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공부 날적이

조회 수 864 추천 수 0 2003.06.04 19:46:00
4336. 6. 4. 물날

들어오자마자 수진이가 '동양화' 배우면서 만든 부채를 보여줍니다. 부채에다 동백꽃을 그려 넣었는데, 제법입니다.
간식을 먹으면서, 옆에 앉은 상연이에게 물었습니다.
"상연이는 꿈이 뭐야?"
"꿈요.. 어.. 잠 자는 거요."
"잠 자는 게 꿈이야."
"네. 잠 자면 꿈 꿀 수 있잖아요."
"아, 그렇구나. 그러면 넌 커서 뭐가 되고 싶어?"
"음.. 몰라요."
"저는 뭐더라.. 어.. 그... 유전공학자요!"
옆에 옆에 있던 무연이가 낼름 대답합니다.
"어... 유전공학자가 되서 뭐하고 싶은데?"
"이로운 식물을 만들고 싶어요."
"전 체육관 할아버지가 되고 싶어요."
무연이랑 얘기하고 있는데, 상연이가 끼어들어 또 말합니다.
"체육관 할아버지? 그러니까 체육관 하는 아저씨의 할아버지?"
"아니요. 체육관 아저씨요."
"어, 그래."
"그래서 애들이 실패하면 용서해줄 거에요."
"어..."
"그리고 떠들면 용서 안할 거에요."
"그래?"
"그런데 용서해 줄 수도 있어요."
"......."
상연이의 말에 들어있는 많은 결들을 생각합니다.
(그 새 무연이는 옆에 옆에서 유전공학자 되면 뭐도 만들고, 뭐도 만들고 계속 얘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래, 무연아 그래서 위에는 포도도 달리고 감도 달리고 사과도 달리고 배도 달리고 그런 나무 만들어봐라."
"네. 그리고 뿌리엔 감자도 달리고 고구마도 달리는 나무에요."
"어, 그래 그래"
"참, 그리고 잎은 깻잎!"
"와, 정말 좋겠다."
"근데 샘은 뭐 만들고 싶어요?"
"나는 그냥 정말 맛있는 포도가 열리는 나무. 난 포도를 정말 좋아하거든."

오늘은 바느질로 인형을 만듭니다.
종이를 한 장씩 주고 자기가 만들고 싶은 걸 그리는데, 바느질 할 수 있게 정말 간단하게 그려보자 했지요.
주리와 저는 날개 달린 하트를 그렸습니다.
그 옆에서 상연이는 돌고래도 그렸다가 로봇도 그렸다가 하긴 하는데, 도체 크게 그리질 않습니다.
"상연아, 너무 작으면 바느질하기 힘드니까 좀 크게 그려."
그래도 한쪽 귀퉁이에 그리고..... 그나마 다행입니다. 무연이는 넘들 다 솜 넣을 때까지 로봇도 그렸다가, 포도도 그렸다가, 난리입니다. 마지막엔 물고기를 그려 간신히 희정샘한테 허락을 받았습니다.
수진이, 유진이 동생 대건이도 같이 왔습니다. 대건이를 볼 사람이 없을 때, 가끔 대건이가 누나들 따라 옵니다. 수진이, 유진이가 유별나게 목소리가 큰데, 대건이도 만만치가 않더군요. 이제 여섯 살인데... 수진이는 동생을 참 잘 봅니다. 청소도 잘하고, 정리정돈도 잘하고...
그래도 유별나게 목소리 큰 삼남매... 유진이에게 물었지요.
"너네 세 명 키우려면 어머님이 힘드시겠다."
고개 끄덕이며 유진이가 그러대요.
"힘들대요."

내일은 황간 반야사로 들공부 가기로 했습니다. 나들이 가듯 가볍게 다녀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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