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36. 11. 12. 물날

┃애들 옷들이 이제 정말 겨울이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산촌이라 일찍 찾아오는 겨울, 여름에 반팔티, 반바지에 새까맣고 맨날 깨져 오던 무릎에 약 발라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요.
┃영준이, 민근이, 무연이, 준성이, 상연이, 형민이, 두용이가 왔습니다.
┃두용이는 오늘 운동장에 있는 작은 연못에 오줌을 누다가 혼났지요. 혼내놓고 저 혼자 얼마나 웃었는 지 모릅니다. 세월이 흘러도 꼭 그런 애가 한명씩은 있는 게 너무 웃깁니다. 제가 그랬었거던요.

┃잠깐씩 하던 요가도 이제 제법 애들 몸에 붙어 자세가 나옵니다. 명상은 말할 것도 없구요. 이야기 한 편을 읽어주었습니다. 뒤늦게 들어온 하다는 다시 읽어달라하구요... 며칠째 오는 비에 밖에 나가 놀지도 못하고, 한쪽 옆에서 오늘은 칠교놀이도 합니다. 한쪽에선 책을 계속 읽고, 도란도란거리고 있는데 간식이 왔습니다.
┃사과 고구마 샐러드랑 따뜻한 우유. 하다는 샐러드 잘 안 먹는데,
┃"먹어봐, 얼마나 맛있는데..."
┃우리 인정많은 상연이가 한 말입니다.
┃오늘 하다의 치마 패션도 화제거리였죠. 교장선생님이 너희들도 한번 입어보라 했는데, 준성이는 고마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데요.
┃상연이와 두용이가 웬일로 계속 레슬링을 가장한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그때 갑자기 교장선생님이
┃'애들아, 둘러앉아 응원하자!" 그랬지요. 그래서 이 놈 응원하는 놈 있고, 저 놈 응원하는 놈 있고.... 자칫 격해질 싸움이 재밌는 한판 놀이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삶가꾸기 하는 날이지요.
┃11월의 주제는 공동창작입니다. 요구르트 병을 가지고 만들어 보려구요. 애들 다 모아놓고 공동창작에 대해서 애기 했습니다. 먼저 뭘 만들지 정하고 어떻게 만들지 얘기를 나눠서 만들어 봅니다. 오늘은 뭘 만들 건지만 정하자 했지요. 로봇이요, 차요, 로케트요, 비행기요, 우주 정거장 하며 우주도 갖다 오던 얘기들은 차츰 정리가 되어서 비행기, 기차, 석가탑으로 좁혀졌습니다.
┃<근데, 일화 하나,
┃기차를 밀던 영준이가 기차는 빠르다 했지요.
┃근데 버스를 밀던 하다가
┃"버스는 아무 데나 갈 수 있어요.">
┃그런데 그 중 뭘로 할 지 결정이 나지 않습니다. 제비뽑기, 가위바위보, 다수결 같을 걸로 하자고 얘기가 많았지만 잘랐습니다.
┃그런 것들이 결코 민주적이다 라고 생각지 않기 때문입니다.
┃서로의 얘기를 나누고 그래서 좋은 마음으로 한 곳으로 모이면 좋겠다.
┃내 얘기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 얘기도 소중하게 들으면 뭔가 조율이 좀 되지 않겠냐...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난 이 방법이 훨씬 인간적이라 생각한다....
┃같은 걸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끼리 모여서 왜 그것이 공도창작으로 적절한지 얘기를 모아봐라 했지요.
┃그래서 그 모아진 얘기를 전체가 다 듣고 다시 결정해보자 했습니다.
┃석가탑(민근, 영준, 준성) : 역사가 오래 됐구요, 민족혼이 담겨 있구요, 그리고 단순해서 만들기 쉬워요.
┃기차(무연, 두용, 하다) : 만들기 쉽고, 멋있고, 재료가 적당한 것 같다.
┃비행기(상연, 형민) : 빠르고 멋있다.
┃그래도 얘기가 모아지지 않습니다.
┃어떻게 할까 물었더니, 무연이가 그러네요.
┃"각자 그림을 그려서 그 그림을 보고 골랐으면 좋겠어요."
┃"좋다. 그럼 다시 각 패끼리 모여 그림을 그려봐라. 10분 뒤에 모여서 그림을 보고 결정하자."
┃각 패들이 구석구석에 가서 열심히 그리고 있습니다.
┃무연이가 기차 그림을 그리고 있었는데요, 하다가 옆에서 보고 있었지요.
┃무연 : 하다, 멋있나?
┃하다 : 아니, 이상해.
┃(조금 시간이 흐른 뒤, 무연이 기차 그림이 어느정도 꼴새를 갖추자)
┃하다 : 우와-! 멋있어졌다.
┃다시 모여 각 패들의 그림을 가운데 놓고 모두들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석가탑은 6학년 애들이 둘이 있어서 그런지 치수같은 것도 들어가고 대략 요구르트 병이 얼마나 필요하겠는지도 그림에 표시되어 있고 지들 딴에는 나름대로 복잡했지요. 그걸 본 하다,
┃"우와-! 고생했겠다."
┃내가 보니 다들 너무 좋다. 뭘 뽑고 뭘 빼고 하는 게 아니라, 다들 너무 좋은데 우리가 이걸 다 만들 순 없으니 그냥 이 중에서 하나 정하자
┃그래도 근데 끝내 정하지 못했습니다. 다들 다시 잘 생각해보고 내일 애기하자 했지요.
┃한데모임하면서 그래도 남의 그림이 멋있더라, 잘 했더라 하며 얘기하데요. 그런 모습들은 참 이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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