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숫가 나무

조회 수 1027 추천 수 0 2007.04.20 22:45:00
예전에 처음으로 물꼬에서 겨울 계자를 하고 있을 때의 일입니다.
열심히 속틀을 적고 있는데 생전 못 본 '호숫가 나무'라는 시간이 있지 않겠어요.
이게 뭘까... 이게 뭘까...
상범샘께 물어 보니 학교 뒤 저수지가 있는데 거기에 간다는 겁니다.
아... 그런가 보다 ' 했지요.
그런데 알고 봤더니 그건 절 놀리려고 하신 말씀이고 원래는 깊게 명상을 하는
시간이더라구요.

명상이 몸에 베이지 않은 저나 아이들에겐 참으로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호흡하는 법도 잘 모르겠고, 이 생각 저 생각 때문에 몸은 더 무거워지고
머리는 아파오고...
그런 시간들이 지나고 여전히 명상이 몸에 베이진 않았지만, 지금은
나를 평온하게 하고 평화롭게 하는 방법이 이 명상임을 어렴풋이 알 것 같아요.

오늘 아이들과 함께 오후시간을 짧은 명상과 함께 시작했습니다.
대개 엄마들이 아이들을 찾아가는 시간이 되면 집에 가는 아이, 남는 아이
안 가고 우는 아이들로 터전 안이 시끌시끌한데 그 와중에도 저와
남은 아이들과 다른 선생님은 불을 끄고 편안하게 누워 조용한 음악을
들으며 휴식을 취했지요. 그리고 처음으로 불을 끈 상태에서 닫기모둠을
시작했습니다. 고요함이 깨지지 않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
" 밖에 어떤 소리들이 들리는지 들어봐.. "
" 귀를 활짝 열면 들리지? "
" 우리가 모두 조용하면 그냥 들려 올거야 "
" 그런데... "
" 쉬잇~ "
잠깐의 시간이긴 하지만 말을 하지 못하는 건, 움직이지 않는 건
참으로 힘든 일입니다.
그 시간을 보내고 조용한 활동으로 아이들은 만다라를 하고 싶어했습니다.
만다라 종이를 들고 색연필을 챙기고 부드러운 팝음악과 함께
오후시간을 보냈어요.
속삭이듯 말하고 부드럽게 웃어주고...
아이들도 그러면서 더 차분해지고 한층 분위기가 침착해진 것 같았지요.
엄마, 아빠들도 들어오면서 한 마디씩 합니다.
" 우와~ 이렇게 좋은 음악을 듣다니... "

퇴근을 해야해서 잠시 거리를 두고 그 풍경을 보는데
참 좋았습니다.
노오란 책상에 앉아 열심히 만다라를 하는 아이들,
그 옆에서 아이들 귓 속에 무언가 속삭이는 샘들,
흐뭇이 지켜보는 엄마, 아빠들.
이렇게 평온해 본 적이 얼마만인지...
소통의 불편함으로 오늘 하루가 피곤하고 고되었는데 이러면서 힘을 얻나 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물꼬를 다녀간 박상규님의 10일간의 기록 [5] 박상규 2003-12-23 140140
3400 메리크리스마스!! [3] 장선진 2004-12-24 1034
3399 진달래꽃이 아직 피어 있습니다. 나령 빠 2004-04-19 1034
3398 큰뫼의 농사 이야기 13 (아직도 소가,,,,) 나령 빠 2004-04-15 1034
3397 잘 도착했습니다! [12] 인영 2011-01-12 1033
3396 저아시는분인데싸이월드있는분이요ㅠ-ㅜ [2] 석경이 2009-06-15 1033
3395 그냥뭐.. [3] 최지윤 2008-07-10 1033
3394 잘 도착했습니다. [1] 정미혜 2005-07-11 1033
3393 도형이의 겨울방학 도형엄마 2005-01-14 1033
3392 아주~ 감동적인 Korea 역사의 발전...!! movie 알고지비 2004-11-22 1033
3391 안녕하세요. 줌마샘입니다.ㅋㅋㅋ [1] 이용주 2004-07-17 1033
3390 잘도착햇습니다 [1] 김현우 2014-12-28 1032
3389 집에 왔습니다. [14] 염수민 2011-01-06 1032
3388 서울도착했습니다아 [9] 최지윤 2007-08-14 1032
3387 안녕하세요. 다들 잘 지내시죠? *^^* [2] 김재현 2007-04-10 1032
3386 물꼬가 그립습니다. 우성빈 2006-08-25 1032
3385 샘들~~~~!!! 세인이예요~~~~!! [2] 이세인 2005-02-11 1032
3384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장선진 2005-02-10 1032
3383 사랑타령 [1] 호준아빠 2004-12-17 1032
3382 소식지 받아 볼 수 없을까해서요.. ^^ 유효진 2004-12-07 1032
3381 그동안 도망 다니느라.. ^^ 잠깐온근태 2001-12-10 1032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