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소희 샘은 초등학교 때부터 물꼬 연극터에서 1년간 공부했고, 계절학교를 계속 다녔으며, 중고등학생 때는 새끼일꾼으로, 대학생이 된 지금은 품앗이와 논두렁으로물꼬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너는 물꼬에 왜 가니?"

갑작스런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 과연 내가 물꼬에 왜 가는 것일까..
언젠가부터 물꼬에 가는 일이 당연시 되어버린 지금 이 질문은 나에게 꽤 큰 충격을 가쳐다
주었다. 초등4학년부터 지금까지 10년 동안 물꼬를 알고 지낸 지금. 나는 물꼬에 오는 일이 너무도 당연하게 되었는데 지금 와서 왜 물꼬에 가냐고..
그저 아이들이 예쁘고 귀여워서 아이들과 함께있는게 좋아서 아이들과 이것저것 만들고 노는 게 좋아서 간다면 그건 잘못 된 거라고. 그곳은 아이들의 교육과 미래를 위해 나름대로의 이상과 철학이 있는 사람들이 만든 신성한 곳인데 나 같은 교사라는 직업과는 거리가 먼 아이들의 교육이나 미래 이상 따위 갖고 있지 않은 아이가 왜 가냐고. 가는 게 어른들에게는 물론 아이들에게까지 민폐일수도 있다고.
내가 즐거울 생각 따위 하지 말고 아이들을 생각하라고 내가 조금만 잘해주면 "소희샘~"
하고 따라다니는 그런 아이들을 생각해 보라고 넌 재미로 하는 걸지도 모르지만 아이들의 교육상 안 좋다고 그저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버리고 싶은 얘기였지만 차마 그럴 수 없었다.

머릿속을 맴도는 말들..
아니야. 아닐 거야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물꼬는 또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을꺼라고.
내 생각만 하지 말고 물꼬의 입장도 생각해 보란다.
교육을 전공하지 않는 아이가 어정쩡하게 도와준다 와서 오히려 폐만 끼치고 간다는 걸 생각해보고 이 부분에 대해선 나도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난 물론 교사가 내 꿈도 아니고 아이들에 대한 나만의 철학이나 이상도 갖고 있지 않다
그저 물꼬라는 공간 안에 아이들과 함께 있는 것이 좋을 뿐인데..
나도 나에 대해. 이젠 아이도 아닌 청소년도 아닌 성인이란 이름 아래 나도 조금 더 생각을 해야 할 때인데..

하지만 도저히 모르겠는걸 어쩔 수가 없었다.
내가 물꼬에 왜 가는지. 왜 이토록 물꼬를 가고 싶어 하는지. 그래서 109계자는 나에게 큰 의미가 되어준 시간이다. 나로선 큰 부담감을 가지고 참여한 터라 걱정도 많았지만108계자와 109계자가 모두 끝난 지금. 내 마음속은 행복감으로 충만해 있다.


108번째 계절자유학교 - 겨울밭에 마늘이 자란다 1

아이들을 빨리 보고픈 마음에 10시에 도착하는 기차를 타고 냉큼 달려왔건만 이게 웬걸. 아이들은 10시 반이 되도 오지를 않고..다들 11시쯤 되서야 하나 둘 도착하기 시작했다.
반가운 얼굴이 하나 둘 눈에 띄고..
미리모임 할 때 오는 아이들 이름 보고 지난번에 걔가 그랬지,
그런 얘기가 나올 때마다 소외됐었는데, 고등학교 때 새끼일꾼으로 못 오다 지난여름 오고 이번에 오니 이제 그런 얘기를 같이 할 수 있는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드디어 그렇게나 오고 싶어 했던 물꼬에 오고 걱정 근심이 아무리 많았다고 한들 이곳에 오면 어쩜 이리 마음이 편안해 질수 있는지..
이곳에서 나로 인해 웃을 수 있는 아이들을 보는 것. 그 아이들이 나를 기억해 주는 것.
그 아이들로 인해 나 또한 웃음 짓는 것이 이곳에서 느낄 수 있는 진정한 행복이 아닐런지..
비록 일 땜에 중간에 빠져 모든 일정을 같이 하지 못한 게 못내 아쉽긴 하지만 이번 14박 15일 계자를 함께한 아이들과 유난히 정이 많이 들어 잊지 못할 것이다.

