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곳에 썼던 글을 옮겨 놓습니다.


< 반짝 녹색시장 >


'시카고 리더 CHICAGO READER'라는 무가지는 도서관 앞, 카페, 슈퍼마켓뿐 아니라 길모퉁이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제법 두툼한 주간 정보지입니다. 물론 여러 이름으로 지역마다 있는 것이겠지요. 한국의 교차로나 벼룩시장 같은 셈인데 규모도 더 크고 그 만큼 문화일반이며 정보량도 더 많습니다. 예전 시카고에 머무를 때도 잘 이용하였더라지요. 사실은 그 가운데서도 서너 쪽일 뿐인 ‘포 세일 FOR SALE’란만 거의.

“HUGE RUMMAGE SALE! June 2-3;8am-1pm;furniture,
golf clubs, bike equip, table saw and tools, housewares,
clothes and MORE. Corner of Addison and Wolcott”
(큰 알뜰벼룩시장을 엽니다! 6월 2-3일 8시부터 1시까지; 가구, 골프채들, 자전거 장비, 톱이며 연장들, 부엌살림, 옷가지, 그밖에도 갖가지가 있음. 에디슨 거리와 월콧 거리가 만나는 모퉁이로 오셔요.)

거기에는 위와 같은 광고들이 꽤 자리를 차지합니다. 블럭 야드 세일 block yard sale, 멀티페밀리multifamily, 빈타지 vintage, 라지 야드 세일 large yard sale, 거라지 세일 garage sale, 무빙 세일 moving sale... 그 이름에서 규모와 장소를 읽을 수 있겠지요. 집 주변 길거리의 전봇대나 신호등에 붙인 광고들도 더러 있습니다. 거대한 교회 같은 곳에서 교인들의 기부를 받아 하는 기금마련 바자회에서부터 겨우 몇 점을 시골 할머니가 푸성귀 몇 가지를 늘여놓은 것 마냥 아주 작은 난전도 있답니다. 이네들의 좋은 관습이지요.

주로 주말의 하루나 이틀, 혹은 몇 시간 열리는 일종의 재활용품시장, 알뜰시장, 벼룩시장, 혹은 반짝 녹색시장 쯤으로 이름붙이면 되려나요. 연례행사처럼 한 길거리의 이웃들이 이제는 쓰지 않게 된 것들을 들고 나와 10센트부터 몇 십 달러(아주 드물게 백 단위 가구도 본 적이 있지만 대부분은 1-5달러가 주류를 이루는)까지에 파는 경우도 있고, 역시 해마다 자기 집 주차장에서 한 해 집안 정리를 하며 물건들을 내와 처분하거나 이사를 하면서 짐이 되는 것들을 처리하기도 합니다.

‘거라지 세일’이라고 주로 통칭되는 이런 곳을 얼마나 바지런히 다녔던지 그때 한글을 배우고 있던 아들은 십자말풀이의 세로말에서 대나무로 끝난 낱말에 이어 무로 시작하는 네 글자를 전혀 망설임 없이 큰 소리로 “무빙세일”이라고 외칠 정도였습니다.

흥미로웠던 것은 그렇게 많이 다닌 녹색시장에서 한국인을 만난 일이 한 번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모자가 시카고를 떠날 녘 한바탕 무빙세일이란 걸 할 때도 방문객 가운데 역시 한국인은 없었습니다, 물론 저희가 살던 곳이 한국인이 많은 동네는 아니었지만. 우리는 살아가면서 준비하기보다 필요한 걸 한꺼번에 거의 ‘세팅’된 상태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강박을 더러 가지고 살고들 있지는 않은가, 여러 나라를 떠돌아다닐 때 한국인들이 아주 부자라고 생각하는 이들을 적지 않게 만났는데 그것이 한국인들의 씀씀이에 문제가 있다는 걸 의미한 건 아닐까, 아니면 우리네가 녹색시장을 이용하는 일에 너무 인색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지요.

너무 비싸서 돌아섰던 물건을 예서 만나는 기쁨, 있으면 좋지만 사긴 뭣했던 것과 마침 꼭 필요한 것을 발견하는 재미, 사람들과 볕 바래며 떠는 소소한 수다... 거라지는 명소를 찾는 것과 또 다른 눈요기가 되던 풍경이었습니다. 그때 10불 주고 산 텔레비전과 5불을 준 비디오는 이적지 멀쩡히 잘 나오고 있네요.

예, 시카고를 나서던 무렵, 그 무빙세일이란 걸 하게 되었지요, 그간 섭렵한 관련지식(?)으로. 큰 도로에서부터 우리 아파트까지 오는 길에 종이 발자국도 붙이고(그 발자국의 재미 때문에 들어온 사람도 있었지요) 현관에는 풍선도 매달고, 케Ÿ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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