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저항방식 - 옥영경

배움 조회 수 5730 추천 수 0 2003.02.08 18:17:00
자유학교 물꼬 옥 영 경

"아무도 진정한 교육, 즉 지식을 확장하고 풍부하게 하는 일의 가치를 부정할 수없다. 그러나 오늘날 교육은 아주 다른 것이 되어버렸다. 교육은 아이들을 서구화된 도시환경속에서 좁은 전문가가 되도록 훈련시키면서 그들의 문화와 자연으로부터떼어놓았다.";<오래된 미래>(헬레나 노르베리-호지)가운데서

1.0
지난 겨울 계절 자유학교에는 포항에서 온 5학년 여자 아이가 있었다. 공부는물론이고 입도 똑똑하며 참 말 잘듣는, 흔히 이야기하는 범생이었다. 그런데 이아이가 꼭 하루를 같이 생활한 뒤 그만 기가 죽어버렸다. 학교며 가정생활에서,동네에서 아무런 문제없이 칭찬만 받던 아이, 그런데 이 곳에서 요구하는 가치에서그 자신 다른 데서 받았던 대우를 받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듯 하다. 청소하기,설거지 하기, 땅 고르기, 좋은 관계맺기, 배려하기,... 물론 그 아이는 닷새 뒤자신이 알고 있던 자기가 훨씬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따뜻한마음으로 돌아갔다.

자유학교를 준비하는 모임 물꼬는결국 '가치' 싸움을 하고 있다. 교육문제에 우린왜 이토록 할 말들이 많은가? 그것은 교육에 대규모 자본이 걸려있고, 어떤세계관이 경쟁에서 승리하느냐, 결국 사람의 일상을 무엇이, 누가 지배하느냐의문제이기 때문이 아닌지. 우리 하나하나의 존재가 걸린 문제!

1.1
현대의 많은 발달한 도구와 기계들이 실제 일을 하는데 시간을 단축시켜주었지만,사실은 현대라는 이 새로운 방식이 전체적으로 시간을 오히려 뺏고 있다는 사실은새삼스러운 발견이 아니다. 일을 빨리 해주는 온갖 것들을 가지고 있는데도 우린마주 앉아 밥을 먹을 시간도 없다!"기술의 결과로 현대화된 부문의 사람들은 기술의 속도로 경쟁해야 하는 경제체제의일부가 되었다. 우리 속해있는 사회에 자가용이 들어와 있으면 그것을 갖지 않은사람은 경제적으로 심리적으로 크게 불리한 위치에 처한다. 일단 자가용이 들어와있으면 걷거나 말을 타는 것은 이미 대안이 아니다. 삶의 속도는 이미 결정되어있는 것이다."도대체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속도인가?속도도 속도거니와, 사람이 사는 데 그렇게 많은 게 필요한 것 같진 않다. 그런데교육은 우리에게 유한한 것을 무한하게소비할 것을 가르쳐왔다. 한정된 지구위에서 자원을 바닥까지 내면서까지 파서 쓰는 방법같은 것 말이다. 반면 무한한것은 상품이 되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가령 시간이나 공기같은 것.
교육을 통해 이 속도를 조절할 힘을 기를 수 있고 꿀벌이 꽃에서 필요한 것만얻어오듯이 그렇게 소비하는 것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1.2

