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가 또 옵니다. 또라고 하는 건, 예전에 엄마가 하신 얘기 때문입니다. 가을비는 쓸모가 없는 비라고, 밤에만 와주는 비가 고마운 비라고...
그래도 물꼬는 다들 안녕하시지요?
방학에 진행하시는 프로그램도 잘 거두셨을꺼라고 생각합니다. 늘 그러신것 처럼.
아이들을 여름프로그램에 못보내면서 부부가 한번 가기로 약속하고는 간다, 간다 하고는 못가고 말았습니다. 거기 프로그램과 우리 시간을 끝내 못마춰서.
아이들과 저희가 잘 지내는지 궁금하시지요?
우리 생각에는 잘지내고 있는데, 한 아이는 아닌가 봅니다. 큰 딸 채은이는 학교가기 싫어서 오늘은 끝내 학교에 안갔습니다. 마음이 먹먹한데 가슴따스하던 물꼬의 터전이 생각났습니다. 부모는 아무것도 못할 정도로 가슴이 답답한데, 아이는 아닌가 봅니다. 어렵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고 제가 뭔가를 엄청나게 잘못한거 같기도 하고... 무엇이 맞는지 확신이 잘 안서는 시간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학교가 재미 없는거, 선생님이 무서운거, 운동회 연습하기 싫은거, 학교에 지각하는거, 엄마가 세심하게 챙겨주는거, 숙제하기 싫은거,,, 모두가 함께 작용합니다. 예를 들면 숙제? 그거 해야하는 걸까? 싶다가도 그것도 안하면 책임성 없는 아이가 되는 건 아닌지 불안하고. 운동회날 엄마는 시험인데 아이는 울고, 시험을 포기하고 가야하는건 아니라고 생각은 하는데, 내 아이만 아무도 안가고, 소외의식을 느끼는 것은 아닌지 싶고. 엄마가 이러니 아이도 힘이 드나 봅니다.
아기자기하고, 섬세하고, 민감해서 그런 표현놀이를 아주 좋아하는 아이고 친구좋아하고, 마음씨 따스한... 장점이 많은 아인데 엄마인 제 스타일과 궁합이 안맞나 봅니다.
선생님과 통화하고 착찹합니다. 그 많은 이유 중에서 선생님이 무서워에만 반응하는 선생님과 더 이상 얘기를 못하고 물러섰습니다. 소신껏하시라고 얘기한 제가 잘한건지 확신이 안섭니다. 문제가 많은 엄마라는 생각이 듭니다.
들째인 채규는 대응능력이 큰 아이 보다 강한듯 합니다. 씩씩하게 잘 지냅니다. 너무 씩씩하지요. 누나와 동생 울리고, 책 보고, 열심히 놀고...참 최근에 언어치료를 받았고, 하산을 했습니다. 언어치료교실에서 꼬맹이 선생님으로 자원봉사 시킨다고 합니다. 흐믓.
막내인 채경이는 사람 좋아하고, 애교는 여우의 수준을 능가하고, 먹는거 좋아하고... 언니, 오빠와 싸워도 이겨서 사막에 가도 살겠구나 싶습니다.
남편은 개강과 동시에 가게 일로 정신이 없고, 엄마인 저는 개강과 동시에 밤을 낮삼아 삽니다.
모두 건강하고요. 조만간 얼굴 뵐일 만들겠습니다.
잘 지내다가 얘기 많이 가지고 가겠습니다. 이번에는 양손을 반드시 무겁게 들고서.
비가 와서 잔손이 많이 가겠네요. 그래도 두분 건강하세요. 저희 아이들의 기댈 언덕이시잖아요.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