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 계자 갈무리글 / 김수연

조회 수 2685 추천 수 0 2020.02.25 08:19:35


165계자 겨울 안에 든 봄날 평가글 - 김수연

2020.1.11.-2020.1.17.

 

옥샘! 안녕하세요. 계자를 마치고 몸은 잘 쉬셨나요? 계자 내내 잠을 거의 못 주무셨다는 것을 알아 걱정입니다. 벌써 물꼬에서 돌아온 지 이 주가 되어가고 있네요. 시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저희들 사이에서는 물꼬 얘기가 한창입니다. 사진을 보며 웃음 짓고, 물꼬 홈페이지에 들락날락거리면서 언제쯤 물꼬에선 요새가 올라올지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금 제 앞에 있는 도은이도 한 아이가 준 머리 핀을 하고 있고 열린교실 때 아이가 만들어준 팔찌를 하고 있네요ㅎㅎ

저는 계자를 아마 2017년도 겨울을 끝으로 못 왔던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하는 것이고 품앗이로는 처음이라 고향 가는 그리움, 새로운 사람들을 맞는 설렘, 걱정들이 한 데 모여 미리모임부터 기분이 싱숭생숭했습니다. 사실 어린 아이들과 노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고,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 지에도 어려움이 많았던 저였기에 그들이 주를 이뤘던 이번 계자는 하나의 배움터였습니다. 아이들과 더 많이 마주하고 얘기하고, 각각에게 주의를 기울이자는 것이 제 목표였습니다. 첫 날부터 먼저 다가가서 관심을 갖고 말을 거니까 그만큼 아이들도 저에게 다가오더라구요. 샘은 어떻게 샘이 됐어요?, , 저 그림 잘 그렸죠?, 샘 저랑 같이 밖에 나가요! 등의 말소리들이 생생합니다. 학생일 때, 그리고 새끼일꾼 때와 또 다른 느낌의 아이들이었어요. 옆에서 조잘조잘 말하고, 장난치는 아이들이 그렇게 해맑고 예뻐 보였습니다. 아이들이 다가와서 팔짱끼고 손잡고, 그렇게 같이 얘기하다보니 저도 아이들 사이에서 아이들처럼 웃고 있더라구요. 괜히 티없이 맑은 아이들이라고 하는 게 아닌가봅니다! 밝은 에너지를 많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아이들이 많이 활기찼던 만큼 아팠던 아이들도 많아서 계속 마음이 쓰였습니다. 특히 수현이와 형원이. 남자방에서 놀고 있었는데 옆방에서 달려온 아이들이 소식을 전해줬었습니다. 가보니 처음에 형원이가 울고 있었고 뒤이어 수현이가 눈물을 훔쳤습니다. 엄마도 보고싶고, 멀리 떨어져있는 와중에 아프니 둘 다 많이 서러웠나봅니다. 그 마음을 누구나 다 느껴봤기에 저도 더 아이들이 안타까워서 수현이와 형원이 다 잠들 때까지 등 토닥토닥하면서 있었습니다. 아이들을 달래는 법을 조금 더 배워야겠어요. 우는 아이들만 보면 안아주는 것 말고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옥샘이 샘들 하루재기 때, 아이들마다 우는 이유가 있고, 달래는 방법이 있다고 말씀하셨던 것이 기억납니다. 그 얘기 듣고 속으로 많이 놀랐습니다. 어떻게 그걸 알 수 있을까....아이들을 많이 대해보고, 관심을 갖고, 보는 눈을 넓히다보면 저도 조금은 능숙해지겠죠??

예전에는 그저 새끼일꾼이었기에, 열린교실이든 보글보글이든 물꼬에서 하는 활동은 품앗이 샘들을 따라갔으면 됐는데, 이번에는 현진이와 건호와 함께 하다보니 제가 준비를 주도적으로 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새끼일꾼에게도, 아이들에게도 활동을 어떻게 할 것인지, 역할은 어떻게 나눌 것인지 알려주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제가 능숙한 활동이었다면 일을 착착 진행했을텐데, 염색도 요리도 처음이나 다름없다보니 많이 서툴렀습니다. 이제야 알게 된 새끼일꾼과 다른 품앗이의 느낌이었달까요...? 활동의 전반적인 과정, 그 전체를 보는 눈이 저에게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특히 만두를 만들 때, 이미 중반부터 기분이 조금씩 상하다보니 더욱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까지 제 기분을 드러낸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합니다. 두 번째 보글보글이 힘들었던만큼 저 자신에 대해서도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이번 계자에서는 한 번도 샘들 하루재기 시간이나 마지막 날 갈무리 시간에 일의 흐름에 대해 얘기가 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항상 한 번쯤은 샘들에게 전해졌던 얘기였는데 이번에는 별탈없이 부드럽게 넘어간 것 같습니다. 여러 번 왔던 샘들이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샘들이 열심히 움직였던 덕분이었을 수도 있겠죠! 165계자의 샘들은 다른 사람에게 일을 넘기는 법이 없었고 할 일이 있나 찾아보려하면 이미 다른 샘들이 일을 하고 있을 정도로 부지런했고 정성스러웠습니다. 혼자 일을 도맡아하는 사람 없이 다 같이 힘내면서 샘들끼리 너무나도 정다웠던 계자였던 것 같습니다. 교사의 길을 걷고자 하는 저에게 많은 배움의 시간이었고 또 이렇게 온전히 물꼬에 빠져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물꼬에게 고맙습니다. 물꼬를 가득 채우던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활기가 벌써 그립습니다! 다음 계자를 또 열심히 살아가며 기다리겠습니다. 정말 애쓰셨습니다 사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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