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마을 들불놓던 날>

조회 수 1367 추천 수 0 2005.03.11 11:55:00
들불...

어렸을적 기억이 많은 사람들 제법 될게다.
논두렁 밭두렁 잡풀들 태우며 불장난도 하고~
밤에 오줌도 싸고~ ㅎㅎㅎ

오늘 날도 흐리고~ 안개도 낀듯만듯~
꾸무리한데...
밤부터 비가 뿌린다고
우린 마늘밭 비닐 구멍뚫는 일이 급해서 그거 마저 하려고 서둘렀는데...

아침에 갑자기 별노무 희한한 일이 생겨서
한바탕 난리법석을 한판 치르고~ (이래서 이웃을 잘 만나야 자자손손! 편하다)
그만 마늘밭은 까묵고!

그 담은 연탄재 버린다고 설쳐대다가~~
그만 들불 놓아야 한다는 이장님!의 쥐약방송을 못 들어부렀다.
해서~

여기저기 산골마을에 연기는 피어오르는데...
저 연기가 뭐시다냐~~ 이러고만 있었더랬다.

연탄재 버린다고 부지런히 논으로 왔다갔다하다보이~
아하! 알았다카이...
오늘 들불 놓는 날이구낭... 알았다...

할매한테 쪼차가 우리도 들불 놓읍시다아~~~
이런 날 좋네~ 누가 날 잡았는지 잘 잡았네유~

연탄재 열구루마! 끙차~~
논으로 내다버리고...
논에 땅이 녹아 푹신푹신~ 팍팍 들어간다.
바퀴가 푸욱~ 빠져 안 굴러간다.
에구... 젖먹던 힘까지 끌어내어~
끝까지 다 버렸다.

점심 챙겨묵고~
깔끼들고 라이터 들고 짚단 하나 옆에 끼고
들불 놓으러 간다~~

깔끼는 불을 이리저리 긁어 번지게 하고
여차하면 불끄는 도구로 쓰고~
짚단은 잡풀이 빈약한 곳에 불 붙이는 데 요긴하게 쓰인다.

논에 가보이~
짚단이 열댓개 그냥 논바닥에 굴러댕기네그랴..
아이구야... 전에 젖었다고 마르라고 뒤집어놓은거이..
그만 겨우내내 홀라당 까묵었었네 그랴...
이러이.. 생전가야 농사꾼 소리를 못 듣는다카이~

짚단 구루마에 싣고 낑낑거리고 마구까지 날랐다.
할매는 부지런히 들불 놓으시고~

아랫논둑 다 불놓고 윗논으로 올라와
어슬픈 곳부터 불 놓고 꺼지길 기다려 옆으로 옆으로 이동하는디...
아차! 불이 번졌다~~ 그 옆에 전신주가 있는디??
폐비닐도 쌓여있는디???

할매의 외마디!
선녀 뛰간다~~

그 모습을 본 이웃 논둑 들불놓던 마을오라비~

"뭐냐? 뭐여? 아지매 뭐요??"
거기서도 막 뛰온다...

들불놓는날은 참 위험하다~
해서 면에서도 죄다 나와서 감시하고
들불 놓는 날은 신고도 하고 허락도 받아야 한다~
소방차도 대기하고~

다행히 폐비닐에 불이 붙어 막 타려고 할때 선녀 도착!
겁도 없이 불이 타는 수풀속으로 뛰어들어 쇠깔끼로 막 두드려 꺼댔다.
이웃 오라비도 합세~ 다행히 더 번지기 전에 껐다.

맘이 안 놓인 이웃오라비~
우리 논둑 다 태울때까정~ 지켜보고 도와준다.
왜냐문~ 논옆이 산이걸랑...

와... 기세좋게 타오른다.
막 뜨겁다. 재가 피어오르고~ 불길이 거세다...
막 타오르다가~ 산으로 옮겨붙을까 겁날 정도로...

재작년에는 이웃 아지매가 들불 놓다가 우리 짚가리
다 태워먹고 물어 준 적도 있었더랬다~ ㅎㅎㅎ

위험하다 싶은 곳은 그냥 두고 대충 태우고 돌아섰다.
계속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은 흙으로 대충 비벼끄고
확실히 꺼졌는지 확인하고 집으로 왔다.

몇년 전에 뒷산에 불이 나서 홀라당 다 탔더랬는데
어떤 사람이 묵은 밭좀 갈아묵으려고 불을 놓았다가
(심증은 가나 물증이 없는~~ ㅎㅎㅎ)
마침 마른 봄바람에 산으로 불이 옮겨붙어
소방 헬기 4대가 뜨고~ 장장 나흘인가~~??? 들은바로는...
걸려서 불을 껐다고 한다.
그래서 이 마을은 <들불 산불 요주의> 마을이 되어버렸단다... ㅎㅎㅎ

냇가 풀숲에도 불을 놓았는지
와... 장관이드라...

간만에 불구경 싫컷 하고 불장난도 억수로 해봤다~ ㅎㅎㅎ

가만있자...
오늘 일한기.. 뭐뭐냐...

아침묵고 쌈한바탕 하고! (여기서 기운 다 빠졌다!)
오전에 연탄재 열구루마 논으로 다 내다버리고~
점심묵고 들불 놓느라~ 시껌둥이 되서 돌아댕기고~~
논에 짚단 두 구루마 실어나르고~
소마구 한 구루마 쳐내서 무져놓고~

머 일한기 별루 없네그랴...

연탄재에 온몸 다 휘감고~
들불놓느라 시껌둥이되서 집에 들어와
소마구 한바탕 쳐냈으이~ 소똥도 묻었고 해서리~~
샤워 한바탕 했다!

어어~ 션한거...
이젠 디비자야쥐이...
"보람찬! 하루일을~ 끝내놓고서~~~ 우짜고 저짜고~ "

***
예전엔 들불놓는건 얼라들 전용물이었더랬는데...
요즘은 하는 얼라들도 없고~
시키는 어른들도 없고~
연세든 농사꾼들만 옛추억에 잠겨 하는.. 그런추억놀이?가 되어버렸다.

우리 세 뿔난망아지들...
같이 했으면 좋았으련만~ 학교에서 늦게 파하는 바람에...
기맥힌 기회를 놓쳤다.

새학기선생님들과 묵은친구들~(어린이집 유치원부터 중고교까지 한학년 한반 늘 똑같은 얼라들~)
과 새학기 꾸려가느라고 분주하게 산다.
맘 한자락을 물꼬에 푹 담아놓고...

큰뫼

2005.03.11 00:00:00
*.155.246.137

이곳 영양에서는 불놓는 것을 권장하지 않는답니다.
불에 타서 죽는 병해충보다는 병해충을 먹는 천적이 더 많이 감소를 한답니다.
좋은 놀잇감이기도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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