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칩입니다.
아이가 현관문에 써 붙인 입춘첩이 배시시 웃는 듯합니다.
“봄을 맞아 크게 길하라.”
“새해 왔으니 좋은 일 많으리라.”
딸기 잎이 올라옵니다.
본관 앞 꽃밭에 심었던 몇 포기가 번져 온 꽃밭을 채우기 몇 해,
포기를 나누어 지난 가을 운동장 건너 작은 밭뙈기 하나 갈아 옮겨 심었습니다.
같은 그루에서 매년 수확을 할 수는 있었으나
점차 열매가 작아지고 있었는데,
어미그루를 남기고 잘라낸다거나 하지 않고도
올해 좀 실한 것들을 얻게 되려는지...
이번에 고등학교에 입학한 한 아이의 작은엄마로부터 안부인사 있었습니다.
어제 받지 못하였으나 챙겨 미처 답하지 못했는데,
다시 들어온 전화였지요.
“아시려나 모르겠는데...”
할아버지의 큰 반대를 무릅쓰고 대안학교를 갔고,
그 소식은 자주 아이 편에 듣고 있었지요.
일일이 답장을 주지는 못하였지만
아이는 꾸준히 견실하게 나아가고 있는 제 삶을 간간이 전해왔더랬습니다.
“입학식에서 신입생 대표로 소감문 발표도 하고...”
그 아이 자기 삶을 잘 헤쳐 간다고
거기 물꼬가 있었고, 물꼬가 있다고,
고맙다는 인사였습니다.
고마웠습니다, 소식 준 그도, 잘 크는 아이도,
그리고 물꼬에 있음도.
뭐니 뭐니 해도 아이 둘을 키우면서도 그 아이 어미 노릇까지 챙기는 그가
고맙고 또 고마웠습니다.
“어머니, 양말 주세요.”
가끔 저 양말도 빨기 싫어 한겨울에도 맨발로 다니는 걸 마다않는 아이가
한 번씩 맘을 내서는 이렇게 어미 양말까지 달라하여 빱니다.
오늘은 또 힘이 넘쳐 욕실 청소까지 하고 나왔지요.
“욕실이 훤하더라.”
“어떻게 아셨어요?”
“세면대가 누래져서 오늘내일 해야지 했거든.”
다, 다 고마운 시간들입니다.
그래서 또 살아집니다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