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3. 5.흙날. 맑음

조회 수 1099 추천 수 0 2011.03.14 10:57:25

 

3월이고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안팎으로 바삐 걸으리라 계획하던 학기입니다.

산살림도 바지런히 챙기자 했고

들살림도 놓치지 말자 하였으며

나무도 좀 다루고자 하였더랍니다.

그런데, 이번학기

뜻하잖게 서울의 한 대안학교에서 7학년 아이들 열둘과 교사 둘 와 있기로 했고,

아무래도 이곳 계획은 수정이 필요하게 됐지요.

그 학교에선 도시에서 얻지 못하는 것들을 채울 것이고

물꼬는 아이들의 성장사에 개입하는 영광과 기쁨을 누릴 것입니다.

마침 일이 되느라 그랬는지

4월부터들 들어올 것이라

3월은 모질었던 지난 겨울을 수습하는데 바쳐지게 되었습니다.

하여 달날부터는 수도며 보일러며

이곳저곳 파헤쳐지고 단도리가 될 것입니다.

 

‘사람이 누구나, 제가 할 수 있는 일만 열심히, 꾸준히 해나간다면,

그것이 모여서 결국은 실한 세상을 이룰 것이다.’

맘이 헤집어지는 일로 몇 달이 흘렀습니다.

그래도 무사히 그리고 따뜻하게 겨울 계자를 치러냈고

별일 없이 사람들 이러저러 오갔습니다.

고마울 일입니다.

지독하게 아래로 꺼지기 자주이기도 했지만

봄이 오는 북돋움 속에 마음을 추려갔지요.

봄입니다, 그래서 죽으란 법 없다는 말이 있는 걸 겝니다.

지난 겨울은 너무 길었습니다.

기어이 봄입니다.

조금씩 손을 옴작거립니다.

젊은 날 꿈꾸었던 좋은 세상은

결국 나부터 열심히 생을 살아내는 것으로 시작된다는 진리가

여전히 유효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교육도 결국 그러자고 하는 것 아닐지요,

아이도 결국 그리 키우고픈 것 아니겠는지요.

 

기락샘이 서울서 다니러오고

소사아저씨며 식구들이 다 읍내에서 만나 저녁을 먹었습니다.

오랜만에 마음이 쓰다듬어지는 듯한 시간이었습니다.

곁에 있는 이들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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