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자는 자주 비영리단체에 화를 낸다. 속에 감추고 있을 때도 있지만 가끔씩은 바깥으로 격하게 분출하기도 한다. 모금의 현장에서 이런 분노를 경험하는 실무자나 비영리단체의 리더는 당황한다. 그리고 자존심이 상한다. ‘나는 안락한 삶은 포기하고 나를 희생하며 이 길을 가고 있는데…. 왜 이렇게 세상은 나를 몰라줄까?’
 
정치인들은 욕을 먹는 것 보다 잊혀지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한다. 그래서 가십에라도 오르내리기를 바라나 보다. 사실 모금의 현장에서 기부자의 분노 표현은 많은 경우 비영리단체에 긍정적인 메시지이다. 애정이 없는 이들은 그들의 분노를 표현조차 하지 않는다. 모금전문가들은 이 기부자들의 분노의 근원을 ‘기부자 이슈(Donor Issue)’라는 분야로 특별히 관리하고 연구한다. 분노에는 많은 진실이 들어있다.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모금현장에서 반대와 분노를 만나게 될 때 즉시 반대 논리를 들이대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다음과 같은 순서로 대처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1.     <공감하라>
반대의견과 분노의 근거에 대해서 동의하는 것과 공감하는 것은 다르다. 그 사람의 분노에 대해서 이해한다는 공감을 표시하라는 말이다. ‘아 그렇게 느끼시는 군요. 그런 의견을 가지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희도 그런 지적을 많이 받고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사안입니다.’ 때로 어떤 기부자의 분노에 대해서는 여러분이 즉각적으로 사과해야 하는 것도 있다. 먼저 논리로 이기려고 하지 말라. 기부자는 논리 싸움에서 설득당하기 때문에 여러분 단체에 기부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와 같은 세계를 만들려고 하는 단체에 기부한다. 공감이 처음 단계이다.  
  
2.     <다른 정보와 논리를 공유하라>
공감대가 형성되었다면 이제는 이슈를 제기한 기부자에게 다른 정보와 논리를 지혜롭게 제시할 차례이다. ‘사실 이런 측면도 있습니다…..’로 시작하는 사실의 제시에는 평면적인 논리의 충돌이 아니라, 다른 차원과 관점을 제시하고자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각 단체는 평소에 기부자가 제기할 수 있는 기부자 이슈에 대한 분석과 이에 대한 대응논리가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3.     <문제해결의 프로세스에 대해 투명하게 이야기하라.>
진실한 문제 제기에는 공감만으로는 해결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비영리단체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야 되는 사안도 존재한다. 이때 담당자는 자신이 책임지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와 단체 안에서의 의사결정 프로세스와 개선과정을 거쳐야 하는 사안을 구분해야 한다. 담당자가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은 ‘그 문제는 제가 돌아가서 해결하고 언제까지 그 결과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이 문제제기를 통해서 저희가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태도로 의사소통하는 것이 적절하다. 담당자의 차원을 넘어갈 때는 ‘선생님의 의견을 반드시 조직의 책임자에게 전달하겠습니다. 시간이 다소 걸릴 것이지만 그 진행과정에 대해서 제가 선생님께 알려드리겠습니다’라는 방향으로 문제 해결의 길을 제시해야 한다.
 
기부자는 단체들이 문제제기에 성실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통해서 신뢰를 회복한다. 사실 위기관리의 상황에서도 같은 원칙이 적용된다. 나는 모금의 현장에서 분노한 기부자가 가장 충성스러운 참여자가 되는 것을 자주 보았다. 기부자의 불평은 조직에서 우선순위를 가지고 대처해야 한다.
 
 
㈜도움과나눔 최영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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