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복 선생의 글 가운데 같이 징역살이를 한 노인 목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가 집을 그리는 순서에서 받은 충격을 잊을 수가 없다고,

먼저 주춧돌을 그린 다음 기둥, 도리, 들보, 서까래, 지붕의 순서로 그리더라고.

흔히 우리가 지붕부터 그리는 것과 달리

그가 집을 그리는 차례는 집을 짓는 순서였다지요.

일하는 사람의 그림이었던 겁니다.

아무리 작은 실개천도 이윽고 강을 만나고 드디어 바다를 만나는 진리,

그것이 주춧돌부터 집을 그리는 사람들의 견고한 믿음이라 하셨던 걸로 기억합니다.

‘자유와 낭만은 관계의 건설 공간’이란 말도 거기서 읽었지 싶습니다.


달골 ‘아침뜨樂’ 아래 부속건물을 하나 짓고 있습니다.

1층 15평 다락 5평, 20평 목조주택입니다.

임금노동자 한 사람을 팀장으로 하여 집짓기교육생 한 명,

나머지는 모두 자원봉사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전문영역, 예를 들면 굴삭기 믹서트럭 펌프카 비계 일들은

그 분야 사람들이 와서 하고 있지만.

멀리서 마음을 보탠다며 먹을 거리를 보내들 주기도 하셨습니다.

삶터를 떠나와 손발 보태기 쉽지 않을 것이라

주로 주말에 집중적으로 일(아침 8시~낮 5시)을 하고 있습니다.

밥 때는 아침 7시, 낮 12시, 저녁 6시 30분,

그리고 상오 10시, 하오 3시 30분 곁두리를 먹습니다.


집 짓는 과정에 보탤 손발을 모십니다.

함께 집을 지어보지요!

목공 미장 용접 전기 설비(보일러) 같은 기술을 가진 이면 더욱 좋겠지만

전체를 관장하는 안내자가 있으니

그저 밥 하는 일, 정리하는 일, 나무 옮기는 일, 불 피우는 일(이제 차가운 산마을이니),

흥을 돋우려 노래라도 부르는, 그 무어나 보탬일 것입니다.


아시겠지만 물꼬에서는 시간표에 있는 시간만이 공부 시간이 아니지요.

들어서는 순간부터 나가는 순간까지, 우리 삶 어느 순간이 그렇지 않을까만,

모든 것이 공부입니다.

학교에서와 같은 시간표(도대체 왜 꼭 그리 움직여야 하지요?)가 아니라 '흘러가는 대로'

함께 숨 쉬고 움직이면서 우리 깊이 배워갈 것입니다.

실수가 왜 없겠고 문제가 왜 없을라구요.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나아가는가가 중요할 것.

사실 많은 문제는 정작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자신이 못 견디는 경우가 허다하잖던가요.

문제, 그것이 정말 문제라면,  머리 맞대고 해결하면 될 것입니다.


기다리겠습니다.

어디라도 그러할 것이나 빛나는 가을이 마음에도 눈부시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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