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꼬에서 학교 안내하던 날

조회 수 3325 추천 수 0 2003.12.02 02:37:00
물꼬에서 학교 안내하던 날

기록 김희정

(11월 23일 해날 1시부터 5시 좀 넘어까지 서른 가정의 어른 50여명과 아이들 서른 여명, 품앗이일꾼 열일곱 명이 함께 했습니다.)
얼마 전부터 시작된 부엌, 식당, 도서관 공사가 이어지고 있어 어수선한 학교에 11시가 좀 못 되어부터 손님들이 찾아들기 시작했습니다. 여섯 살 하다가 주차안내를 맡아 차를 안내합니다. 워낙은 어른들만 오는 행사지만 부모님들이 오는데 아이들을 다 떨어뜨리고야 오실 수 있었겠는지요.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어른들은 학교 이곳저곳을 돌아보시고. 12시가 좀 넘어 점심을 먹었습니다. 한 방에 모여서 큰 접시에 반찬과 밥을 담고 국그릇 하나씩 들고 군데군데 짝을 지어 시장기를 달래고 숭늉도 한 그릇씩 마셔보구요. 추운 날씨라지만 한낮 운동장 햇살은 더없이 따사로와 나른하기까지 합니다.
1시 즈음 음식과 설거지할 그릇을 치우고 어른들과 아이들이 모두 방으로 들어 왔습니다.
학교 땅그림으로 학교 곳곳을 돌아보구요, 아이들은 운동장으로 품앗이 일꾼들과 놀러나가고 어른들은 물꼬의 역사와 생각을 담은 학교 안내자료를 꼼꼼이 읽어내려갑니다.

방안을 가득 메운 어른들 수가, 물꼬 품앗이 일꾼들이 자리에 없는데도 오십여명이나 됩니다. 영동에서 신청한 다섯 가정, 부산 포항 대구, 대전, 서울과 인천, 고양과 용인 등 경기도와 강원도 춘천과 경북 문경에서까지 정말 전국에서 서른 가정이 모였습니다. 교사가 되고 싶어 남원과 대구에서 오신 분도 계십니다. 한집에 입학할 아이가 둘셋 있는 집도 있으니 내년에 입학하고 싶은 아이는 줄잡아 40명이 넘습니다. 신문이나 다른 매체로는 전혀 알리지 않아 홈페이지와 그간의 기다림으로 오신 분들이 이렇게 많아 모두들 많이 놀랐습니다.
서울 부산에서 세시간이 넘어 걸리는 대해리 자유학교까지 승용차로 기차로 버스로 참말 먼길을 오셨습니다. 한편에서는 더 많은 이들이 올 수 있게 하자고 서울이나 영동읍에서 설명회를 하자는 부모님들 의견이 있었지만 좀 적은 사람들이 모이더라도 꼭 우리 학교에서 안내하는 날을 갖자 했습니다. 그저 관심이 있다거나 이곳저곳 기웃거리기 좋아하는 이들은 빼고 정말 아이를 물꼬에 보내기로 마음먹은 부모님과 공동체 식구가 되고 싶은 사람들만 이 먼길을 마다않고 찾아오실테니까요. 그렇게 찾아오신 귀한 이들과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교장샘이 먼저 "간단하게 학교 안내를 하고 부모님들이 궁금해하시는 것을 중심으로 얘기를 나누면 좋겠네요. 어떤 질문에 대해서는 이 자리에 있는 다른 어른들이 대답을 해줄 수도 있겠습니다" 하시면서 얘기를 시작하셨습니다. 이렇게 얘기를 꺼내고 나니 지난 10여년의 시간과 우리 아이들, 함께 했던 어른들을 떠올리며 정말 자유학교를 여는구나 잠시 마음이 벅찼습니다. 함께 자리한 학부모들도 오랫동안 물꼬를 만났던 이들이 많았지요. 아이들을 보내거나 아님 논두렁(후원회), 품앗이 일꾼으로 함께 하며 오래오래 물꼬를 지켜보아 오신 분들도 그 감회를 함께 느끼고 있었습니다.

