八玄秘訣/25,연재를 마치고

배움 조회 수 4359 추천 수 0 2009.05.02 17:30:00

A518.jpg

 

***연재를 마치고 한번 못쓰는 글씨지만 한번 휘둘러 보았습니다.

나는 글씨를 많이 쓰 보지는 않았지만 그 법수는 잘 알고 있다.
이러한 법수를 가지고 많이 쓰고 몸에 익혀야 하는데 먹고 산다고 그러한 호사를 누릴 기회가 없다가
이제 한갑을 지내고 나서야 세상의 잡다한 일을 모두 그만두고 설악산 남록에서 집도 짓고 후학을 가르치는 일로 지내다가
내가 사는 집 마당 한켠에 땅속돌벽흙집을 짓고 그 곳으로 가는 경계선에다 운방장세(雲傍藏世: 구름곁에서 세상을 감추다)라고 적어 두고
내가 거처하는 집의 이름은 지운 김철수선생께서 정계를 떠나 향리에서 손수 흙집을 짓고
이름하기를 "이만하면 편안하다"라 하여 이안실(易安室)이라고 짓고 사시는 것을 보고 나도 따라 그 이름을 쓰서 방 앞에다 걸어 보았는데
지운선생의 방에 비해 너무 크고 호사스런 방이라 고칠 이름이 생각나면 다시 짓기로 하고 우선 걸어 붙혀두다.
..................................................................................................

**붙인 글
石壁土窩① / 땅속 돌벽흙집의 이름을 이안실(易安室)이라고 짓다.

이안실은 우리 할아버지께서 말년에 낙향하여 토담집을 짓고 손수 짓고 쓰셔서 걸어두고 사셨다.
할아버지(遲耘김철수 1893~1986) 는 1947년에 낙향하여 40여년 은거 하시던 곳에
1968년에 손수 지으신 토담집 이름을 이안실(易安室)이라 하셨다.
그 때는 그저 할아버지 말씀대로 "이만하면 편안하구나" 라고 해서 이안실이라고만 한줄 알았는데
그 글귀의 뒤에는 깊은 의미가 있었다.
나도 나이들어 도시를 떠나 귀농했으니 집도 조그마하게 주위에 지천으로 늘려 있는 돌과 흙과 나무로 소박하게 짓고 살아야 하겠다고 마음먹고 조그마한 토담집을 지어 살고 있는데
나도 한 때 공동체에서 머물면서 살았으나 그 곳이 싫어 나와 흙집을 짓는다고 땀을 흘리고 있다.
할아버지께서 처음 이안실이라고 쓰서 붙힌 이름의 저변에는 아래와 같은 의미가 있음을 늦게 알았다.
"중국 동진의 시인 도연명(陶淵明, 365~427)처럼 귀거래(歸去來)를 한 것이다.
도연명은 팽택현의 현령이었다. 그가 받았던 녹봉은 쌀 닷 말이었나 보다.
“나는 5두미(五斗米)를 위하여 향리의 소인(小人)에게 허리를 굽힐 수 없다”고 개탄하였다 한다.
“돌아가자!(歸去來兮) 고향 전원이 황폐해지려 하는데 어찌 돌아가지 않겠는가.(田園將蕪胡不歸)”라고
귀거래사(歸去來辭)를 부르며 고향으로 돌아와 땅을 파고 밭을 일구었다.
귀거래사의 진수는 다음 대목에 있다 할 것이다.
"引壺觴以自酌
眄庭柯以怡顔
倚南窓以寄傲
審容膝之易安
술병과 잔을 끌어당겨 스스로 따르고
정원의 나뭇가지 바라보며 얼굴에 기쁨이 가득하구나
남쪽 창에 기대어 오만함에 의지하고
무릎을 겨우 거둘만한 곳을 찾아 편안함으로 바꾼다."
아마 할아버지께서도 마지막 귀절의 이안(易安)에서 따 왔으리라 여겨진다.
無耘(토수)sowooz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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