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성장하는 공간

조회 수 1019 추천 수 0 2004.12.16 01:43:00
면담시간을 바꿔가면서, 책장정리도 하지 못하고 빗길을 달렸건만
청주에서도, 김포에서도 비행기를 타지 못했습니다.
오늘 도맡아 일을 해주신 어머님, 아버님 감사드려요.
시간을 배려해주신 신상범샘(하늘이가 가장 좋아하는샘이지요), 맛난 식사와 따뜻한 차를 내어주신 희정샘께도 미안함과 감사함을 전할께요.
그리고 물꼬에도 오늘 못한 일들 오래오래 갚을 수 있도록 노력하렵니다.

오늘 마주한 자리.
한아이 한아이 자식으로 받아안으려는 물꼬의 마음과
물꼬의 아이, 물꼬의 식구이고싶은 간절한 부모의 마음이 만나는 자리였습니다.
물꼬로 가면서는 예정된 두시간이라는 면담이 무척이나 길고 두려웠는데
막상 마주앉고 보니 서로의 살아온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꺼내놓기엔 짧은 듯. 아쉬운 시간이기도 했답니다. 더러는 부족하다 싶고, 이게 나인가. 나도 미처 몰랐던 나를 만나며, 내 서툰 언변이 안타깝기도 했지만 서로를 충분히 알고 받아들이는시간은 함께 호흡하고, 함께 지내며 온전해지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래도 충분하게 저희의 마음을 헤아렸으리라는 믿음도 갖습니다.

그랬답니다.
입학을 희망하면서부터, 설명회에 다녀오고, 입학원서를 쓰고, 면담을 하는 그 시간들이 제게는 참 소중했습니다.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아이가 내게 어떤 존재이고 어떤 의미인지, 내가 어떻게 살고 싶어하는지를 곰곰히 생각하게 했습니다. 열심히 살아보려고 발버둥치면서도 스스로에 대해 자신감을 갖지 못하는 것을 고민하곤 했는데 아니었나봅니다. 가난한 마음, 인색함을 감추려 애썼는데 이미 내안에는 넉넉하고, 작지만 나눌 수 있는 많은 것들이 있음을 느끼게 해준 시간들이었습니다.
아주 오래전 취업을 위해 면접을 했을땐 상품으로서의 내 가치를 평가받느라 진땀을 뺐었는데 오늘의 면담은 서로의 생각을 맞춰보고, 아이를 중심에 놓고 삶을 바라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위, 아래 없이요. 눈치보지 않구요.
"아이" 이야기만 나오면 눈이 초롱초롱해지고 생기있는 목소리.
같이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웃음짓게 되고 내주변의 아이들이 그리워지곤 했더랬어요.
이것이 우리들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고 희망인 듯 합니다.

거창했던 생각들이 다듬어지고 물꼬를 둘러보며 아이들의 소란스러움이 반갑고, 이곳도 사람사는 곳이려니, 사람답게 사려고 애쓰는 곳이려니 생각하니 정겹기도 합니다.
원칙과 자유로움은 원래 너무나도 조화로운 것이어서 옥샘의 모습에서, 물꼬의 일꾼들에게서, 물꼬에서 사람들은 마음을 세우며 꿈을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 살고자 다짐을 하기도 하나 봅니다. 저희 부부또한 그랬습니다.

"받아들일 아이는 셋 안팎이지만 맘이 맞고 뜻이 맞으면 열도 받아들일 수 있겠지요" 라던 그 말씀에 기대를 가져봅니다.
희생이 아닌 헌신하고자 하는마음으로 삶을 추스리며 아이와 이웃을 만나렵니다.그 마음으로 물꼬와 만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큰뫼

2004.12.16 00:00:00
*.155.246.137

예 맞습니다.
저도 희생과 헌신에 대해서 이번에 자세히 알게되었답니다.
많은 것을 배워온 올 한해였답니다.
좋은 인연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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