무상교육

학교를 안내하는 첫 번째 내용은 바로 학비, 그러니까 학교 운영 재정에 대해섭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학교를 가장 잘 설명해줄 수 있는 부분중의 하나일테니까요.
"교육관이 달라서라면 모를까 돈이 없어서 자유학교에 오지 못하는 아이는 없게 하자"는 게 재정에 대한 물꼬의 생각임을 밝히신 교장샘은 자유학교 물꼬의 정말 오랜 꿈을 선언하셨습니다. 교장샘은 그간의 고민이나 의미의 무게에 비해 오히려 담담히 '무상'임을 말씀하셨지만 순간 그 말을 듣던 많은 이들은 잠시 술렁였습니다. 부모님들은 예상밖이라는, 품앗이와 논두렁, 두레일꾼들은 감동과 감회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습니다. 물론 걱정스러운 얼굴도 스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우리나라에서 대안교육, 대안학교라는 곳들의 수업료가 달마다 적게는 30여만원에서 많게는 60여만원까지 거기다 입학금에 출자금까지 보통가정에서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합니다. 보낼 아이가 둘이나 셋이 되는 가정도 있으니 학부모로서는 가장 궁금하고 걱정하던 부분이었겠습니다.
그럼 당장 어떻게 학교를 꾸려갈 건지 궁금해들 합니다. 어떤 단체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크지요. 물꼬는 교사의 월급이 없습니다. 다만 공동체에서 달마다 10만원의 용돈을 줍니다. 자원봉사로 참여하는 교사는 자기 먹을 것과 자는 값을 도리어 내고 있습니다.
그간 학교를 세우려고 모아오던 논두렁(후원회)회비를 학교를 여는 때부터 학교 살림으로 돌리고(그동안 한푼도 쓰지 않고 모아오던 논두렁회비는 학교를 열기 위해 곳곳을 고치고 새로 만드는데 쓰고 있습니다.) 공동체 살림은 그밖에 수입과 계절학교를 열어 얻게 되는 수입으로 꾸려갑니다. 그리고 학교 터를 마련하기 위한 새로운 후원제도가 생깁니다. 그러니까 아이들이 학교에서 공부하고 먹고 지내는데 필요한 돈은 모두 무상입니다. 다만 아이들의 의료비와 옷을 사는데 필요한 돈만 부모들이 맡으면 됩니다. 아, 그리고 학부모들은 한달에 열여섯 시간, 이틀을 학교에 와서 필요한 일을 해야 합니다. 자연에서 교재와 교구를 얻고, 혹 필요한 것이 있으면 부모님들과 교사가 만들어 씁니다. 그리고 교장샘과 많은 이들이 살아내온 물꼬의 삶을 통해 그렇게도 살 수 있다는 것을 고스란히 증명하고 있으니 나중에는 오히려 모두가 그 사실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듯 보입니다.
그렇게 살림을 꾸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학부모들의 마음입니다. 무상이라는 부분을 선언하는 것보다 교장샘의 설명은 이부분에 더 무게를 두고 애써서 시간을 들입니다. "부모들이 후원회비를 내는 경우나, 혹 필요한 일이 생겨 부모들이 돈을 내야 할 때에 적게 내는 사람이 마음이 불편하다거나 많이 낸다고 해서 적게 내는 사람보다 억울하다 생각한다면 자유학교에서 함께 할 수 없다."라고 단호하게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학부모 교육을 통해서 이런 함께 하는 마음의 훈련을 할거라 덧붙입니다.
그동안 물꼬는 10여년을 방과후 공부와 계절학교로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그러면서 늘 돈을 낼 수 있는 아이들과 그렇지 못한 아이들이 함께 있었습니다. 계절학교에서는 아이들이 내는 참가비에 돈을 낼 수 없는 고아원이나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재정이 포함되어 있었고 방과후 공부에서도 고아원 공부가 빠지지 않았습니다. 2004년 자유학교 물꼬가 문을 열면서 무상교육으로 시작하는 데는 아이들과 함께 했던 그간의 경험에서 얻은 원칙을 굳건히 하는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자본의 논리로 지금 자유학교 물꼬의 공동체 삶을 설명할 수 없는 것처럼 무상이라는 원칙도 자본의 논리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물꼬가 왜 무상으로 학교를 열려고 하는 지를 이해하면 물꼬를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배고픈 사람은 먹어야 하고, 아프면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 아이들은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집니다. 모든 아이들이 무상으로 말입니다. 돈이 적고 많음이 우리 아이들이 누릴 수 있는 교육의 권리를 박탈하거나 선택의 폭을 제한 할 수 없습니다. 정말 내 아이를 먹이고 키우는 부모의 심정으로 공동체 물꼬는 공동체 안의 학교를 재정적으로나 그밖의 모든 것으로 지원합니다. 앞으로 일년간 그렇게 살아본다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앞으로 그 원칙이 흔들리는 일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운영재정에 대한 안내와 부모님들의 몇가지 질문이 있은 후에는 학부모들이 궁금해 하는 것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습니다. 아이들은 모두 기숙을 해야 하느냐, 살 집은 준비되어 있느냐, 아이들은 어떤 움직임으로 지내게 되나, 모집하는 아이들이 너무 적어 오고싶은 아이들이 다 못오면 어쩌나, 초등학교 고학년은 입학이 불가능한 것인가, 어린 아이들이 부모와 떨어져 사는 것에 대한 문제는 없는가... 여러 가지 질문들이 쏟아집니다.

