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 계자 갈무리글 / 윤희중

조회 수 2460 추천 수 0 2020.02.25 08:30:44


165계자 평가글

 

품앗이일꾼13년차 윤희중

 (2007년 겨울계자부터니 횟수로13년차가 맞지요?)

 

전체 일정을 끝맺고 얼마 만에 평가 글을 작성하는지 모르겠네요! 막상 오랜만에 쓰려니 어떤 말부터 시작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요.

이번 계자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들었을 때에는 제 역할이 막중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밥바라지 없이 옥샘께서 때마다 밥을 내셔야했고, 여의도 증권 맨이 된 기표샘이 없어서

누군가는 보일러실을 지켜야 했고, 언제나 그랬듯 빨래 돌리는 이가 있어야 했고, 그 외 많은 바깥 일 들을 살피는 이가 있어야 했습니다. 미흡하지만, 영동대 다니던 시절 요리하며 자취해 온 걸 바탕으로 밥바라지 도우면 어떨까 생각했고, 기표샘보단 많이 모자라겠지만, 장작도 패고, 밤새 보일러실을 지켜서, 추운겨울 아이들에게 따뜻한 겨울을 선물하면 어떨까 생각도 했고, 빨래는 늘 해왔던 것처럼 제가 맡아서 하려고 했고요. 그 외 아이들 속에서 움직이는 것 보단, 아이들이 재미있고, 따뜻하고, 보람 있게 지낼 수 있도록 버팀목이 되려 물꼬에 걸음하게 되었습니다.

위와 같이 뒷배로 움직이게 되면서 혼자만의 시간도 많이 가졌던 계자였던 것 같습니다.

오랜 물꼬인연들이 말하기를 일상에서의 나와 물꼬에서의 나는 다르다고!!

물론 저도 물꼬에서의 나와 일상에서의 나는 다르다고 생각됩니다. 아니! 다름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물꼬에서는 화도 잘? 안내고, 부지런하고, 머라도 찾아 하려고 하는데,

일상에서는 화도 잘 내며, 게으르고, 다른 이(아버지)가 내일을 해주길 원합니다.

사실 다른 부분은 몰라도 물꼬에서 화는 종종내며 지내왔습니다.

지난 여름계자 만해도 그렇습니다. 어떤 아이가 가마솥방에 와서 도움을 청했습니다.

상처가 나서 밴드 하나만 달라고”... 그때 몸이 힘들기도 했고 여러 샘들과 밥을 먹고 있어서 아무 생각 없이 여기 샘들은 밥을 먹고 있으니 모둠 방에 있는 샘을 찾아보라고 왜 밴드를 가마솥 방에서 찾냐면서짜증 섞인 말투로 아이에게 말했습니다. 그 아이가 상처를 받았을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로 휘령샘이 가마솥방 맞은편 장에 구급함에서 밴드를 꺼내주어 바로 상황이 정리가 됐지만, 제 마음만은 그 아이에게 미안하고, 불편했습니다.

13년의 계자를 뒤돌아보면, 알게 모르게 아이들에게 화도 많이 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샘들에게도 호통을 치며, 이중인격? 으로서 지내온 날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반성합니다.

하지만! 이번계자는 많이 달라진 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몸은 가장 힘들었던 계자라고 자부할 순 있겠지만, 마음은 편안하고, 아이들은 보듬고 더 사랑할 수 있었던 계자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일단 아이들과의 소통이 적어서도 그럴 순 있겠지만, 짜증나고 화 낼 일이 없었고, 밤마다 아비의 마음으로 물을 댑혀서 따뜻한 잠자리에 들 수 있게, 물 주머니를 내어 주었습니다.

날마다 아이들이 쪼르르르르 달려와서 물주머니에 물 넣어주세요”. “물주머니 남는 것 있으면 저도 주세요하고, 일렬로 서 있는 모습들이 어찌나 귀엽고 예쁘던지. 사진을 찍어 둘걸 그랬어요. 얼마나 사랑스러웠는지.ㅠㅠ 사진을 남기지 못해서 너무 아쉬움이 남습니다.

 

 

계자를 꾸려 나가다보면 좀 더 익숙한 샘들을 찾기 마련입니다. 대표적으로 계자 진행에 있어 연규샘을 많이 찾곤 했지요. 지난번에도 언급하기도 했는데, 서로 기대고, 의지해왔기 때문에, 무슨 일 만 생기면 서로 찾기 바빴습니다. 그러다 보면 왜 나만 찾아? 이런식으로 느낌이 쎄해지기도 하지요. 그래서 사소한 다툼으로까지 변질되기도 했습니다. 지난여름 계자를 생각해보면 태희를 많이 찾았던 것 같습니다. 알고 보니 그 당시에 태희 컨디션이 좋지 않았습니다. 다시 생각하면 어찌나 미안하던지. 이러하듯 앞뒤 재지 않고, 앞만 보고 직진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난 계자까진 그러하였지요.

이번 계자에서 좋았던 점은 샘 뭐 도와드릴 일이 없을까요? 라고 묻는 말.

이 말은 지난 여름계자에서도 가장 많이 한 말이기도 합니다.

기존에 익숙한 샘들이 나서서 뭐 좀 하려는데 이것 좀 같이할까요?” 라거나 손이 필요해서 그런데 저것좀 해주세요라고 먼저 말을 건낼 수도 있겠지만, 처음 물꼬를 접한 사람이거나, 오래 물꼬를 알고 지내왔지만, 일꾼으로서 처음이거나 오랜만에 찾아온 인연들이 먼저 뭐 도와드릴 일이 없을지요라고 물어주는 것만으로 매끄럽고 모두가 힘이 들지 않을 수 있는 계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물론 어느 계자나 몸은 힘들겠지만, 마음만큼은 편하지 않을 까 생각이 됩니다!!!

 

그리고 이번계자에서 아쉬웠던 점은 안내의 부재.

휘령샘이나 태희 그리고 제가 챙겼어야 하는 부분이 분명 많은데 그걸 다 헤아리지 못해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사소한 것들. 설거지 방법부터 가마솥방의 마지막 뒷정리.

일교차가 큰 물꼬의 기온 때문에 해가 지면 커튼부터 내려야 한다던지.

111수건이 아닌. 13,4수건으로 7,8명사용하며 빨랫감을 줄인다던지.

온수를 데워 사용하니 샤워실 이용시 큰 다라에 물을 담아 절약하며 아이들을 씻긴다던지

첫날 반찬통에 뚜껑, 밑통 이름작성, 아이들의 옷에 이름을 적어준다던지(이 상황엔 제가 큰모임을 함께 하지 못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모름), 등 그 외에도 많은 것들이 안내가 늦던가 아님 안내가 없어서 무언가를 할 때 마다 상당히 바쁘게 흘러 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지금까지 함께 한 계자들 중에 몸은 굉장히 많이 너무 힘들었는데, 심적으로는 편안하고, 내가 아이들을 정말 진심으로 사랑하고 좋아하는 구나라고 느낀 계자였습니다!!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더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저는 무식하지만 존경받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이러하듯 물꼬와 오랜 세월 함께 하겠습니다.

 

165계자 샘들 모두 애쓰셨고, 각자 위치에서 잘 살다가 또 만나면 좋겠습니다 ^^

-이상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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