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4.12.달날. 흐리더니 밤 빗방울 떨어지다

조회 수 1221 추천 수 0 2010.04.18 12:18:00

2010. 4.12.달날. 흐리더니 밤 빗방울 떨어지다


아이의 봄학기가 이제야 시작됩니다.
3월 한 달에다 4월을 시작하고도 얼마를
집 떠나 남도의 친척 어르신 댁에 머물렀습니다.
거기 훌륭한 사부 한 분 계셔 활도 쏘고 무예를 닦다 돌아왔지요.
“낼부터 보냅니다.”
아이가 돌아오면 주에 한 차례 머슴살이 보내겠다고
얼마 전 유기농가 조정환샘 댁에 말을 넣어놓았지요.
어제 아이 왔다 전화 드렸고,
아침, 아이를 거기 부려놓았습니다.

읍내 나갔다가
저녁답에 농장이 있는 황간으로 달려갔지요.
2차선 도로에서 앞에 지게차라도 한 대 갈라치면,
그때 마주 달려오는 쪽 차량이 끝이 없기라도 하면
영락없이 한참을 길에 거의 묶이다시피 합니다.
오늘 날이 그러하였네요.
해질 즈음 아이를 실으러 간대놓고 해 훌쩍 넘어버렸습니다.
“제가 태워가도 되지요.”
조정환샘은 말씀 그리해주셨으나 펄쩍 뛰었습니다.
그 일 많은 농장을 젖혀두고
세상에, 아이를 실어오다니요, 말도 아니 되지요.
“아니예요. 정히 바쁜 일이 있으면 부탁드릴 게요.”
그래도 그런 일 없도록 하려 합니다.

조정환샘과 이제 업으로 농사일을 시작하려는 그 댁 아드님 민재씨가
아이랑 같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엄마, 나 오늘 포크레인도 운전했다!”
“으응?”
밭에서 집까지 농사용 굴삭기를 운전하였다 합니다.
“어서 오세요!”
세 사람이 일하던 현장 가까이로 막 몰 듯 불렀습니다.
“한 트럭 남겨놨어요, 엄마 보여준다고.”
아이는 굴삭기로 땅을 파서
그걸 밭에서 쓰는 다용도운반차(농사에서 약도 치고 트럭으로도 쓰이는)에 싣고
사과밭으로 끌고 갔습니다.
어른 셋이 천천히 따라갔지요.
오르던 길에서 후진하여 사과나무들 사이로 차를 가져가더니
천천히 뒤를 들어 올려 앞으로 다시 차를 빼며 흙을 내리고 있었지요.
두루 깔리도록 하고 있었습니다.
차에 올라탈 때도 놀랐지만
후진에다 짐칸을 들어 올리고 천천히 차를 흩뿌리는 걸 보며
입이 딱 벌어졌습니다, 감동이었지요.
“야아, 신기하다!”
“그래서 고민했다니까요.
이거 교육실습비를 받아야 하나, 일꾼 삯을 줘야 하나...”
제가 정작 놀란 건 운전을 곧잘하며 농기계를 쓰는 아이라기보다
아이를 천천히 가르치고 그리고 믿고 기계를 쓰도록 해준
그 어른들이었습니다.
선뜻 아이를 믿고 맡겨놓을 만큼
워낙 그런 분들인 줄 모르지 않았지만
정말이지 놀랐지요.
당신들이야말로 대단하신 분들이십니다.
“형아가 내일도 오라던데...”
종일 밭에서 일했다는 아이는
낼도 거기 가고프다 안달이 났지요.
머슴살이 성공 첫날이었답니다.

밤, 시설아동들 일로
교류하고 있는 한 시설의 교사와 통화가 한 시간도 넘어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그곳 아이들이 이곳으로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아이들의 부정적인 변화가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었고
같이 그 원인들을 진단했지요.
“혹여 기도가 사라진 건 아닐까요?”
긴 세월동안 그곳을 기도로 이끌던 어르신이 계셨더랬습니다,
지금은 떠나셨으나.
혹시 아이들을 둘러친 어른들이
예전만큼 기도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돌아보았지요.
“어쨌든 김선생님, 정말 고생 많다.”
눈물이 핑돈다셨지요.
누가 뭐라 해도 아이들과 살아내는 일,
정말 욕봅니다.

아이는 돌아와 이번 학기 일정을 잡는 중입니다.
물론 기본 일정은 이곳의 학사일정에 따를 것입니다.
이번 학기도 역시 이틀 읍내를 나가
도서관도 가고 체육관도 가고 음악교실도 갈 테지요,
하루는 머슴살이 가고.
나머지 날들이야 공동체에서 제 몫의 일들을 해얄 게고,
한 학기 주제를 잡아 공부도 해나갈 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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