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새벽 2시.
계절학교 중이다.
샘들 모임이 끝나고 잠시 교무실 왔다가
시각을 다투는 일이 아닌데도 반가움으로 굳이 지금 몇 자 올린다.

그래, 든든한 논두렁!
애들이라고 그리 많지도 않으니 기억이 어렵지도 않거니와
논두렁의 이름자를 잊을 리가 없고
게다 네가 다녀간 게 한 두차례가 아니며
무엇보다 아주 옛 얘기도 아니란다.

겨울이었지 싶다,
다른 때처럼 새벽에 계자를 출발하는 줄 알고
아침에 서울역에 나왔다가 돌아간 가정이 있었다.
오후 출발이었는데.
그게 너였더랬다.
그 해 연극터는 우여곡절도 많았지.
담당샘이 표 예매에 실수를 해서 절반이 그 다음날 표였던가.
그래서 이리저리 끼여 탔더랬다.
그때 연극하면서 곰발바닥 찾아왔던 것도 너였지 않았니?

다른 겨울이었을 걸.
영상터였을까?
그때 네가 한 말을 여러 강연 자리에서 써먹은 적도 있지.
옆에 음식을 남긴 아이에게 네가 그랬더랬다.
"닦을 때가 힘들잖아요."
자기 일이 되면 다 신경써서 하니
아이들 일에 너무 걱정 말아라고 부모들에게 말하곤 하였다.

너랑 원호가 아는 사이였던가.
아니면 그때 마침 같이 보내던, 그러니까 우연히 예서 만난 사이일 수도 있겠다.
그때 같이 왔던 이름자지 싶은데...

아, 그때 호성이 녀석도 생각난다,
그 왜 동해물가 4절까지 진지하게 부르던.

기억을 끄집어내자면 또 여럿일을 테다.
또 연락하마.
지금은 내일 준비를 좀 해야겠다.

찾아주어 고맙다.
어머니께도,그리고 준완이한테도 안부 여쭙고 물어주렴.
다시 소식 전하자.

하나 더.
제자 재신이는 작년에 뉴욕대를 갔다.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보냈지.
그런데 대학 입학 전 방학을 이곳에 보냈더랬다.
새끼일꾼은 못해도 품앗이일꾼은 하겠구나.

또 하나.
그때 그 굴러다니던 사내녀석 류옥하다는
이제 10대가 되었다.
열 살한테도 10대라 말못할 것도 아니지.
산골소년답게 긴 머리 땋아내리고
눈 내린 대해리를 휘젓고 있다.
너들이 애를 잡고 장난치던 것도 다 기억하지.
오기만 해봐라.
내가 하다한테 다 일러줄 것이다.

기쁨을 가눌 길 없네.
그-립-다.
유쾌하게 지내고, 두루 살피는 마음도 있는 새해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