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나나나’ 꼭지에 있던 글을 옮깁니다.

 

 

이 가을을 어디서 어이 맞고 계실지요...

 

물꼬가 인사를 해야 할 데가 어디 서너 곳이기만 하겠는지요.

먼저, 논두렁으로(논두렁에 콩 심으시는 분) 불리는 후원회원님들

손발 보태는 품앗이일꾼들

어른들 못잖은 든든함으로 물꼬를 꾸려가는 새끼일꾼들,

여러 이웃들,

그밖에도 사정이 여의치 않아 그저 안타까워하며 간절히 마음 보태주시는 분들...

 

그 누구보다 오늘은 한 번도 인사말을 쓴 적이 없는

물꼬의 아름다운 밥바라지 샘들께 안부를 여쭙습니다.

그립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말을 안 하면 모르지요.

‘이심전심’ ‘염화미소’라는 말이

외려 진정한 소통을 방해하는 현상을 낳기도 안 하던가요.

알려니 하다가 알고 보니 모르는 일일 때가 좀([조옴]) 많더이까.

마음을 전하기 위해 말이 절실히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바로, 지금, 오늘 그러했습니다.

가까운 계자로부터 짚어도

선정샘 인교샘 지은샘 경희샘 무범샘 준호샘 미선샘 성희샘 지희샘

정석샘 충근샘 정애샘 정익샘 종대샘 광연샘 경남샘 희순샘 ...

얼마나 많은 이름자들이 이어지는지.

 

밥이 하늘이라던 김지하의 시가 아니어도

밥을 먹는 것은 하늘을 먹는 거라던 해월 최시형 선생 아니어도

나락 한 알에 우주가 들어있다던 무위당 장일순 선생 아니어도

밥은 하늘입니다!

 

그 밥을 역시 하늘같은 아이들을 위해 내놓으려 합니다.

여름(* 겨울도) 계절자유학교에서 밥바라지를 해주실 분들을 기다립니다.

요리를 꼭 잘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지는 않습니다.

여름 계곡에서 지치도록 논 아이들에게야

무엇이나 다 맛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내가 잘 쓰이기를 바라는 마음’이면 충분하겠습니다.

 

계자가 다가오면 그리 밥바라지 샘들을 소리쳐 불렀지요.

돈 한 푼을 쌀 한 톨을 약속한 바가 없으나

좋은 곳에 손 보탠다는 그 마음 하나로 화답하며 달려오셨더랬습니다.

이미 아실 테지만 계자를 꾸리는 절대적인 힘은 바로 당신들께 있었다마다요.

깊이 고마웠던 시간들,

시간이 지나도 바래지기는커녕 더 선명해지는 감사함,

고맙다는 말씀 꼭꼭 눌러 보내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여느 해보다 일찍 떨어져 내리는 나뭇잎을 보며

이르고 혹독하리라 짐작하는 이 겨울 앞에서

어깨 겯고 함께 땀 흘렸던 그대들에 대한 추억이 하루 하루를 밀고 가게 합니다,

이 모진 산골 겨울 속으로

그 모진 여름 폭염 속으로 물꼬에 무엇이 있어 당신들이 여기 이르셨던가 하며.

거듭 고맙습니다.

열심히 살겠습니다.

착하게 살겠습니다.

아이들, 하늘처럼 섬기겠습니다.

 

건강하시옵기,

나누신 것들이 천지로 이르는 햇살처럼 풍성하게 당신께로 되닿길,

좋은 연 오래 이어지길 간절히 바랍니다.

 

2012년 11월 12일 달날

자유학교 물꼬 엎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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