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숫가 나무

조회 수 1017 추천 수 0 2007.04.20 22:45:00
예전에 처음으로 물꼬에서 겨울 계자를 하고 있을 때의 일입니다.
열심히 속틀을 적고 있는데 생전 못 본 '호숫가 나무'라는 시간이 있지 않겠어요.
이게 뭘까... 이게 뭘까...
상범샘께 물어 보니 학교 뒤 저수지가 있는데 거기에 간다는 겁니다.
아... 그런가 보다 ' 했지요.
그런데 알고 봤더니 그건 절 놀리려고 하신 말씀이고 원래는 깊게 명상을 하는
시간이더라구요.

명상이 몸에 베이지 않은 저나 아이들에겐 참으로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호흡하는 법도 잘 모르겠고, 이 생각 저 생각 때문에 몸은 더 무거워지고
머리는 아파오고...
그런 시간들이 지나고 여전히 명상이 몸에 베이진 않았지만, 지금은
나를 평온하게 하고 평화롭게 하는 방법이 이 명상임을 어렴풋이 알 것 같아요.

오늘 아이들과 함께 오후시간을 짧은 명상과 함께 시작했습니다.
대개 엄마들이 아이들을 찾아가는 시간이 되면 집에 가는 아이, 남는 아이
안 가고 우는 아이들로 터전 안이 시끌시끌한데 그 와중에도 저와
남은 아이들과 다른 선생님은 불을 끄고 편안하게 누워 조용한 음악을
들으며 휴식을 취했지요. 그리고 처음으로 불을 끈 상태에서 닫기모둠을
시작했습니다. 고요함이 깨지지 않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
" 밖에 어떤 소리들이 들리는지 들어봐.. "
" 귀를 활짝 열면 들리지? "
" 우리가 모두 조용하면 그냥 들려 올거야 "
" 그런데... "
" 쉬잇~ "
잠깐의 시간이긴 하지만 말을 하지 못하는 건, 움직이지 않는 건
참으로 힘든 일입니다.
그 시간을 보내고 조용한 활동으로 아이들은 만다라를 하고 싶어했습니다.
만다라 종이를 들고 색연필을 챙기고 부드러운 팝음악과 함께
오후시간을 보냈어요.
속삭이듯 말하고 부드럽게 웃어주고...
아이들도 그러면서 더 차분해지고 한층 분위기가 침착해진 것 같았지요.
엄마, 아빠들도 들어오면서 한 마디씩 합니다.
" 우와~ 이렇게 좋은 음악을 듣다니... "

퇴근을 해야해서 잠시 거리를 두고 그 풍경을 보는데
참 좋았습니다.
노오란 책상에 앉아 열심히 만다라를 하는 아이들,
그 옆에서 아이들 귓 속에 무언가 속삭이는 샘들,
흐뭇이 지켜보는 엄마, 아빠들.
이렇게 평온해 본 적이 얼마만인지...
소통의 불편함으로 오늘 하루가 피곤하고 고되었는데 이러면서 힘을 얻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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