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이르지는 않은 아침
모두 수행으로 하루를 열었습니다.
야콘을 캔 어제 오후를 ‘들에서’라 이름 붙였고,
오전에는 ‘숲에서’였습니다.
산길을 걷고, 나무 사이를 헤집고,
그리고 산국을 땄습니다.
산을 내려와서도 마을길에서 산국 꺾어
향주머니를 만들까 생각했지요.
점심 때건지기는 가벼운 보글보글이었지요.
칼국수를 끓이고 고구마가 들어간 떡볶이를 하고
그리고 국화전을 부쳤습니다.
그 사이 어른들 다섯이 더 들어왔지요.
오후는 ‘집에서’였습니다.
겨울 날 준비였지요.
연탄을 들였습니다.
계단으로 올려야 하는 곳에서
주욱 늘어서서 연탄을 옮겼답니다.
그리고 한 낮 배움방에서 마당에서
가을이 놀라 주춤거릴 만큼
소리 소리 지르며 놀아대고
다시 실려 온 연탄을 들이니 어둑해졌지요.
조금씩 조금씩 어두워가는 저녁답의 명암이
우리를 시인이게 하였더랍니다.
춤명상을 하고 대동놀이를 하고 고구마를 굽고,
그리고 아이들 먼저 잠자리에 들고
어른들은 이야기 마당을 이어갔네요.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많은 몽당계자랍니다.
내일은 ‘나무에서’가 기다리고 있다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