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꽃피는 봄이 오면은/ 나는야 언니 따라 화전놀이 간다//

아늑한 골짜기에 자리를 깔고/ 진달래 꽃전을 같이 지진다//

달님처럼 둥그런 진달래 꽃전을/ 송화가루 냄새보다 더 구수하며//

나는야 언니하고 같이 먹으면/ 뻐꾸기도 달라고 울며 조른다//

 

박경종의 동시 화전놀이에 김동진은 곡을 붙였더랬다.

 

삼월삼짇날이면 화전놀이들을 했다.

그 옛날 산천에 진달래 피면 마을 아녀자들이

꽃부꾸미와 꽃떡과 국수며를 먹고 춤추고 노래하며

겨울을 지낸 몸에 봄을 넣었다.

시를 읊고,

꽃술을 따서 패를 나눠 서로 마주 걸고 당겨 끊어내는 놀이를 해서

이기면 상주, 지면 벌주를 마시기도 하며 하루 해 질 때까지 놀았다지.

담장 안에 있던 여인네들이 나왔던 여자들의 연대활동? 그쯤.

그리하여 화전놀이, 꽃놀이는, 규방가사 화전가(화류가, 화수가, 낙유가)를 낳았다.

지방마다 있더라.

시집살이 애환들이 담겼기도.

근치길이 제일이요 화전길이 버금이라.’

상주지방 화전가 한 구절이다.

가사 말미에는

가사의 만든 때, 지은이의 택호, 가사를 짓게 된 까닭, 아랫사람들에게 주는 충고와 경계의 격언들이 담겼다.

 

오늘은 그 삼월삼짇날,

여러 곳의 재주꾼들이 모여 진달래며 봄꽃들로 화전을 부치며 놀았다.

장구치고 북치고 소리하고 플롯불고 기타치고 첼로도 켰다.

시카고에서 첼리스트로 있었던 한 친구는

몇 해 전 한국인 엄마를 따라 와서 영어교사로 일하고 있었다.

조각가가 도예가도 있었고, 더러 글쟁이들도 있었다.

 

그런데, 마지막에 구경꾼에 가까웠던 나를 그예 불러내 소개를 해달라 하였는데,

, 소개라...

오늘은 그 자기소개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였네.

하는 내가 아니라 듣는 그들을 생각해야 하는 말하기였다.

그들이 궁금한 부분, 그들에게 의미 있을 정보를 주어야!

올 봄의 화전놀이가 남긴 깨침이었더라.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6614 계자 세쨋날 1월 7일 옥영경 2004-01-08 2093
6613 계자 네쨋날 1월 8일 옥영경 2004-01-09 2092
6612 운동장이 평평해졌어요 옥영경 2004-01-09 2169
6611 계자 다섯쨋날 1월 9일 옥영경 2004-01-10 2226
6610 계자 여섯쨋날 1월 10일 옥영경 2004-01-11 2212
6609 성현미샘 옥영경 2004-01-11 2536
6608 계자 일곱쨋날 1월 11일 옥영경 2004-01-12 2143
6607 계자 여덟쨋날 1월 12일 달날 옥영경 2004-01-13 1824
6606 계자 아홉쨋날 1월 13일 불날 옥영경 2004-01-15 1786
6605 계자 열쨋날 1월 14일 물날 옥영경 2004-01-16 2281
6604 계자 열 하루째 1월 15일 나무날 옥영경 2004-01-16 2146
6603 계자 열 이틀째 1월 16일 쇠날 옥영경 2004-01-17 2311
6602 계자 열 사흘째 1월 17일 흙날 옥영경 2004-01-28 1788
6601 계자 열 나흘째 1월 18일 해날 눈싸라기 옥영경 2004-01-28 1904
6600 38 계자 갈무리날 옥영경 2004-01-28 1666
6599 새해, 앉은 자리가 아랫목 같으소서 옥영경 2004-01-28 1791
6598 푸른누리 다녀오다 옥영경 2004-01-29 2562
6597 눈비산마을 가다 옥영경 2004-01-29 2355
6596 39 계자 첫날 1월 26일 달날 옥영경 2004-01-29 1777
6595 39 계자 이틀째 1월 27일 불날 옥영경 2004-01-30 2039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