령이와 정민이의 놀이

조회 수 1040 추천 수 0 2006.06.16 15:51:00
요즘 령이와 정민이는 소똥 사랑에 빠졌습니다.
어제 령이는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소똥 파러 간다더군요.
근데 어제 마침, 저녁 호숫가나무 시간에 이은영 어머님이 파브르 곤충기에서 '쇠똥구리'편을 읽어주었습니다.
령이 눈이 반짝거렸습니다.
바로 쇠똥구리를 찾고 있었던거지요.

오늘도 령이와 정민이는 쇠똥 파러 갔습니다.
점심 먹을 때쯤, 두 아이가 헐레벌떡 뛰어왔습니다.
"쇠똥구리를 찾았어요!"
플라스틱 용기 안에 소똥이 가득 찼는데, 그 사이에 정말!
엄지손가락 손톱만한 쇠똥구리가 열마리 정도가 꼼지락거렸습니다.
정말 오랜만에(약 20년 만에) 쇠똥구리를 본 저(상범)도 놀랐고,
다른 애들도 너무나 신기해들 했지요.
이 전리품을 위해서
령이와 정민이 손톱마다엔 소똥이 끼어 있었지요.
령이 양말에도 소똥이 묻어 있었고...
그러나, 전혀 개의치 않아 보입니다.
얼마나 소똥을 뒤졌을까요?
소가 한가로이 되새김질하며 이 아이들을 내려다 봤을 것이고,
이 한낮 땡볕에 둘은 참 열심히도 뒤적거렸을 겁니다.

그런데요, 다시 생각해도 정말 신기합니다.
그 쇠똥구리를 다시 봤거던요.
가운데 뿔이 늠름하게 뻗은 작은 쇠똥구리들을!

함형길

2006.06.17 00:00:00
*.155.246.137

누군가가 가르쳐주어서 또는 사진에서 보고 '이건 쇠똥구리야.'라고 알게 되는 것과 쇠똥 속 꼬물대는 그 벌레의 열기를 소똥냄새와 더불어 '생-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서로 다른 점이 있습니다. 쇠똥구리는 하나이되, 령이와 정민이는 서로 다른 쇠똥구리를 체득하게 되는 거지요.
그 소소한 자국들이 쌓여, 이 아이들이 저 마다의 강렬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힘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스스로의 선택과 실천은 세상 그 어떤 책보다 사람을 깊고 넓게 만들지요.

령이와 정민이의 하루를 잠시 상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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