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서 드리는 절,
죄송합니다.
볕 고맙기로야 어디 가을 들녘 뿐일까요.
어찌나 질기게 내려대던 비였던지요, 여기 대해리.
햇살이 아까워 부리나케 빨래 세 차례 널고
사택 앞마당, 도서관, 곳간 옆 통로들 쓸고 나니 하루해가 산마루입니다.
동네 안팎일로 전화 몇 통에 밥해 먹고 한데모임 하니
하이고, 열 한 시네요.
서운하셨겠습니다,
들어온 지 달포가 넘어 되는데도 걸음 없다고.
오자마자 학교에 쏟아지는 일에다
절간 공양주처럼 밥해대느라,
그리고 계절학교로
한달이 하루같이 지나버렸습니다.
계절학교 이제 끝났으니 오겠지 하시다가
또 서운하셨겠습니다.
시골일 학교일이란 것이 도대체 앞이 없고 뒤가 없으며
시작이 없고 끝이 없네요.
아침 먹고 돌아서면 점심이듯,
매고 돌아보면 벌써 무성한 게 풀밭인 것처럼.
대해리 들어온 뒤로 서울 나들이 한 번을 못하고 있습니다.
울 어머니도 얼마나 서운타 하실지...
길이 복잡해서 나갈 엄두도 쉬 못내겠구요.
찾아뵙고 인사해야는 줄을 왜 모르겠는지요.
늘 마음만큼이지 못한 게
새삼스러울 일도 아니고 맙니다.
아무쪼록 깊고 넓으신 어르신들이
아랫것 하나 품어주소서.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