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5.20.불날. 맑음

조회 수 1237 추천 수 0 2008.05.31 23:51:00

2008. 5.20.불날. 맑음


여전히 아이의 병상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래도 세상은 돌고,
물꼬의 일상은 여전할 테구요.

오늘부터 논을 갈고 있다 합니다.
써래질이지요.
모를 심는데도 그렇지만
특히 우렁이농법에선 논 수평이 관건입니다.
인술이아저씨네 것까지 갈고 있다지요.
그 댁에선 모를 같이 심어주기로 했습니다.
때맞춰 물꼬 아래 있는 논을 그네가 부치게 되었지요.
그가 할 수 있는 일을, 그리고 물꼬가 할 수 있는 일을
서로 나누고 돕기로 한 겁니다.
농약을 치는 다른 논 가운데서는 우렁이를 넣을 수 없지만
마침 윗다랑이가 물꼬 논이라
우렁이를 해보라 권했고 그리 하게도 되었지요.
그리하야 먼저 우리가 논을 썰고 있는 것입니다.
모는 주말에 심기로 하였습니다.

아이 병원비에 보태라고 <대해리의 봄날>에 다녀간 아이의 부모가
후원을 하였습니다.
뭐라도 해야겠더라며 깨진 유리창이라도 갈라고
또 다른 분이 후원금을 보냈다는 소식도 전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아이를 같이 키우고 있는 느낌,
물꼬를 함께 꾸리고 가는 느낌,
참 좋습니다.
사람 때문에 살고 사람 때문에 죽는다던가요.
아이들이 저를 살린다 자주 표현합니다.
고마운 아이들입니다.
그때 그 녀석들하고 같이 있어서
든든했고, 잘 견뎌냈다 싶지요.
그리고 당신들 계셔서 또 나아갑니다.
별로 필요한 게 없는 산골살이이나
무엇이나 또한 요긴한 곳이기도 하지요.
그리 허투로 사는 생활이 아닌데도
기본 규모가 큰 살림이라 늘 빠듯하기도 하답니다.
그런데 그런 걸 다 헤아려주셨다니...
이쁜 아이 만날 수 있게 해주신 것만도 얼마나 큰 행운인지요.
게다 그 고운 아이들의 부모님과 또 연이 깊어지는 일,
퍽, 퍽 감사할 일이다마다요.

서울에서 행운님이 전화를 주기도 하셨습니다.
올해는 통 소식이 없던 참입니다.
그래도 꾸준히 홈페이지 보며 소식 듣는다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아이 살펴주시고 마음 다독여주십니다.
다시 고맙습니다.
그리고 서송원에서 판소리를 배우러 오는
채민네 가족이 병원을 다녀갔습니다,
하다 읽을 책도 챙기고 이것저것 먹을 것들을 싸서.
모다 고맙습니다.

말마다 고마움이고 말마다 감사함입니다.
그래서 살만한 세상입니다요.
물꼬, 잘 지키고 있겠습니다,
언제든 아이들이 올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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