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에서 돌아왔습니다

조회 수 1627 추천 수 0 2019.02.02 21:37:56


여여들 하시리라 합니다.

설 아래서 하는 귀환 보고라 할까요.

2018년 1월 1일 인천발 바르셀로나행 비행기에 올라

얼마 전 돌아왔습니다.


2018년의 지독했던 여름과 겨울을 들었습니다.

제가 피해갔던 게 혹독한 날씨였던가 고마웠습니다.

시베리아 벌 같은 대해리로 들어서는 겨울 걸음이 살얼음 위인 양 하였더니

수월한 기온이었습니다.

이 역시 살아라, 살아라는 뜻인가 감사했습니다.


주욱샘 윤실샘 아리샘 희중샘 휘령샘 무산샘 장순샘 민수샘 무범샘 종경샘,

누구보다 학교아저씨인 ‘젊은 할아버지’ 영철샘,

못다 부른 이름자들일 품앗이샘들과 아이들,

물꼬를 지켜주신 손발들에 깊이 허리 숙입니다.

충북 도교육감 김병우 선생님이며 논두렁 주훈샘이며 여러 다녀가신 걸음들에도.

그 무엇보다 논두렁을 어이 지나칠까요!


박미선(김무겸, 김무량), 최영미(이해인 이정인), 윤희중(태평양마트), 하창완(하수민, 하지윤), 문저온(보리한의원), 신금용, 강성군, 

윤기수, 고규보, 연은슬(공연규, 공은규, 공슬규), 손수일(그린건축), 강휘령, 황연, 김아리, 박윤실(김영진, 김현준), 박상숙(김미희), 

김수현(성남보육원), 박현정(최형찬), 옥영호(방주석, 옥지혜), 송유설(안미루, 안소울, 안소윤, 안소미), 성시정(하얀쉼터), 이상찬(이진현, 이관우)

; (2018년 12월 현재 논두렁/ 혹 누락이 있다면 용서해주시고, 알려주시옵기...)


오직 물꼬의 연들이 저를 살리고

(한 목숨 살리셨으니 그만큼 빛난 생이 또 어디 있을라구요),

또한 아무리 먼 곳에 있을지라도 그예 저를 번번이 한국으로 돌아오게 합니다.


오니 젊은 벗들과 어르신들의 연락이 기다리고 있었고,

마을 젊은(시골의 젊은이란 예순 나이라는!) 엄마들도 안부를 물어주었습니다.

잊히지 않아 고맙습니다.


일은 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하며 한 해가 흘러갔습니다.

오래 앓으면서 지내는 곳에서의 살림이 궁핍하긴 하였으나

불편할지언정 존재를 위협받지는 않았습니다.

한국에서 건너와 준 벗이 살림을 살아주기도 하고,

곁에서 식구가 돌봐주기도 하였지요.

기대고 살 사람이 있어 기뻤습니다.

자신이 누구를 보호하기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었음을 반성도 하며 지냈더랍니다.

교육 프로젝트에 합류하는 애초의 계획은 틀어졌지만

글을 쓰거나 길을 안내하거나 영어를 가르치거나 하는 자잘한 일들로 

멀리서 작으나마 물꼬 살림도 보탰더라지요.

눈이 급속도로 나빠져 글을 겨우 읽고 지냈지만

책 두 권(자녀교육서와 트레킹기)도 탈고하였습니다.

지난주 나무날과 오늘 대전역에서 출간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돌아왔군요.

(자녀교육서는 출판사가 바뀌면서 지난 연말 내겠다던 계획이 바뀌었습니다)


2월 '어른의 학교'에서부터 뵙겠습니다.

물꼬에 들리고자 하시는 다른 분들은 꽃 피는 봄날에 뵙기를 바라며,

단, 물꼬의 논두렁과 품앗이일꾼과 새끼일꾼, 그리고 아이들은

그 전이어도 미리 연락(mulggo2004@hanmail.net)만 닿는다면 오실 수 있겠습니다.


새해가 되면 그 해에 방향타로 삼을 어절이나 문장을 수첩 들머리에 적어둡니다.

올해는 ‘오늘은 죽기 좋은 날!’이라 썼습니다.

오늘은 죽기 좋은 날, 그러하니 살기도 좋은 날!

생이 처음이었듯 죽음도 우리에게 처음,

해왔던 자리에서 삶을 마감할 밖에요,

그러니 순간을 열심히 살 밖에요.

부디 바라옵건대 같이 잘 사는 또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거듭 고맙고 또한 고맙습니다.


2019년 1월 31일 나무날

큰바다마을(大海里)에서 옥영경 절



[후원(논두렁) 농협 053-01-243806 자유학교 물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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