아이들과 함께 사는 문제

자유학교에 오고싶어 하는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전국에서 모이다보니 아이들이 어떻게 살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나옵니다. 부모님들 중에는 아이를 위해서 아예 귀농을 하시겠다거나 부부가 떨어져 엄마나 아빠만이라도 영동에 내려오겠다는 쉽지 않은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제껏 익숙해진 삶터를 옮긴다는 정말 쉽지 않은 생각을 하시는 대단한 부모님들이십니다. 아마도 자기 삶에 대한 깊은 반성과 고민이 있기에 가능한 결정이겠습니다.
물꼬에서는 모든 아이들이 교사와 함께 사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영동에 사는 아이나, 멀리서 왔지만 부모가 함께 내려오는 경우라 할 지라도 일정기간은 아이들이 부모가 아닌 교사와 함께 살아야합니다. 물론 학부모면담이나 들살이를 통해서 부모가 먼저 단순하게는 텔레비젼이나 컴퓨터 게임을 전혀 하지 않을 수 있다면, 생활방식을 온전히 물꼬가 생각하는대로 실천할 수 있다면 부모와 함께 사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겠다는 정도의 이야기가 오고갑니다.
살집은 내년에 집을 지을 계획이고 예산은 이미 마련되어 있지만 이곳에서 적당한 땅을 구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만약 개교 때까지 집을 짓지 못하면 근처 마을에 서울사람이 새로 지어놓은 큰 집을 빌리기로 했습니다. 그 집을 빌려 한 학기나 일년을 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랬더니 부천에서 온 혜린이네와 승진이네, 서울에서 오신 오미란님 가족은 당장에 내려와 살집이 있느냐고 묻습니다. 우리 교장샘, 그리 급하게 서두르거나 직접 알아보려 하지 말라고 당부하십니다. 영동 학산에 귀농해 아이들 키우며 사시는 이혜경님 가족도 귀농해 산다는 게 만만한 일이 아님을 일러주십니다. 잘 생각해야 한다구요. 맞는 말입니다. 먹
고사는 문제뿐만이 아니라도 지금의 농촌은 우리 추억 속의 그곳이 이미 아니기 때문입니다. 귀농이나 부모가 내려와 사는 것이 아직 공동체 식구가 되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학교와 함께 의논하자 의견을 모았습니다.

