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 계자에 아이를 보내는 부모님들께.

 

 

저녁답에 각 가정마다 일일이 전화를 드릴 것이나

더러더러 오는 전화도 있고 멀리서 걱정 많으시겠길래

서둘러 몇 자 드립니다.

 

비 많았지요.

젊은 목숨들을 속절없이 보냈다는 소식이 이 산골까지 닿기도 하였습니다.

‘무식한 울 어머니’,

하늘이 하는 일을 뭐라 그러면 안 된다시데요.

그럼요, 그럼요.

문제는, 우리들에게 일어났던 일련의 재앙들이

많은 경우 사람이 한 일 때문이라는 사실입니다.

자연과 사람의 관계에 대해 깊이 성찰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음에

깊이 감사하는 시간들입니다.

사람이 참 그렇습니다.

자주 교만해지기 쉬운 존재여

이렇게 한 번씩 반성할 일이 있는 게지요.

 

여기 대해리,

그 많은 눈, 비, 바람들을 둘러찬 산들 덕에 용케 잘 피하며 살았습니다.

이번의 빗속 난리통에도 거개가 짱짱한 하늘이었지요.

물꼬가 이곳에 자리 잡은 96년 가을 이후로

눈사태도 산사태도 물난리도 태풍도 큰 피해 없이 그리 지났습니다.

물론 여태 그런 일이 없다고 앞으로 없으란 법은 없을 겝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지낼 학교는 마을 한가운데 있고

산으로부터도 조금 거리가 있지요.

계곡으로 들어가는 건 날씨와 상황을 봐 가며 잘 조절을 할 것이구요.

 

아침에 처음 이곳에 아이를 보내는 분이 물으셨습니다,

비가 오면 바깥활동을 못 하니 안에서 할 것들을 준비하시겠지요, 하고.

예, 비가 오면 오는 대로 저희는 뭔가를 할 것입니다.

물꼬가 이번이 몇 번째 계자인가요?

네, 백마흔다섯 번째입니다.

그렇다면 그간 저희가 몇 번의 계자를 했을까요?

네, 맞습니다. 백마흔네 번을 했지요.

그 경험이 여기 고스란히 축적되어 있답니다.

 

티벳 선인들의 말씀으로 끝인사를 대신합니다.

“해결 못할 문제라면 걱정이 없고.

 해결할 문제라면 걱정을 말라.”

 

하늘처럼 아이들 섬길 것을 처음처럼 다짐합니다.

청안하소서.

 

2011년 7월 29일 아침,

옥영경 절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후원] 논두렁에 콩 심는 사람들 [13] 관리자 2009-06-27 30778
공지 긴 글 · 1 - 책 <내 삶은 내가 살게 네 삶은 네가 살아>(한울림, 2019) file 물꼬 2019-10-01 14268
공지 [긴 글] 책 <모든 사람의 인생에는 저마다의 안나푸르나가 있다>(옥영경/도서출판 공명, 2020) file 물꼬 2020-06-01 12348
공지 [펌] 산 속 교사, 히말라야 산군 가장 높은 곳을 오르다 image 물꼬 2020-06-08 11808
공지 [8.12] 신간 <다시 학교를 읽다>(한울림, 2021) 물꼬 2021-07-31 11682
공지 2020학년도부터 활동한 사진은... 물꼬 2022-04-13 11372
공지 물꼬 머물기(물꼬 stay)’와 ‘집중수행’을 가릅니다 물꼬 2022-04-14 11485
공지 2022 세종도서(옛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도서) 선정-<다시 학교를 읽다>(옥영경 / 한울림, 2021) 물꼬 2022-09-30 10302
공지 [12.27] 신간 《납작하지 않은 세상, 자유롭거나 불편하거나》 (한울림, 2022) 물꼬 2022-12-30 8552
공지 2024학년도 한해살이;학사일정 (2024.3 ~ 2025.2) 물꼬 2024-02-12 769
339 주말에야 글과 사진 올라갑니다. 물꼬 2011-08-26 1881
338 147 계자 아이들 들어오고 이틀째 물꼬 2011-08-15 2120
337 146 계자 날씨가 궁금하다시길래 물꼬 2011-08-10 2141
336 146 계자를 시작하고 첫 밤을 보냈습니다. 물꼬 2011-08-08 2115
335 계자 전 드리는 확인전화 물꼬 2011-08-05 2001
334 145 계자 아이들 무사히 들어왔습니다 물꼬 2011-08-01 2227
» 145 계자에 아이를 보내는 부모님들께 물꼬 2011-07-29 2249
332 2011 여름, 새끼일꾼 선발 과정 [1] 물꼬 2011-07-24 2416
331 146 번째 계자 마감! 물꼬 2011-07-20 1986
330 2011 여름 청소년계자 마감 물꼬 2011-07-08 2148
329 145 번째 계자 마감, 그리고 물꼬 2011-07-05 2234
328 계자 내용을 수정하실 때는 메일이나 전화를... 물꼬 2011-07-03 2513
327 2011 여름, 계절 자유학교 file [2] 물꼬 2011-06-27 3276
326 2011 여름 계자에 함께 할 '자원봉사자'들을 기다립니다! file 물꼬 2011-06-27 2151
325 2011 여름 계자에서 밥바라지를 해주실 분들을 기다립니다! file 물꼬 2011-06-27 1896
324 2011 여름, 청소년 계절자유학교(7/23-24) file 물꼬 2011-06-27 2219
323 2011년 6월 빈들모임은 쉬어갑니다! 물꼬 2011-06-23 1919
322 6월 단식수행(6/6~6/12) [1] 물꼬 2011-05-13 2170
321 2011년 5월 빈들모임(5/27~29) file [1] 물꼬 2011-04-24 2149
320 2011년 봄 몽당계자(144계자/4.22~24) file [1] 물꼬 2011-04-04 2204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