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일 일요일 아침, 아이들만 영등포역에서 기차를 태워 먼저 물꼬에 보냈다. 56일 꽉 채운 밥바라지 일정이 무섭기도(?) 했고, 월요일에 있을 모임이 또 핑계가 돼서 옥샘께 양해를 받고 8일 화요일 오후에 들어선 것이다.

 이번 계자에선 품앗이 일꾼들이 나와 비슷하게 합류하는 일이 생겼다. 56일 전일정 함께 못하는 경우 조금씩, 앞뒤로 나누어라도 붙는 방안에 대해 논의가 있었다 한다. 옥샘, 삼촌, 휘령샘 그리고 소수 정예의 드림팀 샘들이라 가능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이번 계자에선 참 많은 논의들이 있었던 것 같다. 물꼬의 개방 문제랄지...


 전체적으로 이번 계자가 참 특별했다는, 그러면서도 퍽 평온했다는 느낌이다. 3일 일정만을 소화한 다소 편한 개인적 몸상태라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 계자에 모인 이들의 특성 때문이기도 한 듯하다. 오랜 물꼬의 경험을 몸으로 맘으로 익힌 품앗이일꾼, 새끼일꾼들이 자유학교 물꼬스럽게(?) 잘 움직여준 것이 가장 컸겠고, 또 여러번 물꼬 계자에 다니던 아이들이 제법 많아 그 아이들이 좋은 분위기를 잘 만들어 준 덕도 있겠다.

 거기에 뒷배로 현철샘이 굵직하게 큰 살림도 보아주고, 서툰 밥바라지 요청도 흔쾌히 해결해주시니.

 참, 입추가 딱 지나자 밤중엔 창문 다 열어도 안될 정도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 놀라웠다. 24절기에 대한 명쾌한 현철샘 강의까지 보태져 전혀 몰랐던 귀한 지식까지 얻었다.

 

  때건지기를 마치고 흔쾌히 설거지를 맡는 아이들과 뒤끝이 야무진 샘들이 설거지를 도맡아 해주어 이번 밥바라지가 몸이 제일 편했다. 그지없이 고맙다.. 그리고 연이틀 꼬리뼈 호텔에 드나들며 아이들의 혼신의 서비스로 온몸이 노곤하게 녹았던, 참 호강스러운 날이었다.

 

 목요일 산오름이 가능할까 싶었는데 전날밤 빠짐없이 산행을 위한 만반의 준비가 착착 이루어진다. 옥샘이 정말 이 무시무시한 태풍 속을 아이들과 나서실까 싶어 물으니 당일 아침, 아이들의 결정에 따를 것이라 하신다. 안 가도 섭섭, 가도 걱정인 판국. 그런데 아이들은 참 대단타. 저 태풍을 뚫고 조금씩이라도 나가 보잔다, 그리 결정했단다. 그리고 조금도 누그러질 기색이 없는 폭우 속으로 당당히 나선다. 비장하다. 7학년 형님들만 따로 불러 칠판에 그려가며 이 상황이 얼마나 긴장을 놓쳐서는 안되는지 점검하고 당부하는 모습에서 눈가가 뜨끈했다. 저 맛이 물꼬지!

 백이른두번째 해내는 계자, 옥샘은 아이들만 믿고 그렇게 매번 특별하고도 감동스런 계자를 꾸려냈다지만 정말 이런 상황에서 얼마나 고민이 깊었을까... 어찌 아이들에게만 맡길 결정인가 말이다. 산오름을 못 해도 지난 계자처럼 또 안에서도 아이들은 옥샘의 이야기에 홀리고, 저들 흥에 겨워 거뜬히 산을 완주한 듯 뿌듯하게 논다. 그리했을 수도 있었는데 기어이.ㅎㅎ

 이번에도 친정길이라는 이유로 갈무리를 함께하지 못하고 슥 먼저 빠져나왔다. 그럴때마다 참 염치가 없다. 나서는 길에 옥샘이 바리바리 반찬이며 먹을거리며 참외를 싸주신다. 가슴께가 뜨겁다.


 아이들의 갈무리글이 참 감동적이었다. 특히 7학년 아이들에게 던진 저들에게 물꼬란?에 대한 답변이 뭉클했다. 세상에서 제일 재밌게 놀 수 있는 곳, 마음 잘 쉬다 갈 수 있는 곳,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고 나를 성장시켜주는 집 같은 곳. 거기에 지율이의 자신에 대해, 세상 사는 법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곳. 젊어 품앗이일꾼으로 물꼬를 드나들며 들었던, 가졌던 물꼬에 대한 생각들이 다시금 깨어나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