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6.11.흙날. 맑음 / 단식 6일째

조회 수 1309 추천 수 0 2011.06.18 20:08:37

 

아이들이 먼지풀풀로 보내는 오전,

달골 청소 마치고 내려오면 본관을 또 시작합니다.

그런데 오늘 흙집해우소 청소는 공포특급 하나 찍었지요.

우글대는 꼽등이랑 샤워실에서 싸우느라 여해가 지르는 소리였습니다.

아이들은 청소하던 서슬로

되살림터까지 정리하고 소각로에 불도 지폈네요.

이제 여기 살림 저들이 다 산다니까요.

 

모둠방에 가서 공부하는 아이들도 있고,

책방에서 과제물을 하는 아이들도,

달골에 올라 뒹굴거리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뜻밖의 손님들이 왔지요.

진하네 가족입니다.

진하가 부탁했던 것들이 많아 아예 날 잡아 왔다는데,

아빠만 나선 길을 엄마랑 아이들도 함께 하게 되었더라네요.

마을 들어서기 전 당산나무 아래 쉼터에서 만나 물건들을 전하고 돌아가기로 했으나

나가는 걸음이 더디고 내릴 짐도 많아

결국 학교까지 들어오시게 되었답니다.

짐들과 함께 떡 상자며 수박이 같이 부려졌지요.

‘... 아빠와 엄마와 임산에 내려가서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다 먹을 수 있게 돼면, 완전 돼지가 됄 것 같았는데, 별로 그렇지는 않았다. 내가 이래뵈도 먹을 거(내가 먹고 싶은 것들-피자, 치킨, 짜장면, 과자 등...) 다 먹고 사는데도 계속 투정부리며 살던 것은 아닌지, 다시 돌아볼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 왠지 9인승 카니발 한자리에 떡! 하니 않아서 걷고, 자전거 타고 열심히 가던 길을 차를 타고 가고 있는 것만으로 너무 행복했다고 해냐 하나? 암튼 그랬다.’(진하의 날적이 가운데서)

 

대전의 치과를 가는 류옥하다를 황간역에 부려놓고

희영샘과 월류봉을 들어갔다 나옵니다.

“낼모레 애들이 자전거 타고 올 곳이에요.”

가물어 물이 적어 아쉽기는 했으나

산천이 오데 가는 건 아니니 여전히 아름다운 그곳이었지요.

나무가 만든 그늘 오솔길을 한참 걸었습니다.

아, 자연이 우리 삶에 주는 이 치유의 시간들...

 

하다는 어제 치과를 다녀오는 전 과정에 대한 계획서와 경비청구서를 들고 왔지요.

단식이 아니라면 운전을 해서 다녀올 것인데,

아이만 가게 되었습니다.

대해리-황간역-대전역-치과,

치과-대전역-영동역-물한리행 대해리-걸어 30분

총 소요시간 6시간 30분, 예산 예비비 포함 3만원.

치과 도착해서 무사도착을 알리는 전화가 왔고,

진료시간을 넉넉히 잡은 덕에

치료 뒤 백화점에 건너가 책방에도 들어갔더라지요.

무사히 잘 돌아왔습니다.

기락샘만 걱정이 많아 전화 여러 통이었네요.

 

저녁답에 대해초등 졸업한 동네총각들이 족구를 하러 왔습니다.

“저 희구인데요, 동네 형들이 놀러와서...”

96년 가을 물꼬가 이곳 학교를 쓰기 시작하던 해 초등 4년이던 그 아이,

훤칠한 총각으로 자랐습니다.

(물론 그때 이미 이 학교는 폐교된 5년을 맞았고

이 마을 살던 몇 아이는 면소재지 본교로 등교하고 있었지요.)

벌써 15년이 지났는가요...

 

저녁, 아이들은

영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들을 위한 안내서>를 보았습니다.

더글라서 애덤스의 농담이 아이들에게는 어떻게 읽혔을까요?

홍차 한 잔 해야겠다는 표현으로 공유되는 그의 책들,

늦게 올라가 같이 보질 못했는데 영화도 꼭 챙겨봐야지 합니다.

 

승기가 눈이 좀 아프다네요.

자주 그러합니다.

결명자를 생으로 달인 차를 꿀에 타서 줍니다.

내내 챙겼어야 할 것을,

이렇게 문제로 드러날 때에야 퍼뜩 생각게 됩니다.

마음을 내내 잘 쓰자 해도 이리 새는 일이 많습니다요.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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