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꼬를 찾아오시는 분들께

조회 수 3558 추천 수 0 2003.09.20 00:23:00
물꼬를 찾아오시는 분들께.

참으로 작은 일에 관심 가져 주신 모든 분들께 고마운 마음부터 전합니다.
오시려는 분들이 따로 어떤 자격이 있어야하는 것은 아닙니다.
언제든 오실 수야 있지만, 3주일 전에 미리 전화를 넣으셔야 합니다.

물꼬에서는 자고 먹는 값을 따로 받지 않습니다.
다만 오시는 분들은 물꼬 사람들처럼 움직여야 합니다.
일할 때 입을 옷이랑 신발, 그리고 편하게 드나들 신발이 있으면 좋겠지요.
말할 것도 없이 일한 값을 따로 내어드리지도 않습니다.

물꼬에서는 아침 6시에 일어납니다.
몸을 풀고 다루며 고요하게 바라보기로 한 시간쯤 보낸 뒤
7시에 아침을 먹고 집안 일을 하거나 자기 공양을 9시까지 합니다.
일을 시작하기 십 여분 전
같은 일을 맡은 이들끼리 어떻게 그 일을 할지 생각을 나누고
또 필요한 도구들을 찾아두어 제 시간에 일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합니다.
12시까지 일을 한 뒤 점심을 먹고
2시까지 쉬거나 자거나 산책을 하거나 책을 읽다가
다시 5시까지 반나절 일을 합니다.
7시 저녁을 먹기 전에
만 일곱 살 아이들까지는 먼저 저녁밥을 먹고 잘 준비를 하고
식구들끼리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아이들 책 보따리에 필요한 일을 챙기기도 합니다.
7시,
먼저 잠자리에 든 아이들을 위해
미리 밥을 먹고 아이들 곁에 있는 한 사람을 빼고는
모두가 모여 저녁밥을 먹습니다.
상을 물리고 나면 잠시 자리를 정리하고
한데모임을 시작합니다.
노래도 부르고 시도 읽고 서로 알릴 일도 나누고 내일 일을 계획합니다.
두레일꾼에게는 책상 앞에서 해야할 일들이 쌓여있기 마련이지만
다른 이들한테는 이 시간 다음이 자유롭습니다.
끼리끼리 밤마실을 떠나기도 하고 책을 읽거나 일찍 잠자리에 들기도 하며
더러 못다한 일을 하기도 하겠지요.

흙날은 사정이 좀 다릅니다.
12시까지는 다른 날과 같지만
나머지 시간은 자기 돌보기를 합니다.
자기 내용을 위해 공을 들이는 시간이겠습니다.
해날은 일어나는 시간부터가 느립니다, 8시.
9시 30분에는
우주에 깔린 위대한 힘에 대해 생각해보는 경건의 시간이 한시간쯤 있습니다.
흔히 종교에서 말하는 예배시간에 견주면 이해가 될까요.
모든 종교를 아우르는 자리 정도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나머지시간은 모두 나들이를 가거나 놀이를 하거나 쉰답니다.
그래서 저녁밥은 혹 밖에서 먹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시간틀을 잡아두어도
시골일 학교일이라는 것이 앞이 없고 뒤가 없으며
시작이 없고 끝이 없습니다.
그래서 밤을 넘어나기 일쑤구요.
워낙에 손발이 모자라는 곳이라
행여 사람들이 들어오는 흙날 해날에는
웬만하면 다른 일을 젖혀두고 함께 힘을 쓸 수 있는 일을 마련해
평일처럼 하루를 꾸린답니다.
그러나 또한,
찾아오는 이들을 위한 배려도 있는 물꼬입니다.
몸을 회복하러 오신 이는 단식일정을 진행할 수도 있고
마음을 치유하고 가실 수도 있으며
너무나 잠이 필요한 이는 잠을 채우고 갈 수도 있습니다.

오셔요,
빈 손으로 오셔서 물꼬의 여름을 가을을 겨울을 그리고 봄을 채우고 가시기를,
남아도는 열정과 넘치는 흥겨움,
그리고 날마다의 삶 속에서 포기가 어떻게 다시 얻음으로 돌아오는지
그 빛나는 삶의 한가운데로 함께 걸어들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36.09.01.달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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