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너무 오랜 시간을 관념 속에 빠져 그것이 헛것인 줄을 모르고 허우적 대며 살아 왔다는 것입니다. 곶감집에 나무 없음을 보고 화가 난 것은 나무가 없다는 관념 때문임을 금방 알아 챕니다. 나무가 조금 부족하다는 사실을 거울에 비치 듯 그냥 지나 갔으면 잠시라도 내 스스로 불편했던 것을 없앨 수 있었을 겁니다. 물꼬를 내려 오면서 내내 생각한 것은 일을 하지 말자는 것이었읍니다. 나도 결국은 순간 순간 일을 하고 있다는 관념에 빠지기도 하는데 그것은 결국 다른 사람과 비교가 되고(일이 즐겁든 힘들건 간에) 불편해지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일하는 행위가 인식되지 않을 때 단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일했으면서도 단 한순간도 일을 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빈 시간에 나와 운동장을 서성입니다. 쑥과 냉이꽃과 골짜기에서 불어 오는 바람을 만나고 살갗에 느낍니다. 그 순간 순간들이 내 살아 있음을 인식하지 않으면서 살아 있으며즐겁습니다. 삶에 무게를 느끼지 맙시다. 실은 무거울 것이 뭐란 말입니까. 우리가 개척자의 길(아니 본래 생명의 길)을가면서 낯설지 않도록 신입생 지용 아빠는 늘 생각을 끊으려 노력 합니다.
선배 밥알님들 앞에서 쓸데 없는 문자 쓴 것이아닌가 조금은 걱정하면서 교무실에서 따스한 봄볕을 느끼며 졸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저는 돈을 받고 계약관계의 일이 아닌 순수한 자발적 동기인 이상 하기 싫으면 안할 수도 있고 힘들면 잠시 손놓을 수도 있지 않을까 아직은 어린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렇다고 책임감이 없이 일을 임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을 함에 있어 그것이 스트레스로 느껴지고 다른 이와 관계가 불편해지고 도리어 아이들에게 그러한 영향을 준다면 바로 앞의 일보다는 멀리 보려한다는 것입니다.
일의 경중을 비교하지 말고 하나하나에 소중하며 감사하며 살아감을 물꼬에서 배웠습니다. 모두 나같지는 않지만 일의 크고 작음을 비교하며 이야기함을 들을 때는 그가 밉기보다는 측은하였습니다.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기에 저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가 없을까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