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3. 6.해날. 흐려가는 밤하늘

조회 수 1100 추천 수 0 2011.03.14 10:58:24

 

경칩입니다.

아이가 현관문에 써 붙인 입춘첩이 배시시 웃는 듯합니다.

“봄을 맞아 크게 길하라.”

“새해 왔으니 좋은 일 많으리라.”

딸기 잎이 올라옵니다.

본관 앞 꽃밭에 심었던 몇 포기가 번져 온 꽃밭을 채우기 몇 해,

포기를 나누어 지난 가을 운동장 건너 작은 밭뙈기 하나 갈아 옮겨 심었습니다.

같은 그루에서 매년 수확을 할 수는 있었으나

점차 열매가 작아지고 있었는데,

어미그루를 남기고 잘라낸다거나 하지 않고도

올해 좀 실한 것들을 얻게 되려는지...

 

이번에 고등학교에 입학한 한 아이의 작은엄마로부터 안부인사 있었습니다.

어제 받지 못하였으나 챙겨 미처 답하지 못했는데,

다시 들어온 전화였지요.

“아시려나 모르겠는데...”

할아버지의 큰 반대를 무릅쓰고 대안학교를 갔고,

그 소식은 자주 아이 편에 듣고 있었지요.

일일이 답장을 주지는 못하였지만

아이는 꾸준히 견실하게 나아가고 있는 제 삶을 간간이 전해왔더랬습니다.

“입학식에서 신입생 대표로 소감문 발표도 하고...”

그 아이 자기 삶을 잘 헤쳐 간다고

거기 물꼬가 있었고, 물꼬가 있다고,

고맙다는 인사였습니다.

고마웠습니다, 소식 준 그도, 잘 크는 아이도,

그리고 물꼬에 있음도.

뭐니 뭐니 해도 아이 둘을 키우면서도 그 아이 어미 노릇까지 챙기는 그가

고맙고 또 고마웠습니다.

 

“어머니, 양말 주세요.”

가끔 저 양말도 빨기 싫어 한겨울에도 맨발로 다니는 걸 마다않는 아이가

한 번씩 맘을 내서는 이렇게 어미 양말까지 달라하여 빱니다.

오늘은 또 힘이 넘쳐 욕실 청소까지 하고 나왔지요.

“욕실이 훤하더라.”

“어떻게 아셨어요?”

“세면대가 누래져서 오늘내일 해야지 했거든.”

다, 다 고마운 시간들입니다.

그래서 또 살아집니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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