아이들 선발과 교육내용, 그리고 교사

내년에 모집하는 아이들이 너무 적다는 부모님들의 걱정이 큽니다. 입학할 아이들을 뽑는 기준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도 있습니다. 일곱 살부터 3년까지 스무 명의 아이를 최대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미 물꼬 안에 여섯 살 하다와 4학년 구영이, 5학년 구슬이 이렇게 셋이 같이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물꼬는 스무 명이 채 안되더라도 정말 함께 할 수 있는 아이가 다섯이나 열 명만 되어도 학교를 시작할 수 있다 합니다. 오기로 마음을 정한 부모님들은 너무 적은 게 아니냐, 오고싶어 하는 아이들이 더 많을 텐데, 그렇게 되면 못오게 되는 아이들이 많아질거라 합니다.
거기에 대한 교장샘의 답은 "서울대 교육은 서울대 들어간 아이들만, 영동의 교육은 영동 아이들만 받을 수 있듯 이미 교육은 그 자체로 지역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우리집 가정교육은 우리 아이들만 받는 게 아닌가. 교육은 어쩔 수 없이 지역성을 띠게 되며 자유학교 물꼬가 원하는 모든 아이들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 이라시며 이제 자유학교에 입학할 아이들은 이 지역이 고향이 되고 이 지역의 어른들에게서 배우고 여기에서 나누며 살게 될 계획을 말씀합니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20명을 크게 넘지 않는 범위에서 학교를 꾸리게 됩니다.
또한 공동체 물꼬의 교사 말고도 이미 영어원어민 교수와 자동차정비사, 민요, 의료와 건강, 집짓기, 옷짓기 따위를 가르쳐주실 자원교사는 영동군내에서 확보되었고, 다른 분야도 가까운 곳에서 교사를 구하고 있는 중입니다.

교사의 얘기에서 자연스럽게 앞으로 자유학교에서 어떤 공부를 어떻게 할 건가로 옮아갔습니다. 우선 2004년 한해동안에는 오전과 오후로 나누어 이른 아침은 명상, 요가, 전통무예를 통한 영성훈련과 몸살리기, 오전에는 7차교육과정에 따른 학과공부와 예술을 통합교과로 새롭게 구성해 아이들과 공부하고 오후에는 일과 예술의 형태가 함께 통합 또는 분리되어 구성된 시간을 꾸리게 됩니다.
아이들의 하루를 그려보면 아침에 집에서 나와 학교에 오면 명상과 몸다루기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나서는 연극으로 시로, 산책을 하면서 수학과 과학과 국어의 기초교과목 외에도 모든 교과목을 아울러 공부하게 됩니다. 주위에 널려있는 열매로 나누기를 익히고 우리 몸의 움직임으로 도형을 배웁니다. 외국어와 예술도 같이 말이지요. 함께 점심을 먹고서는 우리 먹을 거리를 유기농을 기르는 밭과 논에서 할만큼의 일을 하거나 집을 짓거나 악기를 익히거나 그림을 그기리도 합니다. 해질녘이 되면 집으로 돌아가지요. 교사와 함께 사는 집으로. 특별히 학습수준의 차이 때문에 모둠을 나누는 때를 빼고는 7살모둠과 초등학교 통합모둠으로 나눠 공부하게 됩니다. 아, 일곱 살 모둠은 한글이나 셈 따위의 학습을 전혀 하지 않습니다.
또 하나 특수교육에 대한 물꼬의 입장을 밝히시는 교장샘은 일반적으로 다른 곳에서 하듯 특수교육을 정원에서 장애아와 비장애아의 비율의 문제로 접근할 수 없다는 물꼬의 생각을 강조합니다. 그래서 물꼬에서는 신체장애인을 위한 시설의 문제(물꼬가 돈을 벌어야하는 유일한 까닭일지도 모르겠습니다.)뿐 아니라 외국어의 한 분야로 수화와 점자를 장애인과 함께 살기위해 모두 공부합니다.
이렇게 교육내용에 대한 큰 틀의 구상을 들으면서 어른들은 굉장한 집중력으로 생각을 나누고 물꼬의 생각에 대한 신뢰와 지지를 보내주십니다. 아직 가지 않은 길이라 혹여 미심쩍을 수도 있을 터인데 정말이지 진지함과 지지로 얘기를 듣고 있는 학부모님들을 보면서 말씀을 하고 계신 옥선생님이나 다른 두레일꾼, 품앗이 일꾼들이 힘을 얻습니다. 교장샘의 말씀에서도 그간 물꼬가 살아온 세월의 경험에서 쌓인 확신으로 흔들림 없는 모습입니다. 자신감이지요.

