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용차를 버려야 파병을 안 할 수 있다


권정생


승용차를 버려야 한다.
그리고 아파트에서 달아나야 한다.
30평짜리 아파트에서 달아나
이전에 우리가 버려두고 떠나왔던 시골로 다시 돌아가서
15평짜리 작은 집을 짓고 살아야 한다.

가까운 데는 걸어다니고 먼 곳에는 기차를 타거나 버스를 타고 다니며 살아야 한다.
그렇게 하면 한 달에 백만 원 들던 생활비는 50만 원으로 줄어들 것이다.

텃밭을 가꾸고 묵혀 둔 논에 쌀농사 지어 자기 먹을 것은 자기 손으로 농사 짓고.
그리고 남는 시간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고, 뜨개질, 바느질 예쁘게 하면서 살면 된다.
그러면 실업자도 없어지고 거지도 없어진다.

한국 사람 절반만이라도 이렇게 살면 자연 환경은 더 이상 파괴되지 않고 쓰레기도 사라진다.
가장 중요한 것은 김선일 같은 착한 젊은이가 억울하게 죽지 않아도 된다.
구태여 이라크에 파병을 해가면서 석유를 더 많이 얻어 올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패권주의 미국한테 발목 잡혀 계속 끌려가다 보면 통일도 점점 멀어지고 우리들 자유민주주의도 위태로워진다.

전쟁의 불안은 계속될 것이고, 미국한테 엎드려 빌면서까지 미국 군대를 우리 땅에 붙잡아 둬야 할 것이다.
비싼 돈을 주고 무시무시한 전쟁 무기도 계속 사들여야 하고.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

작은 집에서도 네 식구 다섯 식구는 얼마든지 살 수 있다.
승용차를 버리면 기름 걱정 안 해도 되고 일부러 걷기 운동 안 해도 자연히 걸어다니게 되고 살찔 걱정도 없다.
고기 안 먹어도 싱싱한 나물을 손수 가꾸어 먹으면 더 건강해진다.
아이들은 시냇물이 흐르고 솔숲이 우거진 작은 시골 학교에서 공부하면 된다.
거기서 중학교까지 공부하고 더 공부하고 싶은 학생은 마을마다 작은 도서관을 만들어 스스로 공부하면 된다.
꼭 필요한 사람만이 대학에 가서 공부하되
출세를 하기 위한 공부가 아닌 사람과 자연을 위한 인간교육이어야 한다.
과학도 철학도 정치도 모든 게 생명을 위해 봉사하는 교육을 할 때 훌륭한 대학교육이 될 것이다.

시골 마당에 둘러앉아 밤마다 별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면 즐겁다.
가벼운 우스갯말도 하고 심각한 철학 이야기도 하고.
구태여 대학에 가서 고급 강의를 듣지 않아도 훌륭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지난 6월, 김선일 씨가 피살당한 소식을 듣고 온 국민이 슬픔에 잠겼다.
이라크 파병 찬성이 늘고 복수를 해야 한다고 분노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파병 때문에 김선일 씨가 죽었으니 파병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그치지 않고 있다.
정부에서는 더욱 강하게 파병 의지를 다짐하고 있다.

김선일 씨의 죽음을 이라크 무장 집단이 저질렀고 그것을 미리 막지 못한 한국 정부 탓도 있다.

하지만 근본 원인은 따지고 보면 우리 인간들의 풍요에 대한 끝없는 욕망이 죄 없는 김씨를 죽이게 한 것이다.
지금 내가 타고 가는 승용차 기름이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 사람들의 목숨과 연결되어 있을 수 있다고 느낀다면
평화의 길은 멀지 않을 것이다.

풍요롭게 살면서 우리는 우리 주권도 못 가진, 강대국에 예속된 허울뿐인 삶을 살고 있다는 자각이 들면
통일도 가까워지게 될 것이다.

지금보다 더 가난해지더라도 패권주의 미국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유를 얻는 길은 어머니가 아기를 낳는 것보다 더 큰 고통이 따를지 모른다.
그러나 언젠가 한 번은 치러야 할 과정이다.
통일만이 미국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
통일이 되고 난 다음에라야 우리는 온전한 하나의 국가로서 미국과 동등한 동맹을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 가난한 삶을 우리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승용차를 버리고 30평 아파트를 반으로 줄이는 길뿐이다.
그래야만 석유 전쟁에 파병을 안 해도 떳떳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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