원숭이 덧신을 신고 자그마한 체구에 너무 귀여웠던 그림 잘 그리는 신기.
눈웃음이 너무 예쁜 애교덩어리 창욱.
폴라 익스프레스의 주인공을 쏙 빼닮은 동휘.
뜨개질을 좋아하는 야무진 막내 여동생 예지.
인형 같은 얼굴에 파마까지 해버려 더 인형 같아진 정민이.
내가 가기 전 마지막으로 겨우겨우 초상화를 그려준 홍관이.
지난여름에 처음 와 승현샘의 열성 팬이 되어 버린 너무 멋진 미소년 한슬이.
순하디 순하고 너무 착해 말썽인 동글동글 하아얀 석현이.
산에 가는걸 너무 싫어했던 우리의 말썽꾸러기 재화.
큰언니 역할 톡톡히 해준 믿음직한 언니 수진이.
"팥죽 한 그릇 주면 안 잡아먹지" 샘들과 형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종훈이.
무엇이든 꼼꼼하게 끝까지 잘하는 작은 아이 빈이.
언제나 해맑고 건강한 신나는 아이 하다.
알고 보면 여린 마음의 우리 기홍이.
참하고 수줍음이 많은 뜨개질을 좋아하는 영락없는 여자아이 예진이.
웃는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운 생각하는 것도 너무 예쁜 아이 주환이.
착한 맘씨와 행동에 감동을 주는 아이 동희.
"나나나나~솨~" 가장 귀여운 남자아이의 표본 건창이.
동글동글 언제나 밝은 아이 승호.
여선생님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것도 모자라 팬클럽까지 결성해버린 영환이.
뒤늦게 와서 보지 못해 아쉬운 지혜, 도훈, 은하, 제우, 정근. 경표와 그밖에 아이들..

일주일새 너무나 정이 들어버린 우리 아이들. 너무너무 보고 싶은 우리 아이들이 이 곳을 다녀 간 뒤 나에게 큰 힘이 되주고 있으니..
힘든 일이 생겨도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을 생각하면 나또한 웃음 짓게 되고 다음에 만나 부쩍 자라났을 아이들 생각에 두근거리기도 하고..
하루빨리 다음 계자가 되서 아이들을 보고 싶은 마음만이 굴뚝같다.
일정이 길었던 만큼이나 정이 많이 들었던..
그리고 아이들 수가 적어 더욱 더 가족같았던 사랑스런 우리 아이들..
유난히 착하고 순했던 우리 아이들 모두가 항상 행복한 일만 가득 하기를..



109번째 계절자유학교 - 겨울밭에 마늘이 자란다 2

크나큰 걱정거리를 안고 갔던 계자. 언제나 편안한 마음과 설레임만으로 갔던 계자인데 이번 계자만큼은 결코 편해질 수 없었다. 기차를 타고 버스를 타고 오는 동안 내내 이런저런 걱정거리 하며 도데체 왜 내가 여길 가는지 생각하는, 서울에서 영동 대해리까지 도착하기까지의 4시간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했다. 게다가 계자 첫날은 내가 아르바이트로 강사를 나가는 학원의 연합시험날. 대해리에 도착하는 시간까지 늦춰가며 아침에 학원을 들리긴 했지만 물론 시험보는 중간엔 내가 들어갈수 없지만 시험보는 아이들을 남겨두고 먼곳으로 떠나는 선생의 마음이 편하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런저런 걱정 끝에 드디어 학교에 도착을 했고 학교 교문을 들어서는 순간. 온몸을 감싸는 이곳의 기운은 말주변 없는 나로선 도저히 표현할 수가 없다. 나무 여기저기에 아이들이 매달려 있고 번개, 쫄랑이와 함께 운동장을 뛰는 아이들과 학교안에서 들리는 아이들 웃음소리. 나무에 매달려 있는 아이 중 하나인 하다가 나에게 인사를 하는 순간 걱정거리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말로 표현할수 없이 그냥 행복한 기분만 가득. 말 그대로 이곳에 오는 것 자체가 난 그냥 좋았다. 그냥 좋았을 뿐이다.
먼저 가마솥방에 들어 가 샘들과 인사를 나눈뒤 아이들과 인사를 하려 했는데 갑자기 들어오신 옥샘과 손에 피를 흘리고 있는 한 남자아이.
가방을 내려놓을 새도 없이 옥샘의 부탁으로 그 아이의 피묻은 손과 얼굴을 닦아주고 지혈을 도왔다. 피가 많이 붇어있어 아이가 겁먹을까봐 일단 진정부터 시키려 했는데 내가 진정시켜주지 않아도 아이는 겁도 내지 않고 얌전히 내가 닦아주는 손만을 잡고 있을 뿐이었다.
내심 속으로 "많이 아플텐데 이 아이는 잘 참기도 하지. 대견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아이는 이번 계자때 빼놓을수 없는 개구쟁이중 한명인 우리의 지준이였다.
여기저기 우당탕탕 사고도 많이 치지만 밤 산책때 "뭐가 무서워, 오빠가 있는데"라고 말할줄 아는 듬직하고도 멋진 남자. 우리 지준이.
다음에 만난 아이는 우리 태우. 태우가 7살 때, 내가 6학년때 처음 만나 쭈욱 계자를 함께 해온, 벌써 6학년이 되서 이제 어엿한 청년티가 나는 나에겐 참 특별한 아이 태우를 만나 부쩍 큰 키에 놀라고 이리저리 천방지축으로 날뛰는 귀여운 다람쥐같은 준형이도 만나고..
여기저기 반가운 얼굴들이 드문드문 보여 늦게 왔음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적응을 했던 것 같다. 지난 14박 15일 계자의 여운이 남아 있는지 나도 모르게 눈으로 저번 계자 아이들을 찾고 처음 본 아이들과 아직은 정이 들지 않아 더더욱 지난 계자 아이들과 견주게 ‰瑩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