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36. 9. 29. 달날
내일이 상촌 초등학교 운동회라서, 오늘 애들이 늦게 왔습니다.
그런데 주리가 절 보자마자 대뜸,
"내일 운동회 때 올거에요?"
"글세, 가도 돼냐?"
"그럼요."
형민이와 형주는 변함없이 강아지를 끼고 있습니다. 새로 온 권두용이도 있습니다. 진아와 상남이가 안 왔네요.
오늘은 명상과 요가, 옛이야기 듣기만 하자 했습니다. 참, 애들 처음 들어와서 놀 때, 주리와 해림이는 수학공부를 했습니다.
요가를 하는데, 오늘 왕진이가 참 잘합니다. 누나 진아가 목이 아파 못 왔는데, 누나 몫까지 하나 봅니다. 명상을 하는데, 애들이 참 잘합니다. 움직이고 말 하는 건 잘한다, 그러니까 가만히 있는 것, 침묵하는 것도 좀 연습해 보자.... 애들 표정이 사뭇 진지합니다.
옹기종기 모여 앉아 옛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이야기 사이사이 간단한 그림들이 나오는데, 애들은 그 그림을 꼭 보려하대요. 그러면 교장선생님은 읽던 책을 돌려 들고, 한바퀴 좌악 돌려주죠. 애들 눈이 따라 돌아가고... 그리고 간식을 먹었습니다.
상범 : 야, 내일 운동회 때 너희들 뭐하냐?
상연 : 60m 달리기요.
무연 : 80m 달리기요.
민근 : 100m 달리기요.
상연 : 선생님, 저 내일 어쩌면 2등이나 1등 할 수 있어요. 경도와 제가 만만해요. 저번에는 저가 이겼구요, 이번에는 경도가 이겼어요.
상범 : 다른 애들이 너희 둘보다 빠르면 어떻해? 너희 둘이가 제일 빨라?
상연 : 네. 어, 5등은 절대 안 해요. 5등(하는 애)은 정말 느려요.
상연이가 2등이나 1등이라.... 덩치로 봐선 믿기지 않으나, 저번에 숨바꼭질할 때 날쎄게 뛰던 것으로 봐서 가능성도 있겠습니다.
교장샘 : 근데 내일 우리 가면 점심은 어떻하지? 학교에서 줘?
형민 : 학교에서 안 줘요. 꼭 도시락 싸 오셔야 해요.
물꼬 샘들 도시락도 좀 챙겨달란 얘긴데 눈치 없는 형민이라고는....
희정 : 야, 나 어릴 때는 학교 운동장 가운데 큰 솥 걸어놓고 동네 사람들 같이 밥 해 먹고 그랬어.
교장샘 : 그래, 우린 나중에 운동회 할 때 그렇게 하자.
맞습니다. 우리도 물꼬 운동회를 하겠지요. 상상만 해도 신이 납니다. 우린 정말 신나게 할텐데... 동네 사람들 다 와서 같이 국밥도 해 먹고, 동네잔치를 벌일텐데...
애들 내일 도시락으로 뭘 싸온다고 한참을 얘기하고 나서도 물꼬 샘들 도시락은 생각 못하는 아이들.... 이그 이래서 키워놔도 소용없다 하나 봅니다.^^
"엄마한테 많이 싸라고 할게요."
그래도 제일 눈치 빠른 상연이...
간식 먹고 바로 한데모임을 했습니다. 오늘은 2학기 들어와서 처음으로 노래를 배웠는데, '버들붕어'입니다. 노래가 어려워서 애들이 잘 따라하지 못하대요. 차에서 자주 들어보면 또 잘 따라할 겁니다. 마지막으로 자유학교 노래 2를 '손말'과 함께 했습니다. 그런데 하다 손동작이 틀렸다고 가르쳐주려는 민근이, 그 민근이에게 한마디 하는 하다,
"니가 선생님이야?" 세게 나가는 하다...
민근이는 먼저 가고, 다른 애들은 운동장에서 운동회 연습 겸, 이어달리기 한판 했습니다.
살구나무에서 농구대 돌아 오기!
차 타고 집에 가는데, 상연이와 해림이가 창문 여는 것 때문에 싸움이 붙었습니다. 그러다 해림이가 울고, 애들은 운다고 나에게 알려주고... 그러던 싸움이 몸무게를 시비 거는 데까지 갔습니다.
해림 : 2학년인데 나보다 몸무게도 많잖아.
이때 불쑥 끼어드는 두용이,
"야, 그만해. 그런 걸로 싸우냐."
앞에 앉아 있다 역시 끼어드는 형민이,
"맞아."
내일 운동회 구경하러 한번 가야되겠습니다. 한번 뛰기도 하고... 재밌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