지난 가는 얘기로 어떻게 아이들을 뽑을 거냐는 물음에 부천에서 온 승진이 아버님이 농담을 하십니다. 물꼬에 잘 보이면 된다는 군요. 한바탕 같이 웃었습니다.
아이들을 뽑는 방식을 어떻게 할 거냐, 쉬운 물음은 아니지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물꼬와 함께 살 수 있느냐에 초점이 맞춰집니다. 특히 부모님의 가치관과 아이들을 키우는 생각, 아이들에 향한 부모의 기대, 또 어른들 스스로가 가진 삶의 자세 말입니다. 바로 물꼬가 가고자 하는 공동체와 학교의 모습을 이해하고 지지하고 또한 자신의 삶을 그렇게 살아낼 자신이 있느냐가 관건이겠지요. 아마도 입학원서를 쓰면서 면담을 하면서, 뚜렷하게 나타나겠습니다.

아이들 풍경

특별한 이야기 순서를 정하지 않았는데도 필요한 얘기가 하나씩 둘씩 챙겨지고 묻고 답하는 사이에 시간이 훌쩍 지나 세시를 넘기고 있었습니다. 잠시 쉬자 하고 맑은 바람도 쐐고 마당에서 품앗이 일꾼들과 뛰어놀던 아이들 얼굴도 봅니다.
부엌에서는 품앗이 일꾼들이 겨우내 먹을 김장을 하고 있고, 점심 설거지도 끝냈습니다. 아이들은 학교에 있는 일곱 마리의 강아지와 뛰어놀거나 삽과 호미를 가져다 운동장 한켠에 웅덩이를 파더니 물을 길어다 부어 댐을 만들고 있습니다. 남자 아이들은 어른들과 축구를 합니다. 피워놓은 장작불 옆에서 감자와 고구마를 구워먹는 아이들도 있구요. 다들 초겨울 따스한 햇살을 한껏 누립니다.

서로 묻고 답하면서 길을 찾아가는 자리

잠시 쉬는 동안 숨도 고르고 새로 궁금해진 것들을 정리해 한자리에 모여앉았습니다.
뒷 시간에는 가장 많은 어른들이 궁금해하는 게 너무 어린 아이들을 부모와 떨어뜨려 놓는것에 대한 얘기입니다. 궁금하다기 보다는 걱정되는 부분이겠지요. 이곳 저곳에서 질문과 의견들이 나옵니다. 이런 중에 교장샘이 영동 학산에 사시는 이혜경님께서 적절한 대답을 해주실거라시며 의견을 물어보십니다.
이혜경님은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살아야만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부모가 아닌 다른 어른들, 아이들의 관계에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얘기를 꺼내십니다. 지금 살고 있는 마을에서 아이가 배가 고프면 다른 집 어른 누군가가 때를 챙겨주기도 하고 옷이 더러우면 갈아입혀 주기도 하더라시며 아이는 부모의 손에서 다 크는게 아니라십니다. 마치 미리 준비한 답처럼 또렷하게 얘기해주십니다. "저는 물꼬랑 결코 관계가 없는 사람입니다." 아, 이혜경님은 물꼬와 처음 만나는 분입니다.
또 한 편에서는 부모님들 서로 내어놓는 의견들 속에서 아이가 부모와 떨어져 사는 것이 교육적으로 적당한지 그렇지 않은지는 학부모 스스로가 물꼬의 원칙에 따를지 말지 결정할 문제라는데 뜻을 모아나갑니다. 바로 신뢰의 문제라는 것이지요. 도저히 아이를 멀리 떨어뜨릴 수 없다고 생각하면 못보내는 거구요, 물꼬에 사는 다른 어른들을 믿는다면 보낼 수 있는 거구요.
또 하나 서울에서 온 오미란님께서 학교의 교육내용이나 운영에 있어 학부모의 합의로 변경할 수 있느냐고 물으셨습니다. 많은 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는 교사와 학부모간의 갈등에 대한 걱정과 해결방법에 대한 질문이지요. 이에 대한 교장샘의 대답은 "충분히 의견의 수용이 가능하다. 이것을 교사와 학부모간의 힘의 문제라고 보지 않는다. 다만 몇가지 원칙을 뺀 다른 부분에서는 교사가 학부모를 설득하고 학부모가 교사를 설득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단 원칙적인 면은 부모가 수용하는 것, 아니라면 아이를 못 보내는 것이 아니겠느냐."

