모르겠으나 일은 그리 흘렀다.

출판사를 바꾸기로 했다.

먼젓번의 출판사도 동의해주었다.

내 책을 내자고 여덟 군데로부터 왔던 출판사 가운데

한 곳에 다시 메일을 보냈다.

번복해서 죄송하지만 내 책을 낼 수 있겠냐고,

같이 일하던 출판사와 의견차가 많아서 일을 접기로 했다고.

기다릴 것도 없이 당일 바로 메일도 아닌 전화가 왔다. 내잔다!

대전역에서 한울림 편집진과 만나 <내 삶은...>에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그 여덟 출판사 가운데 또 다른 한 곳에서

이번 책을 낼 수 없다면 다른 원고로라도 내 책을 내자는 곳이 생겨

한 주를 사이에 두고 같은 요일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또 다른 책 출간의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그것은 올 12월께 나오지 싶다.)


<내 삶은 내가 살게...>가 어떤 과정을 거치며 나오게 되었는가를 이어 쓰고 있다.

그러니까 이 짧지 않은 글은, 계속될 이 글은,

결국 책을 사주면 좋겠다는 결론일 것인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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