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세미나-유기농업을 위한 토종종자의 보존과 관리
유기농업의 본류 토종종자, 종자주권을 지키는 일

흙살림은 지난 9월11일 오후2시 흙살림 괴산 교육장에서 토종전시포 방문의 날 행사와 ‘유기농업을 위한 토종종자의 보존과 관리’라는 주제로 토종세미나를 열었다. 토종종자전문가와 토종으로 농사짓는 농민, 종자보급을 하는 연구가 등 내로라하는 토종을 사랑하는 분들이 모여 유기농업의 본류를 지키고 보존활용은 어떻게 하면 좋은지에 대해 머리를 맞댔다. 무엇보다 토종종자를 지키는 일은 종자주권을 지키는 일로 토종종자를 활용해 경제성을 확보하는 일을 고민하자고 입을 모았다. 이날 나온 내용들을 요약했다. (편집자 주)

발제1- 안완식(토종연구가) : 토종의 중요성과 보존활용
우리나라는 남북으로 길게 뻗어있고, 좁은 면적에 비해 섬도 많고, 연간 기후 차이, 강수량 차이가 많다. 환경자체가 다양하므로 거기서 살아가는 생물종은 다양할 수밖에 없다. 식물종이 4,200여종, 작물이 250여종이고 그 중 한국에만 있는 것은 407종 정도다. 세계 면적의 0.163%밖에 안 되지만 식물종수로는 1.57%로 10배 정도 밀집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국립농업유전자원센터에 보관하고 있는 것은 211종(여기서 종이란 사람, 개 같이 품종 차이는 무시한 종 구분을 기준으로 함. 쌀, 보리, 밀이 품종은 많지만 한 종)이다. 화곡류는 14종 1만여점이다. 1985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전국에서 수집해 온 것이다. 두류, 서류, 채소, 특용, 사료, 약용, 화훼 등 종마다 가지 수는 다양하게 많다.
토종이 유기농업에 유리한 이유는 몇 가지를 들 수 있다. 환경적응성이 높다. 오래 재배하면서 좋은 것만 선발해서 종자로 하니까 절로 그렇게 된다. 내재해성도 높다.
적은 비료에 높은 적응성을 갖고 맛이 좋다. 신토불이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이 들 수 있다. 신품종은 내병성이 강하긴 하지만 특정레이스는 특정한 병에 또 약한 특징이 있다. 토종은 병에 골고루 걸리지만 다 절단나지는 않는다. 토종은 종자 주권을 지키는 첫길이다.
665품종을 육종하는데 토종이 33% 들어갔고, 원예는 455품종 육종에 토종이 41% 기여했다. 참깨, 들깨, 녹두는 100% 토종에서 선발한다. 보리는 65%가 토종에 의존한다. 앉은뱅이밀은 경남 남해에서 수집한 것인데, 키가 작아서 쓰러지지 않는다. 이 특성을 미국인이 밀 육종에 집어넣어서 1969년 노벨평화상을 받는다. 세계 밀의 25%. 미국 밀의 95%에 앉은뱅이 밀의 유전자원이 들어갔다. 미국은 한국 콩 3,561종을 1900년대에 수집해 갔다. 180종을 육종해서 미국콩의 80%를 점유하고 있다.
토종이 빨리 없어지고 있다. 자생식물 4,337종 중 259종이 거의 없어졌고, 85년에 수집할 때랑 93년에 똑 같은 집에 가서 수집할 때 75%가 없어졌다. 토종 소멸 원인은 신품종 보급, 농업인구감소 및 노령화, 농업소득 증가, 생태계 파괴 및 남획, 도로, 공장, 간척 난개발이 원인이다. 유전자원의 역동적인 보전을 위해 종자은행에서 보전하는 것은 종자를 재우는 것이다. 농가에서 보존하면 농민들이 알게 모르게 육종을 해 가면서 보존이 된다. 농민의 손에 의한 선발해야 적극적인 활용이 가능하다.
종자의 수명은 상온 저장할 경우 단명종자가 된다. 기본적으로 잘 익은 종자는 수명이 길다. 따서 익혀 후숙시켜 채종하는 것이 좋다. 종자는 잘 말릴수록 좋다. 수분량 7~10%가 적당하고 저장온도보다는 습도가 낮은 게 5배 더 중요하다. 저장고 온도는 낮을수록 좋고 습도는 30~40% 이내로 해야 한다. 저습조건은 실리카겔 같은 건조제를 넣어서 맞춰준다. 밀폐용기에 담으면 흡습을 안 한다. 자주 여닫으면 흡습해서 종자수명이 짧아진다. 영하 20도에 저장하면 20년까지 저장 가능하고, 영하 3~4도에서는 5~10년 저장이 가능하다. 꺼낼 때는 습하지 않은 곳에서 1시간 정도 냉장고에서 꺼내 보관하고 실내에 두었다가 사용한다. 덜 말랐는데 꼭 막아서 저장하면 금방 죽는다. 종자가 호흡을 많이 하니까 호흡 안 하게 해서 저온저장하면 오래 보존할 수 있다.

