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보내놓고 잠깐 책상 앞에 앉았습니다,
졸음에 겨워하며.
늘 역까지 같이 나가고 싶어 하는 현진이한테
눈에 보이는 일을 두고 나가지 못해
번번이 미안합니다.
그래도 이번엔 휘령샘, 인경샘, 예지샘, 성수샘, 시광샘, 기락샘,
그리고 류옥하다 선수까지 배웅을 갔으니
마음 한결 가볍네요.
모두 경이네가 먼저 간 걸 아쉬워했지요.
10년도 더 전에 강의하던 곳에서 만나
이제는 대학생이 된 오빠에서 경이까지 이어진 끈,
그리고 필라델피아의 브루더호프에서 스쳐갔던 인연의 신정원님을
그예 대해리에서 만났습니다.
오랜 세월을 켜켜이 쌓은 인연이라 마음 두텁기도 했고,
한편 풋풋한 기쁨 같이 하기도 한 시간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밥바라지로 애 많이 쓰셨습니다.
성재네서 온 축구공은 잘 굴러다녔습니다.
현진이네서 온 유기농식품들은 제 때 잘 도착해
밥상에, 그리고 달골의 원숭이다방에 요긴하게 쓰였습니다.
열망하는 밤낚시를 가지 못해 미안했습니다.
하지만 고구마도 캐고 돼지감자도 캐고
감도 따고 가을길 비단길도 걸었네요.
날망에 올린 연탄 1500장,
거기서 진행된 라이브콘서트,
멋졌습니다.
류옥하다는 막내 준성이한테 특히 감동을 받았더라나요.
늘 기적이 함께 하는 이곳입니다.
현진이가 감나무에서 떨어졌습니다.
아, 그런데, 나뭇가지가 용케 눈을 피했습니다.
그 고운 얼굴에 그만 생채기를 냈으나
고맙고 또 고마웠습니다.
준성이는 어제부터 이가 아프다 했습니다.
주전자뚜껑을 가지고 놀다가 그만 부딪혔지요.
시간이 흐르면 낫겠다 하고 보고만 있었습니다.
잘 살펴봐 달라 전화도 넣어야겠습니다.
상찬이는 오늘 아침 자고 일어났더니
오른쪽 눈이 벌갰습니다.
아빠가 의사이신데 뭐,
하며 집에 그냥 보내기로 합니다,
당장 심각한 일은 아닌 듯도 보여.
지난 여름 못 본 재우가 훌쩍 자라왔습니다.
한맥이는 한결 이곳이 편해진 듯합니다.
성재가 그랬습니다,
명상하는 시간 아니어도
여기서 보낸 2박 3일이 다 명상의 시간 같았다고.
아, 아무도 그만두지 않고 거뜬히 백배 절도 마쳤더랬지요.
아이들, 언제나 물꼬에게 자랑스런 존재들입니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모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물꼬는 언제나 이 둘러친 산들의 우물 속에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