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자유학교(계자)에 처음으로 품앗이(자원봉사)로 함께 하시는 분들께.

낯선 곳에, 또 잘 알려지지 않은 산골에서
기꺼이 엿새나 되는 긴 시간을 함께 보내겠다는 생각을 하신
용감하고 아름다운 분들께 짧은 안내를 드립니다.

내신 마음에 먼저 고마움을 전합니다.
저는 물꼬에서 교장일을 보고 있습니다.
시카고에서 귀국은 하였으나 학교와는 떨어져있고
또 학교에는 교무행정담당자가 있기도 하여
이 글이 제 일이 아닐 수도 있겠으나
학교와 연락이 더뎌 많이 답답하다는 소식을 여러 차례 듣게 되니
바쁜 마음에 pc방을 찾았네요.

연락이 원활하지 않은 것은 물꼬가 문턱이 높아서도 아니며
어깨에 힘이 들어가서는 더욱 아닙니다.
단지 산골에서 농사지으며 나날이 사는 일이 멀어 그러하고,
산골 인터넷 사정으로 자주 접속을 못해서도 그러하고,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 때문이지도 않을까 짐작하고,
비록 잘 관리하고 정돈된 홈페이지는 아닐지라도
나름의 정보가 이 속에 있겠기에 찾아서들 읽어보며
계자를 기다리는 시간을 보내실 것을 믿어서 그럴 수도 있지 싶습니다.

언젠가 특수학급을 맡고 있는 후배에게 제가 그리 물었더랍니다.
특수교육을 좀 공부하면 어떻겠냐고.
"굳이 황금시간을 미련하게 그리 버릴 건 아닌 것 같애요.
결국 마인드 문제야. 물꼬는 이미 돼 있잖아요."
마인드라는 말을 어찌 설명해야할지 모르겠지만
결국 사람을, 아이를 어찌 대하는가,
삶에 대한 자세가 어떠한가에 대한 이야기겠습니다.
아이들이 있단다, 건강한 사람들이 함께 한단다,
내가 쓰일 곳에 간다, 내 생의 유쾌한 시간이고 싶다,
기꺼이 그곳에 필요한 일꾼이 되어 내 삶의 지평을 넓히리라,
굳이 준비라면 그런 마음이 준비겠습니다.

그렇더라도 최소한의 정보는 또 있어야겠지요?

1. 오기 전: 계자를 하는 동안 학교 행정에서 필요한 부분을 빼고는 전화, 인터넷을 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그러니 미리 부재하는 날들에 대한 안내를 주위에 해두어야겠지요. 그렇지만 다급한 상황에서라면, 혹은 늦은 밤 아이들이 잠들고 어른들 모임이 끝난 뒤에는 쓰는 게 자유로울 수도 있겠네요.

2. 가방: 옷가지와 모자, 편한 신발(조금 모자라게 챙겨도 되는 것은 이 곳 옷방에나눠입을 옷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3. 물꼬 홈페이지 게시판모음에 '물꼬에선 요새'라는 꼭지가 있습니다. 2005년 8월 언저리를 훑어보시면 여름 계자 이야기를 담은 글들이 있지요. 아주 사적이라할만치 개인적인 기록일 수도 있겠으나 그렇다고 정보로서의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랍니다. 계자의 움직임, 그리고 느낌을 읽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겝니다.

4. 교무행정 신상범샘과 연락하여 계자 기본틀(한 번도 같은 계자를 꾸려본적이 없지만 전 계자를 관통하는 공통분모는 또한 있겠지요), 혹은 다른 해의 여름 계자 속틀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마음의 준비를 할 수도 있겠습니다.

5. 내가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을까, 가장 많이들 고민하고 오시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우리 이미 너무 많이 배우고 살았는 걸요. 나이 스물이면 다 익힌 거지요. 내가 즐거운 것, 내가 잘하는 것, 내가 아이들과 해보고 싶은 것, 잘 못하지만 이 기회에 배우고 싶은 것에 대한 자료를 챙겨오시면 도움이 큽니다. 실제 도움꾼으로서만 아니라 강좌를 맡아 들어갈 수도 있으시니. 부엌에서의 간단한 요리에 대한 경험도 여기선 요긴하답니다.

별표 다섯 6. 계자 미리모임: 계자가 시작되기 전날 저녁에 있는(예전에야 한 달 전에도 있고 한 주 전에 있고 그랬지만 지금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현실성을 고려하여) 미리모임 참석여부가 계자의 움직임을 거의 절대적으로 결정짓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오기전 프로그램을 마지막 손질하는 자리이기도 하고, 함께 할 어른들이 호흡을 맞추는 자리로 빠져서는 아니되는 시간입니다. 저녁 7시에 있지요.


평소 자신이 살아왔던 날들이 고스란히 계자의 준비라 보시면 됩니다.
그리 걱정할 일은 아니라는 거지요.
다만 물꼬의 생각을 나눠주시는 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홈페이지의 몇 글('물꼬 뭘꼬' 꼭지)들이 적으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 겝니다.
묻고답하기 꼭지의 621-631번 글들도 도움이 되겠네요.

이미 아시는 것을 늙은이의 괜한 걱정으로 덧붙임:
도움이란 것의 출발점은 내가 줄 수 있느냐 없느냐지만
도우는 손발을 내미는 순간
그 공간에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에 중심이 가야합니다.
정말 도움이 되고 싶다면 말입니다.

세상에 널린 많은 일과 인연 가운데
우리가 이 여름 물꼬를 통한 만남도
날마다의 기적을 체험하는 물꼬의 작은 기적 가운데 있는 일이겠습니다.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천국과 정토에서 그대를 맞겠습니다.
다시, 고맙습니다.

넘치고 넘쳐서 짙지 않은 데가 없는 녹음,
그대의 날들도 기쁨으로 그러하소서.

* 서둘러 쓰느라 혹여 빠뜨린 게 있는 건 교무행정샘이 챙길 것이며
그래도 드는 물음이 있으시면
물꼬 공용 손전화 011.9921.8024 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