발제2-윤성희(흙살림이사) : 유기농업을 위한 토종 종자의 활용방안
흙살림 토종전시포는 2007년 처음 만들었다. 2007년도에 유지한 토종 중에서 일정 부분 품종 특성이 안정화된 종자의 증식을 체계적으로 도모하고, 지속적인 토종종자 확보를 위해 농촌현장을 방문할 것이다. 연간 100여종의 토종유지포장을 운영하고 1,000여평의 증식포장을 흙살림유기농 시험농장(불정면 앵천리, 삼방리)에서 관리해나간다. 자체 품평회 및 전문가 자문을 받아 수집된 종자의 유전적, 품질적 특성을 조사하고 안내하여 토종확대의 기초 작업을 진행한다.
선발 또는 평가된 유기 토종 종자를 보급하여 재배한다. 토종종자를 바탕으로 한 토종마을을 2008년부터 괴산 흙살림 회원 단지를 중심으로 시범적으로 만들어나가고 유기농업, 전통농업과 연계한 토종농업을 개발, 보급한다. 토종종자의 의미를 배가시키기 위해 친환경유기농업 기술과 연계하여 토종의 독특함이 더욱 빛나게 할 것이다. 토종농장을 활용하여 도시민과 함께 하는 토종체험, 토종관광과 연계하고 일정부분은 직거래 우량회원을 확보하여 판매도 안정화시켜 나간다.
생산된 토종이 1차 농산물로만 유통된다면 그 부가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가공을 통해 유기토종이 갖고 있는 수많은 장점을 부각시키고 보다 다양한 소비와 유통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여야 한다.
괴산군이 토종의 연구, 생산, 유통, 가공, 교류 사업의 중심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지원센터의 건립이 필요하다. 괴산군 유기토종지원센터는 토종과 관련된 지역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는 중심으로 각종 토종 사업 기획과 운영을 담당해 나갈 수 있다.
군내 농민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가장 체계적인 토종사업의 훈련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유기토종 생산자의 교육과 훈련 중심지로 거듭나게 한다. 토종농업이 사업으로 성립되기 위해서는 유기토종브랜드를 개발하여야 하며, 토종인증제를 실시하여 생산자 및 소비자의 신뢰를 획득하도록 한다.
토종이 개별 농장 안에서만 이루지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의 각종 행사와 연계되고, 도로 등의 경관작물로도 재배되어 지역 전체가 함께 육성해가는 토종군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농가뿐만이 아니라 지역민 전체가 함께 가꾸고 누리는 1가구 1토종 운동을 벌여나가 지역 고유문화로 탄생하면 좋겠다.

패널토론

정길웅(단국대 전 교수, 현 토종연구회 회장) : 토종이 왜 중요하냐를 과학적 접근 방식으로만 보면 잃어버리는 게 더 많다. 조상의 지혜가 뭔지, 소비자들의 마음의 원형에 어떻게 불을 지를 수 있을까도 고려해야 한다. 괴산, 음성, 제천 이 지역이 전통적으로 잡곡 주산단지이므로 이 지역에서 2017년(10년 후) 세계 토종 엑스포를 목표로 삼고 내년부터 토종페스티발을 통해서 소비자들의 마음에 생명의 활력을 불어넣기 바란다. 모두들 토종이 내 몸에 좋다는 것을 마음으로 이해는 하지만, 이용은 잘 안 한다. 하나의 정신운동으로 승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생태 문제, 근본에 대해 고민하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민간차원에서 힘을 키우자.

오세식(경북농산물원종장 의성분장) : 토종종자보급을 93년부터 매년 3톤 이상 종자를 경북지역에 공급하고 있다. 35개 품종 1만4,000평 농사짓고 14만평을 관리하고 있다. 각도마다 농산물원종장이 다 있는데 식량작물 종자를 생산해서 농가에 직접 공급하는 일을 하고 있다. 모두 매년 재배해서 공급하긴 어려우니까 토종 30여종을 그렇게 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경제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농민들이 할 수 없을 것이다. 5%만 과잉되어도 값이 폭락한다. 농민들이 원한다고 한두 가지만 보급했을 때는 값 폭락의 우려가 있어서 종자 수급을 조절하고 있다. 어렵고 힘들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홍진희(청주, 농민): 한살림 생산자로 10여년 농사하고 있다. 유기농업이 원래 순환에 입각한 원칙인데 종자를 시장에서 사다 쓰는 것을 고민하다가 산간마을을 지나다 할머니가 모종해 놓은 것 토종오이 두 개를 받아 왔다. 이제는 300평 정도에 조선오이를 하고 있다. 정확하게 똑같은 품질이 나오지 않고 다양하게 나와서 처음엔 어려웠다. 3~4년 동안 받으면서도 다른 오이가 나오다가 이제는 한살림 조선오이라는 이름으로 공급할 수 있을 정도도 선별이 되었다. 열매가 많이 달리지 않는다. 가장 잘 된 게 포기당 10개 남짓 수확했다. 백다다기 오이의 60~70% 정도 수확이다. 한살림에서는 재래오이를 100원 더 값을 쳐줬다. 30~40년 동안 어머니가 해 오신 파도 3년 전부터 채종해서 하고 있다. 현재 70% 정도 재래종자를 가지고 농사하고 있고 확장하고 싶다. 순환에 입각해 씨를 받아 다음해 뿌리는 게 원칙인데 요즘 많이 잃어버리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새로 농사를 시작하는 사람이나 순환농업에 관심 있는 사람들과 같이 하고 싶다.

