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154 계자 부모님들께-4판

조회 수 1996 추천 수 0 2013.01.02 22:31:50

 

 

여느 해보다 혹독한 추위,

눈도 두툼하여 마치 이글루 안에서 지내기라도 하는 것 같은 여러 날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즐거움 지수는 더 높지 않을지요.

대해리의 겨울에 간단한 일이란 없습니다,

알래스카의 겨울이 그러하듯.

그러나 기꺼이 마음을 내고 모인 어른들이

아이들과 빈틈없이 모든 시간을 함께 하며 온기가 될 것입니다.

 

1. 연락:

아이들은 물꼬를 들어오면서부터 전화기를 치우고

나가는 날 버스에서 돌려받습니다.

이곳에서 가는 연락은 없을 것이며

(무소식이 희소식. 오히려 연락을 두려워하시길.)

혹 물꼬로 연락하실 일이 생기신다면

자동응답기에 말씀을 남겨주시거나

홈페이지, 혹은 메일을 통해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날 안으로는 답이 갈 것입니다.

전화 곁에는 따로 사람이 없으며,

그건 모두가 아이들 곁에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지내는 동안 짬짬이 그 풍경을 홈페이지에서 글로 전하며

사진은 모든 일정이 끝난 뒤 사나흘 안에 올리게 될 것입니다.

 

2. 꾸릴 가방에:

자기 물컵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밤에 안고 잘, 뜨거운 물을 넣을 물주머니(병원에서도 흔히 쓰는 고무 물주머니)가 있다면

아주 요긴하겠습니다.

흔히 겨울산에서 묵을 때 등산용 물통에 뜨거운 물을 넣고 자기도 하지요. 

요새는 붙이는 핫팩이니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핫팩이니 

보온을 위한 여러가지 제품들도 나와있습디다.

등산용이며 군용까지 등장하더군요.

그것들도 추운 날씨를 퍽 헤쳐나가게 합니다. 

복도에서 싸숩게 신을 실내화 혹은 덧버선이나 털신을 챙겨주시고

무릎담요도 있으면 유용하겠습니다.

수면양말도 있으니 좋더군요.

양말은 두 개씩 신을 것인데,

첫날 안에 신었던 것을 이튿날 바깥으로 신으면 되니

전체 날 수보다 하나 많으면 되겠지요.

비닐바지 혹은 스키복 같은 방수바지는 꼭 있어야 합니다.

다른 해보다 빨래를 덜하지 싶습니다, 말리기가 쉽지 않을 듯하여.

그렇다고 너무 많이 보낼 것은 아닙니다.

도시가 아니니 

속옷은 넉넉하되 겉옷은 입은 옷 빼고 두세 벌이면 되겠습니다.

저희 마음 같아서는 한 벌이면 족하겠네요.

아, 내복도 입은 옷 빼고 한 벌이면 되지 않겠는지.

왜냐하면 가는 날 집에 가서 샤워하고 갈아입으면 될 것이니.

하여 돌아가는 날은 좀 꾀죄죄하게 가겠습니다. 

또 아, 계자 통신문에서 준비물 다시 점검하는 것도 잊지 않으시길.


3. 신발:

겨울산에도 들어갑니다.

험하지도 않고 그리 깊지도 않은 곳으로 갈 것이나

방수가 되는 신발이라면 더 좋겠지요.

하기야 올 겨울의 눈은 

산 아래 마을에서도 목이 긴 털신을 신고 다니게 하네요.

 

4. 영동역에서:

아이들을 맞으러 서넛의 어른만 나갈 것입니다.

이번엔 플랫폼이 아니라 ‘맞이방’에서 만나야할 듯.

날이 너무 차니.

많은 인원이 아니어 맞이방에서도 가능할 거라 내다봅니다,

미리 들어와 있는 아이도 있으니.

현재 25인승 버스를 보낼 생각이고,

돌아가는 차는 45인승입니다,

가는 날은 모든 아이들과 대부분의 교사가 다 같이 나가니.

아이들이 모일 때 굳이 줄을 서고 하지 않습니다.

그게 혹여 어수선하게 보일 수도 있을 것인데,

그게 물꼬식의 질서(?)이기도 하답니다.

그런 속에서도 빠뜨리는 아이가 없도록

교사의 모든 눈동자는 열심히 돌 것입니다.

혹, 워낙 순순한 선생들이어 어리버리 보일지도.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총명할 것입니다요, 하하.

 

5. 다쳤을 때: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나

사람 일을 모르니...

이럴 때 멀리 있는 보호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아이는 여기 있는데, 걱정만 많을 수 있지요.

하여 바로 연락드리지 않겠습니다.

아이랑 의논하겠지만

다 수습이 되고도 따로 연락을 드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병원이랑 긴밀하게 연락망이 되어 있고

아이들 오기 전엔 119에도 미리 연락을 취하기까지 해두지요.

지내는 동안 웬만한 치료는 이곳에서 할 것이고,

찢어져서 꿰매는 일은 병원으로 갈 것입니다,

아주 깊은 상처 아니어도 그게 더 안전할 수 있다고 판단될 때.

“일반으로 할까요, 좀 비싸도 흉터가 안 남는 걸로 할까요?”

수년 전 아이 하나가 다쳐 병원을 갔을 때 받은 질문입니다.

당연히 부모가 선택하는 방법을 물꼬도 택할 것입니다,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부모 마음이 어떠할까를 헤아리며.

순간순간 또한 이 아이의 부모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하며

그리 아이들과 보낼 것입니다.

 

잘 준비하고 있겠습니다.

아이들 섬기는 일에 결코 게으르지 않겠습니다.

물속에서도 눈을 뜨고 있는 물고기처럼

늘 깨어 아이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영동역에서 뵙지요.

새해입니다.

더한 기쁨과 한걸음 더 평화로 다가가는 한해 되시옵기.

 

2013년 1월 2일 물날

자유학교 물꼬 엎드림

 

* 이전의 계자처럼 아이들 오기 전에 일일이 전화드리지 못할 듯합니다.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면 메일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하신다면 일하기가 더 수월하겠습니다.

  교무실 전화(043.743.4833)에 음성을 남기실 땐 반드시 '154 계자 누구네'라고 밝혀주시고,

  손전화(010.7544.4833)에 문자를 남기실 땐 '154 계자 누구'도 꼭 붙여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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