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공부 날적이

조회 수 864 추천 수 0 2003.05.15 20:27:00
4336. 5. 15. 나무날

오늘은 상촌 초등학교 체육대회 하는 날이자, 스승의 날!
이 땅의 모든 선생님들게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애들이 가방도 없이, 체육복 바람으로 뛰어들어옵니다. 하얀 체육복을 입은 모습이 너무 이쁩니다. 여긴 청군, 백군이 아니라 석기봉, 삼도봉으로 나누어서 체육대회를 한답니다. 그러니까 애들 사는 지역을 둘로 나누어서 한 쪽은 삼도봉, 한 쪽은 석기봉. 주리는 자기가 속한 삼도봉이 졌다고 내내 입이 닷발은 튀어나와 있습니다.
아이들이 들어오고 따라서 어머님들이 들어오시더라구요. 누구신가 했더니 차유 무연이와 상연이 어머님, 주리 어머님, 해림이 어머님이 애들 따라 들어오셨습니다.
애들이 자유학교를 너무 좋아한다는 얘기, 저러다 학교 안 가고 자유학교 다닌다 하면 어쩌냐는 얘기, 간식 먹은 거 맨날 와서 자랑하고, 오늘 뭐 먹었으니 저녁 안 먹어도 된다 했다 하고, 너무 고맙다고...
애들이 있어 저희도 너무 좋다고 말씀드렸지요.
주리는 어제 가서 집에서 어디서 바늘과 실을 꺼내더니 그걸 꿰려고 하다하다 한 되니 그냥 울더랍니다. 어머님이
"너 뭐 하냐, 그걸 왜 하려고 하냐?"
해도 뭐 할 게 있다면서 굳이 굳이 실을 끼려고 하더랍니다.
참, 스승의 날이라고 선물도 주셨습니다. 밭에서 일할 때 쓰시라고, 희정샘이랑 저가 쓸 모자! 그 꼭 서부영화 보면, 개척시대 때 남자, 여자들이 쓰던 갈색의 모자, 꼭 그 모자 닮았습니다. 여자들은 앞치마 두르고 쓰고, 남자들은 긴 장화에 총 옆에 차고 쓰던 카우보이 모자, 너무 재밌었습니다.
어머님들과 아이들과 같이 평상에서 부추전 해서 모과차에 같이 먹었지요. 애들은 부추전보다 그 사이사이에 있는 오징어를 더 불을 켜고 먹대요. 오징어가 맛있나 봅니다. 게 눈 감추듯 먹고 애들은 얼음땡 하러 가고 어머님들은 돌아가셨습니다.
오늘은 애들이 대개 일찍 왔습니다. 체육대회 끝나고 바로 와서 두 시쯤에 오더라구요. 일찍 오기도 하고 해서, 애들과 토끼장을 마저 만들자 했지요. 애들 무지 좋아합니다. 삽, 망치, 못, 톱, 철사, 이런 거 대개 좋아합니다. 문도 마저 만들고 여기저기 풀이나 꽃도 심어놓고 정리하니 그럴 듯 합니다. 그리고 토끼를 넣어줬지요. 어리둥절한 토끼, 그래도 1년 넘게 그렇게 갇혀 살다가, 넓은 데서 땅도 밟으니, 좋은가 봅니다. 풀쩍풀쩍 뛰더라구요. 풀도 많이 뜯어다 넣어 주고, 공부하러 방에 들어갔습니다.
내일은 또 학교 개교기념일이랍니다. 그래서 학교 안 간다 하네요. 근데 애들 걱정은 자유학교를 어떻게 올까가 걱정입니다. 통학버스로 늘 물꼬 왔는데, 그렇지 못하잖아요. 애들이 데리러 와 달라 하는데, 안 된다 했습니다. 왠지 정말 학원 차량 같은 느낌이 들어서요. 대신, 너희들이 학교를 찾아오라 했지요. 차를 타고 오든, 걸어서 오든, 아버지를 꼬셔서 차를 타고 오든... 그리고 헐목에서 한 30분 걸어올라 오는 느낌도 좋을 것 같고, 각자 마을에서 그렇게 학교를 찾아오는 느낌이 왠지 제가 더 설레더라구요.
내일은 애들이 오면 그냥 종일 놀 생각입니다. 애들도 놀려고 일찍 오려 하던데... 애들이 오면 숨박꼭질을 해 볼까 합니다. 갑자기 애들하고 숨박꼭질이 하고 싶습니다. 어릴 때 엄마가 저녁 먹으라고 불러도 불러도 안 가고 하던 그 숨박꼭질!

천유상

2003.05.16 00:00:00
*.155.246.137

토끼장이 완성되었다니.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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