한영미(전여농 정책위원장) : 전여농에서 토종씨앗 지키는 것을 핵심사업으로 하고 있다. 나이든 여성농민들이 지나온 삶의 영광을 되돌려 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 분들이 가지고 있는 전통적인 기술, 지식을 젊은이들에게 알려주고 전수하고 싶었다. 와 닿는 부분이 종자였다. 종자는 단순히 지속가능한 씨앗으로의 의미 외에도 사회문제를 푸는 해결의 씨앗으로도 의미가 있다. 과학기술에 의해 기업가에 의해 만들어진 종자를 운동으로 풀어야지 토종을 지킬 수 있다. 단순히 나 하나가 토종을 한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
개정되는 종자산업법에는 기업이나 육종가가 신품종을 개발한 것에 대해 인정해 주고 있는 반면 개별농민들이 종자를 채종하고 보존하는 것을 억압할 수 있다. 전여농에서는 종자를 지키는 사업이 FTA 문제를 해결하는 부문과 연결되어 있다. 적극적으로 논의를 모아서 우리땅에서 우리농산물, 전통의 지혜가 녹아나고 지속가능한 미래의 열쇠를 무기화해서 생활할 수 있게 힘들을 모아야 하겠다.

안철환(흙살림전통농업위원회 위원) : 토종종자뿐 아니라 농법도 같이 보존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옛 농법을 보면 쟁기 위주 경운, 직파 위주, 풀거름 위주, 작부방식, 돌려짓기, 사이짓기, 혼작 등 다양하다. 볍씨를 20여 가지 하는데 키가 다 크다. 키가 크니까 다 쓰러진다. 거름을 안 줘도, 찬물에다 농사지어도 쓰러진다. 경운을 많이 해서 흙이 딱딱하니까 지상부 길이만큼 밑으로 못 내려간다. 그러니까 토종씨앗으로 농사짓는다면 토종농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직파는 직근을 살리는 농법이다. 직근은 지주 역할을 한다. 직근이 잘린 모종은 천근만 발달하니까 영양을 많이 흡수해서 위를 키운다. 직근이 지주 역할뿐 아니라 건강성을 지탱해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토종 종자를 보급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농법도 중요하다. 거기에 현재의 유기농법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답을 갖고 있지 않을까 싶다.

조완형(한살림 상무이사) : 소비자가 토종에 대한 자기 신념으로 이해했을 때 지불의사가 높아질 수 있다. 토종에 대한 이해, 필요 정도를 소비자의 요구와 의사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토종 개념, 기준에 따른 인증제가 농가 소득에 프리미엄으로 작용할 수 있게 민간 중심의 제도나 기준이 필요하겠다. 일본에서 400년 된 국수 공장을 갔는데, 그 지역에서 생산된 40톤 밀을 그 공장에서 가공해서 지역브랜드를 만들었다. 토종 가공에 대해서는 농가 차원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네트워킹이 되어 프로젝트로 하는 것이 더 가능성이 있겠다.
CO2문제가 일본에서는 심각하다. 미국산밀로 만든 빵은 CO2 발생이 얼마만큼이고 우리지역 밀로 하면 하면 내 개인은 CO2 발생이 얼마가 줄고, 우리 단체는 얼마가 줄고, 일일실천에서 줄어드는 양, 연간 줄어드는 양과 그로 인한 대체 자원양 따위를 수치화 하는 것이 운동에서 필요할 것이다. 토종도 마찬가지이다.

이태근(흙살림 회장) : 지자체의 협력 속에 생산 농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업으로 만들어 가기 위한 구상을 하고 있다. 다른 지역과도 필요하면 연대 협력을 해 보자는 생각이다. 일본 자연예술농법 연수를 가서 보니 일본은 GMO를 이기는 종자가 농민 손에서 만들어졌다. 7년 정도 해서 그 땅에 맞는 종자를 개발해 내고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곳곳에서 자기종자를 만들어 내고 개발해 내야겠다. 개인 농가의 역할, 연구자의 역할, 단체의 역할 같은 것은 추가로 더 구체화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농부로서의 자긍심, 사회 속에서 의미를 찾고 더 좋은 방향의 일을 찾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 대우받자고 하는 일은 아니지만. 오랜 시간 열띤 토론에 감사드린다. <정리 : 이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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