전통사회에서 화폐는 아주 제한된 경우에만 쓰이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국제적인 현금경제의 일부로서 멀리 있는 세력들에 의해 통제되는 체제에 더욱의존적으로 되었다. 우가 이 땅에 존재하는 줄도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결정에영향을 받고 이제 우리는 생존을 위해 버젓이 돈이 세상을 돌아가게 하는 것을 보고앉아 있어야 한다. 그리고 사람 사이 변한 관계앞에 우린 넋을 놓고 말았다. 우리가땅에서 얻는 것들로 생활할 때는 적어도 우린 스스로의 주인이었다!자유학교를 준비하는 모임 물꼬는 이런 것들에 대한 저항이 교육을 통해서 준비될수 있고, 그리하여 우리 삶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
교육이 우리에게 글을 깨치게 하고 많은 지식을 주었지만 우리는 관계, 과정,변화에 대하여 더 이상 배우지 않게 되었고, 자연세계의 변화하는 관계의 복잡한그물에 대해서도 잊게 되었다. 지구 위에서 온통 범세계화라는 이름아래 똑같은자원을 사용하도록 가르쳐짐으로써 우리 모두 더 빈곤하게 되었고 우리는 열등하게되었으며 서로서로에게, 땅으로부터 분리되었다. 모든 생명의 상호연관성은 깨졌다,우리는 갇혔다!'물꼬'란 논에 물이 넘어 들어가거나 흘러가게 만든 어귀를 일컫는다. 물꼬는이처럼 우리 아이들 숨통이 되고 싶다. 이 세상 숨통이 되고 싶다. 그런데 영향력이없는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국가권력이나 교육기관이나 학교와교사를 비판만 한다고 무엇이 달라지는가? 그래서 물꼬는 새로운 학교를 꿈꾸게되었고 작은 공동체를 바라보게 되었다. 1989년 한 사람으로 시작하여 1993년 뜻을같이 하는 이들이 모여 모임체를 만든 것이다.

무엇을 두려워한다면 우리는 자유롭게 묻고 관찰하고 배우고 깊이 깨어 있을 수가없다. 개인의 자유와 완성에 이르는 데 무엇보다 올바른 교육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자유'학교다!

2.1
물꼬는 서울 사무소, 연남리, 영동공동체, 이렇게 세 곳으로 나뉘어서 일한다. 서울 사무소는 2004년에 세울 학교에서 쓸 교과서를 위해 평소 여러 터(연극터,글터, 그림터, 건축터, 음악터, 영화터, 영어터,...)에서 방과후에 모둠활동도하고, 또 2004년 세울 학교를 연습하고 실험하는 캠프식 계절학교 공부를 기획하며,해마다 상하반기 우리가 가치롭게 여기는 생각을 중심에 놓고 아이들과 큰 행사도한다. 재작년엔 '삼풍대참사 1주기 진혼예술제'를 지내기도 했고, 작년 상반기엔'통일은 참 좋다!', 그리고 하반기엔 '다른나라 자유학교 초청'이란 행사로일본에서 써머힐을 본보기로 만들어진 키노쿠니학교 사람들과 나라안에서 새로운학교를 꿈꾸는 사람들이 만났다. 또 서울사무소에서는 달마다 마지막 해날 아이들과세상속으로 들공부도 가고, 달마다 첫 해날과 주마다 달날에는 고아원 아이들빈민지역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이 곳은 2004년 뒤에도 남아서 도시 아이들을대상으로 계절학교나 방과후 공부를 계속할 계획이다. 이 지구위에서 이 도시성은얼마간 더 유지될 것 같으니까.

연남리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끼리 만든 도시 공동체이다. 공동체 회의, 공동체공부, 초청 숙박을 통해서 서로를 가꾸고, 자신과 현실을 다시 한 번 새롭게바라보고 변화시키기 위한 일을 한다. 젊은 사람들이 조정과 조율을 배우고밥상공동체를 유지하면서 서로를 훈련시키는 과정이다.

영동공동체는 충청북도 영동군 상촌면 대해리에 자유학교를 중심에 둘 마을 단위지역공동체다. 지금은 폐교를 빌러 아이들과 계절 자유학교, 연극터 계절학교,그림터 계절학교, 중학생 계절학교, 어른들 모꼬지들을 일년에 열예닐곱(비정기일정포함)번 열고 있다. 그 밖에도 지역인들과 함께 하는 행사를 하고, 어린이집같은곳에 물꼬가 가진 공부내용을 나누기도 한다.