이런저런 의견들 끝에 교장샘의 한마디가 모두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습니다. 늘 아이들 만나는 자리에서 어른들과 나누는 이야기 중 하나입니다.
"정말 용기가 필요합니다. 어떤 용기냐 하면 정말 아이를 중심에 놓을 수 있는가하는 용기말입니다. 정말 아이들이 중심에 있습니까? 어른들의 걱정이나 기대나 생각이 아니라 아이들이 행복하고 진정 우리 아이들을 위한 일이 무엇인가 하는..."
열띤 논쟁(?) 끝에 또 한번 모두들 고개를 끄덕입니다. 정말 다시 생각해봐야할 일입니다. 어른들 자신이 가진 걱정과 의무감과 아이들과 함께 살고싶은 마음이 아니라 우리 아이가 행복하고 아이에게 필요하다면 그 모든 것을 포기 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겠습니다.


사람들 이야기

시간이 예정된 네 시를 넘어서면서 필요한 얘기들이 얼추 되었다 싶을 때 자리에 모인 어른들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늘 모임에 대한 느낌과 다른 이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서로 필요하다 싶은 부분에서 도움을 구할 수 있을테니까요.
대전에 살면서 큰아이와 둘째아이를 대안고등학교에 보낸다시며 이번에는 조카를 자유학교에 보내고 싶다하시는 활달하신 태양이 고모.
용인에서 오신 강영숙님가족(아버지는 고등학교 교사)은 아이가 부모와 떨어져 사는 문제에대한 걱정과 함께 부모의 삶과 자유학교의 삶이 얼마나 일치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신다구요.
실상사 종무소 수습으로 일하다 교사로 일하고 싶어 오신 김정현님.
물꼬를 7년째 만나고 있는 품앗이 이자 논두렁인 아리샘(초등특수교사)은 특수교육에 대한 물꼬의 생각이야 오랫동안 아이들 만나면서 말해왔으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무상교육을 말할 때 다시 한번 가슴이 벅차오더랍니다.
영동 학산에 귀농해서 살고 있다는 이혜경님 부부, 품앗이일꾼 이자 학부모인 권용인님과 권용인님의 소개로 늦게 도착하신 문경의 양난영님 부부. 문경서 오신 분들은 아이 셋의 교육을 위해 아버지는 서울에 남고 어머니와 아이들이 문경으로 귀농해 살고 있다합니다. 늦게 알아서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아이들과 잘 의논해 볼 생각이라십니다.
품앗이 일꾼 승희샘과 그 어머님. 승희샘을 통해 알게된 물꼬에 어머님도 교사로, 또는 공동체 식구로 함께 살고 싶어 먼길 오셨네요.
포항에서 오신 정미혜님은 공동체라는 말도 낯설다 시며 정말 열심히 들으시더이다.
지난해 계절학교를 다녀간 부산의 박수은, 지민이 어머님은 구체적으로 아이들을 보낼 준비를 하고 계시면서 이제 4학년이 되는 큰 아이가 입학할 수 있는 지 궁금해하셨습니다.
공식적으로 3학년까지 모집하지만 교육과정 준비는 초등학교 전학년을 함께 준비하기 때문에 어느정도 융통성이 있다는 말에 기뻐하셨지요. 지난 일년을 준비했다시면 온길에 당장 면담해 달라는 부모님도 계십니다.
두레일꾼 신상범 샘의 가족들도 부산에서 올라오셨습니다. 상범샘은 삼촌은 아예 이사를 오셨는데요, 함께 사시면서 학교 구석구석 살펴주시기도 하시고 나무며 꽃도 가꿔주실겁니다.
춘천에서 오신 채은이네 가족은 오랜 논두렁이시면서 아이들이 계절학교를 여러번 다녀갔지요. 3학년 1학년 여섯 살, 이렇게 삼남매가 입학하고 싶어 합니다. 오시면서 텐트며, 손전등, 코팅기계, 전화기, 시계까지 집에서 쓰지 않는 물건들을 한차나 싣고 오셨네요.
품앗이 일꾼이자 옥샘의 제자인 김재은 샘은 햇수로 8년이나 물꼬와의 인연을 지키고 있습니다. 자기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곳이 바로 물꼬랍니다.
품앗이 일꾼인 안상숙샘(초등교사) 역시 7년의 긴 연을 통해 대학에서 배운 것보다 물꼬에서 아이들 만나며 배운 것이 더 많다 하네요. 물꼬의 아이들 역시 상숙샘같이 품성좋은 샘을 만나 행복했던 시간이었다는 걸 기억할 터입니다.
도형이 엄마의 소개로 물꼬를 알게 되어 아이들이 계절학교를 다녀가고서 물꼬를 너무 좋아하게 되었다는 진만이 어머님는 삼남매를 자유학교에 보내고 싶답니다. 그 옆에 도형이 어머님과 아버님, 큰아이 정우 때문에 물꼬를 찾게 되었지만 이제는 도형이를 자유학교에 보내고 싶다고 찾아오셨답니다.
대구에서는 원교 가족과, 아이들을 계절학교에 보냈는데 더 잘 알고 싶어 오셨다는 지영이 소영이네 가족.
아이들이 부모와 떨어져 사는 걸 못내 걱정하시던 오미란님 가족.
가까이 영동 황간에 사는 정근이네 가족은 사고로 장애를 가진 아이가 일반 학교에서 겪는 상처를 때문에 힘들어하다 아이가 이 세상에서 한 구성원으로 살게 하고 싶어 자유학교를 찾아오셨다구요.
아이들을 자유학교에 보내는 것 만큼 어른들의 귀농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 부천의 혜린이 가족과 승진이네 가족. 승진이 아버님은 대해리에서 슈퍼마켓(이것은 얘기중에 나온 농담)을, 혜린이 아버님은 아이들과 축구를 잘 할 수 있다십니다.
아, 일산에서 오신 혜진이네 가족도 있네요.

