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아원 동미 >

옥 영 경


어제는 아빠가 왔어요.
오래 오래 보고 싶었어요.
전에는 아빠랑 살았거든요.

그런데 아빠가 울다 갔어요.
동근이 오빠가,
동근이 오빠는 우리 오빠예요,
나보다 두 살 많으니까 여덟 살이구요,
엉덩이 시퍼렇도록 맞았거든요,
같은 반 형한테 맞았거든요.
피도 났어요.
맞아서 팔에도 멍이 들었거든요.
그제 오빠가 병원에 실려 간 것도 아빠한테 말해줬어요.
배가 아파서 그랬어요.
아빠가 많이 많이 울다 갔어요.
그래서 나도 울었어요.

우리 아빠는요,
나를 너무 사랑하고
오빠도 너무 사랑해요.
아빠는 우리를 데리러 꼭 온다고
혹시 늦게 오더라도 우릴 잊은 건 아니라고
아빠는 크게 다시 말해주고 갔어요.
자꾸 자꾸 돌아보며 갔어요.
같이 살 땐 설거지도 도와주고
아빠 어깨도 주물러드렸는데...

오늘은 그림반에 첨 갔어요.
일곱 살들만 가라 했는데,
같이 가고 싶어서 눈물이 났는데,
진호랑 같이 가도 된다고 했어요.
봉사 오는 선생님이 일곱 살 반만 가르쳐요.
“동미는 아직 크레파스가 없겠네.
조장환 오빠가 빌려 줄 거지?”
“네.”

노란색으로 그리고 싶은 걸 먼저 그렸죠.
아빠를 그렸어요.
아빠랑 살던 우리 집에선
아빠가 해주는 밥을 먹었지요,
돈 벌러 아빠가 지방까지 가기 전엔.

“동미야, 이거 써.”
은용이 오빠가 크레파스를 줬어요.
“안돼! 야, 내꺼 써.”
장환이 오빠가 은용이 오빠 크레파스를 밀쳐버렸어요.
“내꺼 쓰면 안돼?”
“선생님이 내꺼 쓰라 그랬잖아.”
장환이 오빠가 화를 내면서 자기 꺼를 더 가까이 밀었어요.
“조장환이 오빠랑 쓰라고 했지, 선생님이?”
장환이 오빠가 그렇게 말했지만
고개를 끄덕일 수가 없었어요.
은용이 오빠도 나랑 같이 쓰고 싶어 하니까요.
빨간색은 장환이 오빠 꺼,
파란색은 은용이 오빠 꺼,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써주었어요.

나는 참 바빠요.
후원자한테 편지도 써야 해요.
글씨를 모르면 안 써도 되지만
나는 편지를 쓸 수 있거든요.
전에 엄마한테도 편지를 써 봤어요.
어디로 보내야할지 몰라서 내 보물 상자 안에 뒀는데,
그게 지금은 어디 있을까...
하고 싶은 말을 쓰는 게 편지래요.

후원자는 나를 도와주는 사람이에요.
지금 우리 집에선 모두 후원자가 있어요.
원장선생님 돈만으로는 우리가 살 수 없대요.
세상에는 어려운 사람을 돕는 사람이 많대요.
우리에게도 착한 사람들이 돈을 보내요.
우리가 잘 커서 갚아줘야 한대요.
아니, 아니, 우리가 잘 자라면 그게 갚는 거래요.

나는 편지를 써요,
고맙다고 쓰고,
놀이터에서 논 얘기도 쓰고,
밥 뭐 먹었나도 써요.
그림도 그려 넣어요.
나를 그려요,
오빠도 그려요,
아빠도 그리구요.

후원자가 보낸 돈 가운데는 모아두는 것도 있어요.
나중에 우리가 이 집을 떠날 때 가져간대요.
그땐 돈이 아주 많이 필요할 거래요.

일요일엔 사람들이 와요.
귤도 사오고 과자도 사오고
연필도 사오고 지우개도 사와요.
머리를 깎아 주러도 오고
노래를 불러 주러도 와요.
사람들은 우리 집 식구들이랑 사진 찍길 좋아해요.
오빠들과 언니들은 그걸 싫어하지만
총무님이 같이 잘 찍으라고 했어요.
언니들이 그랬는데
아무리 부자가 와도
한 번 왔다 가면 그만이라 싫대요.
나도 그래요.
내일도 모레도 또 오는 사람이 좋아요.

새 식구가 왔어요.
나보다 더 어린 대현이가 있어요.
세 명이나 되는 누나랑 왔어요.
아빠랑 엄마랑 이혼을 해서
아빠랑만 살다 왔대요.
한 달이나 아빠가 집을 나가서
돌아오질 않았대네요.
그래서 옆집 아줌마랑 동네사람들이 돌봐주기도 했대요.
그러나 자꾸 그럴 수가 없어서
동사무소에 연락해서 여기로 왔대요.
우리는 우리 아빠가 여기로 데려왔는데,
대현이네 아빠는 대현이가 보고 싶을 때 어쩌지요?
여기 온 줄 모르니까
울 아빠같이 못 올지도 몰라요.
참 안됐어요.
대현이에게 잘해줘야겠어요.
노래도 불러주고
종이배도 접어줄래요.

“동미는 얘기를 잘 알아듣는 구나.”
아빠가 자주 그러셨는데
여기서도 선생님들이 그래요.
그러면 아빠 생각이 나요.
예쁘게 잘 지내고 있으면
아빠가 더 빨리 데리러 올지 몰라요.
여기가 지금은 우리 집이지만
아빠랑 있는 우리 집이 머잖아 생길 지도 몰라요.
아빠가
정말

데리러 온다 그랬단 말예요,
꼬옥...

(1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