방과후 공부 가운데 움직임이 큰 것은 글터, 그림터, 연극터이다.
글터는 2년여 기간동안 계절살이, 들꽃살이, 역사공부, 책읽고 이야기 하기,일상생활 다듬기를 해가며 갈래별로 글쓰기를 한다. "글 좀 못쓰면 어때, 잘살면 되지."고백의 미학, 반성의 미학으로서의 글쓰기를 하고 있다. 흔히 삶을 가꾸는글쓰기라고 하는 것. 아름답게 포장하는 글이 아니라 아픈 마음을 어루만지고 남을돌아보는 마음을 키우는 글쓰기 말이다.
그림터는 기교가 아니라 사물에 대한 관심갖기를 하는 곳이다. 아름다움 표현하기,그림에 대한 자신감 회복, 널려있는 재료들에 대한 이해,지우개 하나를 사러가서도 이쁜 것을 고르는 게 미술행위인만큼 생활과 같이 있는 미술공부를 한다. 3개월 동안 그림에 대한 오해 깨고 벽에 걸리는 그림이 아닌 걸치고 다니는미술활동을 하는 것이다.
연극터에서는 조정과 조율을 배우며 공동체성 회복하기, 뒷배가 가진 소중한 의미깨닫기, 몸을 살려 마음을 전하는 말하기를 온 몸으로 하는 방법 찾기를 한다. 그여섯 달 끝에 함께 쓴 대본으로 공연을 하며 마음을 모으고 서로 믿는 것이 얼마나큰 힘인지를 확인한다.

2.2
계절 자유학교와 각 터 계절학교에서는 자치와 자유와 자율을 몸에 익혀 공동체학교를 꾸린다. 2박 3일 일정에서부터 6박 7일까지, 또 스무명에서부터 백여명까지다양한 크기를 이룬다. 자기가 원하는 것을 들어가는 열린교실, 모둠식구들끼리 그 계절학교의 중심생각을살리는 활동을 하는 모둠활동, 식단을 짜고 가능하면 생채로 이어진 때건지기,탈춤과 판소리와 풍물을 통한 전통문화 배우기, 자치를 배우는 한데모임, 모두가모여 몸을 써서 전래놀이를 하는 대동놀이, 그밖에도 장작놀이, 촛불잔치, 땅고르고씨뿌리기들이 계절 공부에서 주로 하는 것들이다.

계절 자유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다. 아이 하나가 한 밤, 한 시간째 파출소에 간다고
버팅기고 있다 했다. 엄청 나대는 그 녀석을 한 만만찮은 교사가 장난과 감정을섞어 박치기란 걸 한 모양인데 이따만한 혹이 났다는 게 사건 전말.좇아갔다.
"그래, 가자."
모두, 선생님이 어디 미워서 그랬겠냐, 이 시간에 차도 없는데 어딜가니,...이렇게 달래기만 하니 아이의 마음은 아무것도 풀어지지 않고 있었던 것. 그런데 가자고,정말 가자고 한 뒤론 더는 말이 없더라고. 자기 맘을 누가 알아주었다는 거다.
아이들을 만나는 일, 논리가 아닌 것 같다.사람 만나는 일도 매한가지일 것.

교육은 결국 관계맺는 방식을 배우는 것 아닌지. 우리는 아이들과 만나면서 관계에대해 배운다. 자연과 자연, 사람과 자연, 사람과 사람, 이 관계고리를 놓쳐서지구가 이렇게 황폐해지지 않았던가.

2.3
2004년 학교를 어떻게 세울 것인가? 아이들을 진실로 사랑한다면 모든 문제를풀어갈 수 있다. 넉넉한 은행 구좌가 아니라 함께 하는 이들의 헌신을 토대로,아이들을 하늘처럼 섬기는 마음으로, 그리고 아이들의 웃음으로 물꼬는 가고 있다.

무엇이 우리가 살아가는 데 중요한가?
자유학교에선 무엇을 할 것인가?30% 일반 교과학습(자신에게 맞는 단계를 찾아가서 함)30% 일년 단위 프로젝트 (삶과 밀착된 것 가운데, 원하는 아이들끼리 지도교사와 함께)30% 일과 명상과 예술을 통한 교육10% 자유활동학교는 해체되어도 된다. 마을 전체가 우리의 학교이고 마을 어른들이 우리들교사일 것이다. 학교 안에서는 그 중심에 부엌이 있을 것이고 그 불가에서 우리는화기로울 것이며 행복할 것이다.

3.0
아이들에게 모든 것이 허용될 그러한 시기가 필요하다...누구나 무조건적인 사랑을받을 자격을 갖고 있다...자신을 증명해야 하는가, 우리는 이미존재하는데...자신을 비참할 정도로 증명해보일 필요를 누가 만들었는가...



(1998.4.17.쇠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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