얘기가 길어져서 먼저 돌아가신 분들, 하루 먼저와 김장을 하다 돌아간 품앗이 일꾼들, 김장을 이어받아 하던 품앗이들, 잠지 자리를 비운 이, 운동장에서 아이들과 놀고 있던 샘들과 동네를 둘러보시던 학부모들 얘기는 미쳐 못들었습니다.
주욱 돌아가면서 어떻게 물꼬를 알게 되고 어떤 마음으로 찾아오셨는지, 다 듣고 나서 어떤 맘인지 천천히 들어봅니다. 함께 했던 대부분의 어른들이 아이를 자유학교 보내고 싶은 마음을 솔직하게 얘기합니다. 이미 다 준비가 되어있을 줄 알았다시며 처음 학교에 들어설 때 어수선한 모습에 좀 실망했다, 그렇지만 당장에라도 학교를 열 수 있다는 교장샘의 확신에 찬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더라고 말씀하시는 부모님들도 계십니다.
1시에 시작한 모임은 다섯시가 좀 넘어서야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도 못다한 얘기들이 왜 없겠는지요. 주춤주춤 서둘러 출발하지 못하고 모두들 서성입니다. 그리고 부모님들에게 숙제처럼 남겨진 입학원서를 써서 면담하러 오실 때 더 자세한 얘기 하자 했습니다.
그렇게 짧지 않은 시간을 얘기했다고 해서 모든 궁금함과 걱정이 해결될 수 없을 겁니다. 다만, 물꼬가 꿈꾸고 십년이 넘는 세월을 준비해온 그 학교의 모습을 잠시나마 살펴보았다는 것, 그리고 그 꿈에 아이들의 미래를 맡겨도 좋다는 믿음만으로도 모두들 마음 뿌듯합니다.

오랜 시간 물꼬와 함께 했던 품앗이 일꾼들은 물꼬로서는 참으로 역사적인 날, 안에서 같이 얘기 듣지 못하고 밖에서 김장과 설거지를 했지만 이날을 같이 준비할 수 있어 고맙다 합니다. 또 초등교사인 황연샘은 이른 아침에 전화를 해서 역사적인 날, 참석하지 못해 죄송하다 하더이다.
신청을 하고도 일이 생겨 참석하지 못해 안타까워하던 대여섯 가정은 입학원서를 들고 찾아와 만나기로 했습니다.

