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 여정, 그리고 남성희님...

조회 수 987 추천 수 0 2006.11.27 14:49:00


아주 더뎠습니다.
소식 주신지 오래도 되었지요.
가을학기를 마치고 오늘부터 낙엽방학(11/27-12/3)입니다.
아이들이 비운 학교 마당을 추적이며 비가 채우고 있네요.
학기 가운데는 아이들과 기숙사(달골 햇발동)에 올라가 지내느라
학교 홈페이지와 메일을 겨우 들여다보는 일을 빼면
교무실에 앉았을 짬이 드물었답니다.
달골엔 전화도, 인터넷 연결도 안돼 있지요.

혹시 아실는지 모르실는지,
그리 글을 시작하고 계셨더이다.
참한 수정이와 눈이 떼룩떼룩 하던 여정이를 어찌 잊을라구요,
같이 왔던 뽀뽀귀신 하영이도 기억하는 걸요.
십년도 더 지난 얘기가 되었습니다.
수정이 4년 여정이 1년,
그 아이들이 대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었다지요.
마지막으로 뵌 게 안동에 강연을 갔던 97년,
함께 도산서원을 올랐을 때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글월 받고 마음 오래 일렁였습니다.
"지금 새벽 네 시를 알리는데 컴앞에서 혹시나 길을 잃거나 가슴이 쓰라린 친구들이 있어 전화를 하지 않을까 싶어 기다리다 지루하기도 하고 잠도 오기 시작해서 선생님께 두서없이 글을 올려봅니다."
아이들 다 키워놓고 청소년 지원센터에 힘을 보태고 계신다는 소식에
고맙고 또 고마웠지요.
마음씀이 여전하실 게다, 그리 짐작했답니다.
"절 기억하실지 모르지만 제가 기억하고 있으니 걱정은 안합니다."
그래요, 혹여 기억 못하고 있다 하여도
얼마나 반가이 맞으실 줄 이미 알지요.

남성희님께 몇 글자를 쓰고 있는 지금,
저 역시 들뜨고 행복한 이 순간입니다.
전화 드리겠습니다.
수정이와 여정이에겐 바삐 인사 전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눈부신 가을날의 은사가 어디라고 닿지 않을까만
그저 그리 풍성하고 건강하소서.

2006년 11월 27일 달날
옥영경 드림

* 혹, 그때 물꼬 품앗이(자원봉사자)로 오던 연세대의 기락샘을 기억하시는지...
생의 도반이 되었고,
태어난 아이가 '류옥하다'로 지금 아홉 살이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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