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 계자 갈무리글 / 권해찬

조회 수 2840 추천 수 0 2020.02.25 08:47:47


165번째 계자 갈무리 글 _ 품앗이 권해찬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시작된 물꼬와의 인연이 벌써 올해로 13년 째다. 학생으로 처음 참가해 즐겁게 놀던 내가 새끼일꾼을 거치고 드디어 품앗이가 되었다.


  옥쌤이 항상 우리에게 여쭤 보는 말이 있다. “너희는 왜 물꼬에 오니?”


  나도 궁금했다. 이렇게 오랜 기간동안, 그리고 중간에 3년이란 공백에도 불구하고 내가 꾸준히 물꼬와 인연을 맺을 수 있었던 이유가 뭘까..? 이번 갈무리 글은 이에 대한 나의 대답으로 하려한다.

 

  지금 당장 가장 생각나는 첫번째 이유는, 물꼬에 오면 비록 몸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들지만, 마음만큼은 그 어느때 보다 편해진다는 것이다. 평소에 나는 참 미래에 대한 걱정이 많다. 덕분에 남들보다 장래희망을 보다 일찍 정하고 꿈을 위해 남들보다 일찍 준비할 수 있었다는 장점도 있었지만, 그만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많고 걱정도 많이 하며 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곳에 오면 이런 일상의 모든 걱정이나 해야 할 일들을 잠시나마 미뤄둘 수 있다. 그리고 일주일간 생각과 고민을 미뤄두고 다시 그 고민들을 마주하면, 왠지 초연해지면서 그런 고민들이 다 사소하고 하찮아 보인다. 그리고 마구 엉켜있던 생각의 소용돌이가 고요해지며 심적으로 무척이나 평온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사소하고 현실적인 수많은 고민들 때문에 잊고 살았던 보다 중요한 가치들을 깨닫게 된다. 작은 것에도 감사하게 되고, 작은 걸로도 사람이 행복해 질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다른 이유는 내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고 좋은 사람이 되어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순수한 아이들이 나를 좋아해 줄 때, 왠지 나도 순수한 사람으로 인정받은 기분이 든다. 그리고 일상에서는 겪어보지 못할 여러가지 경험이나 평소엔 자주 할 기회가 없었던 진지한 대화들을 통해 나 스스로가 성숙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 참 좋다.


  물론 아이들과의 행복한 시간이나 좋은 사람들과의 인연도 좋지만, 나를 물꼬로 오게하는 중요한 요인은 아마 이런 이유들인 것 같다.

 

*ps. 옥쌤과 저희 어머니가 닮은 점이 참 많은 것 같다는 것을 느낀 것 같습니다. 책의 제목인 내 삶은 내가 살고, 너의 삶은 너가 살아라도 부모님이 어릴 적부터 저에게 항상 하던 말씀이셨고가치관이나 삶을 살아가는 방식 등등뭔가 이번 계자 동안 두 분의 모습이 자주 겹쳐 보이는 것을 느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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