이미 날이 어둑해져 가야할 먼길 때문에 걸음을 옮기면서도 다들 다시 한번 학교를 눈에 담는 아이들과 어른들 모습에서 이미 우리 학교라는 굳은 믿음이 보입니다. 겉으로보기에 아무것도 그럴 듯한 걸 갖지 못한 작고 볼품없는 이곳에 물꼬가 실천하고 있는 삶의 방식과 가치, 오로지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다는 믿음만으로 아이를 보내고자 하시는 부모님들... 참으로 대단하신 분들입니다. 더 좋은 여건에서 부모님이 원하는 대로 아이들 가르칠 수 있는 방법이 왜 없겠습니까. 도시 근처에도 많은 대안학교들이 생기고 있기도 하구요. 하지만 무엇이 이들을 이 멀고 불편한 이곳까지도 마다 않고 달려오게 만드는 지 다시 생각합니다.
승용차로 버스로 찾아오셨다 돌아가시는 뒤에서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여기에서 같이 살아갈 날을 생각하면서 말이지요.

뒷이야기

학부모님과 아이들이 모두 돌아가고 나서 품앗이 일꾼들은 김장을 계속했습니다. 그리곤 밤 아홉시가 넘어서 서울로 돌아갔습니다. 참 추운 저녁이었는데 전날 밤부터 내려와 준비하고 김장까지 정말 고생 많이 했습니다. 물꼬가 자유학교를 준비하던 10여년 동안 이렇게 먼길, 어려운 일 마다 않고 손발 보태주는 품앗이 일꾼들이 있어 흔들리지 않고 이 길을 지켜올 수 있었습니다. 길게는 10여년을, 짧게는 삼사년을 함께 했던 이들이 바로 물꼬의 또 하나의 힘이겠지요. 물꼬에서 자라 이제는 중고등학생이 되어 아이들 돕는 일꾼이 되어 오는 우리 새끼일꾼들처럼.
문경에 귀농해서 아이들과 같이 지낸다는 양난영님께서 뭐라도 물꼬를 위해서 하고 싶으시다 하시며 농약도 안치고 농사지은 현미쌀을 80㎏이나 보내주셨습니다.
안내하는 날, 마지막까지 아이가 부모와 떨어져 살아야한다는 것을 못내 불안해하시면서 입학원서 내는 것을 망설이던 유일한 가정이었던 오미란님이 다음날 이른 아침 전화 주셨습니다. 설명회를 마치고 돌아가면서 또 여러 번을 생각해 보셨다구요. 아무래도 물꼬를 믿고 아이를 보내는 것이 좋겠다하십니다. 아버지가 가까이 와서 살 수 있는 집을 구해달라는 부탁이시네요. 또 한 번 고마운 일입니다.
포항의 정미혜님도 연락주셨네요. 아이 아버님이 처음 학교모습 보고 너무 실망해서 차에서 내리지도 않으셨다구요. 근데 학교 안내하시는 교장샘이 아이들과 사는데 그리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더라 지금 당장이라도 학교를 열 수 있겠다던 말씀에 마음을 바꿨다구요. 입학원서 열심히 써서 찾아오시겠답니다.
안내하는 날보다 한발 늦게 나온 중앙일보 기사를 보고 옥천과 영동에서 좀 늦게 연락들이 왔습니다. 아무래도 2004학년도엔 함께 하기 어렵겠다 했습니다. 학교 안내하는 날에 참석했던 부모님과 아이들로만 소박하게 시작해보려 합니다. 미리 신청하고 일이 생겨 못 오신 분에게는 배려가 있어야겠지만요.
이틀 후엔가 편지가 한 통 왔습니다. 강원도 어느 공동체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어머니와 아이들 둘. 긴 글을 통해 아이들을 자유학교에 보내고 싶고 어머니도 공동체 식구는 아니더라도 근처에서 살고 싶다는 간절한 편지입니다. 만나기 전에 편지를 먼저 드려야 겠다라고요.

이제 자유학교에 올 아이들과 학부모, 교사가 될 어른들을 만나고 서로의 생각과 꿈과 삶의 방법을 확인하는 아주 중요한 시간들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처음으로 자유학교의 모습을 열어 보이는 학교 안내하는 날의 설레임과 벅찼던 순간만큼이나 귀한 시간들이겠지요. 단순히 들어오고 못 들어 오고의 문제가 아닌 원서를 내는 학부모, 아이들이나 그들을 만나게 될 자유학교의 교사들이나 모두에게 진지하게 자기를 돌아볼 시간이 주어진 것이지요.
잘 준비하고 애써서 만나겠습니다. 교장샘의 마지막 말씀처럼, 진정 아이들을 중심에 두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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