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나도

조회 수 1702 추천 수 0 2011.08.07 16:23:59

 

엄마가 선택한 물꼬.

아이들이 돌아오는 날 '겨울에도 가고 싶어요'라고 말해주길 바랬는데

영동역에서 만나자마자 딸래미 둘다  '너무 힘들어서 두번은 못갈 곳'이라고 하더이다.

 

그런데....

돌아오는 차안에서 두번은 갈 수 없다는 그 곳 얘기를 하고 또하고 또하는 겁니다. 아주 신이나서....

그것으로 부족했는지 책을 꺼내더니만  세상에서 노래를 제일 잘 한다는 옥쌤에게서 전수 받았다는 노래를 부르고 또 부르네요.

집에 돌아와서는 남생아~를 부르며 엄마도 동참하라고 강요했답니다.

 

시간이 지나도 아이의 온몸에 물꼬가 살아있겠구나 싶은게

물꼬를 선택한 엄마의 무모함(^^)이 흐뭇했답니다.

 

큰딸이 체험학습 보고서를 썼는데....

그 중 민주지산 등반 부분을 읽다가  복사해봅니다.

딸래미가 싫어하려나??ㅎㅎ

 

 

 

6. 눈으로는 민주지산, 내 마음으로는 에베레스트


오늘. 그 특공대원 2명이 숨졌다는 민주지산으로 물꼬는 발걸음을 향했다.

음식, 옷, 물, 수건 등 모든 준비를 착착 끝내고 옷을 잘 입은 후 40분가량 걸어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벌써 지친 우리. 어이구.. 민주지산은 왕복 7시간인데...

그리고 물한계곡에 도착하자 또다시 20분동안 걸어서 입구, 시작지점에 도착했다.


자, 몸을 풀어주고- 옥쌤의 안내를 받은 뒤, 우린 1지점으로 향했다.


많이 어렵진 않았지만 좀 힘이 들었다.

그래도 열심히 걸어서 1지점에 도착^^


다시 몇몇 이야기를 들은 후 2지점으로 향하는데!!

돌이 구르고, 가파르고, 덥고, 습기차고.. 지금까지 자유학교서부터 1지점까지 걸어온 것보다 10배는 힘들었다.

숨이 차고 땀이 줄줄 흘렀다.

하지만 난 포기하지 않았다! 엄마아빠와 친구들의 얼굴을 생각하는 것에 집중하며 산에 올랐다.


2시간 가량 걷고 걷자 2지점에 도착했다.

헉-헉-헉-헉-헉-- 옷은 이미 땀에 젖어 있었고 숨이 가빠 말조차 못 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10분도 지나지 않아 바로 3지점을 향해 산을 올랐다.


헉... 더 힘들었다.

바위는 5배정도 늘어났고, 가파르기도 더욱 가파졌다.

게다가 더 습해졌고, 감기에 걸려있던 나의 두통은 더욱 심해졌다.

집중할 수가 없었다. 나무에 기댔다가 가기도 하고, 눈을 지그시 감아 보기도 했지만

머리에 팽이가 돌듯 계속 어지럽고 아플 뿐..


길은 두 개이다.

하나는 그냥 내려가는 것.

하나는 참고 올라가는 것.


내려가고 싶었다. 쉬고 싶었다.

하지만 반이나 올라왔는데 내려갈 때 힘든 건 마찬가지일 것이다.

두통이 점점 내 머리를 조여오고, 길은 점점 험해지고, 공기는 점점 습해졌다.


헥헥- 숨이 가빠 숨을 들이쉴 여유가 없었다.

난 계속 올라갔다. 쓰러질 것 같이 힘들었다.

악마들의 꼬리가 내 머리를 조이고, 용암과 불이 활활 타오르는 바닥 위에 있는 수레바퀴를 쉬지 않고 뛰는 것 같았다. 나만 지옥에 떨어져서...


구런 상상을 하며 죽을 각오로 올라왔다.

아아- 3지점이다. 3시간동안 올라온 것이다.

후--- 숨을 들이쉬고 털썩 주저앉았다.

5분동안 쉬고 다시 올라갔다.


정상이다!! 울퉁불퉁 커다란 바위와 수많은 잠자리떼가 있는 정상.

멋지고 푸른 경치를 바라보며 땀으로 머릭감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고현아. 장하다! 정말 대견해,,


그리고 얼마나 높으면, 구름이 우리를 감쌌다. 확실히 안개가 아니었다.

우리를 휩싼 그 구름에서 비가 내렸으니까..

환상적이다! 감동적이다!

피로가 풀리며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물꼬 이야기는 이렇게 마쳐야겠다.

비록 눈으로는 1,421미터의 민주지산이지만 내 마음에서는 8,844미터의 에베레스트 산이었다.


우정, 협동, 끈기, 자신감, 용기를 값지고 멋지게, 그 고귀한 땀으로써 알게 해 준 다시는 배울 수 없는 소중한 7시간이었다.


그 뒤에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난 여기서 마치겠다.

내일은 그냥 헤어지기 때문이다.


물꼬! 자연 속의 자유를 맛보게 해 준 소중한 존재다.

자유학교 물꼬는 내 기억 속에, 내 인생 속에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

더불어 함께, 스스로, 돌아보는 것을 가르쳐준 훌륭한 선생님이라는 이름으로.



서현

2011.08.08 11:20:31
*.55.56.85

와, 현아 글 잘쓰네요!! :) 그리구 서연아!! 너가 민주지산에서 돌아올 때 쌤한테 초코파이 하나 맡긴거 기억나니? 잊어버리고 못 전해주었네...ㅜ_ㅜ 담에 또 오면 꼭 하나 더 챙겨줄게!! 건강하게 잘 쉬고......^^ 보고싶다!!

현아서연

2011.08.09 11:37:19
*.35.92.129

어젯밤에 이 글을 읽고.... 아침상에서 서연이에게 거짓말을 했답니다.

'서현쌤께서 보관하고 있는 초코파이 겨울계자에 오면 이자 붙여서 두개 주신다고 전화하셨어'

푸하하하... 우리딸이 믿더라구요.

 

두번 다시 갈 곳이 못된다는 물꼬에 초코파이 때문에 가게 되었습니다. (^_^)

 

옥영경

2011.08.08 16:00:05
*.155.246.181

참 야물었던 현아...

깜짝 놀랐습니다, 이런 글솜씨라니...

참 장하지요, 두통을 안고도 징징대는 한 마디 없이 걷던 아이였습니다.

같은 아이를 키워도 어떤 놈은 이렇단 말이지요, 하하.

귀한 딸들 잘 만났습니다.

또 만나길 기대하다마다요.

그래서 그 아이들의 성장사에 기록되고 싶다마다요.

현아서연

2011.08.09 11:43:11
*.35.92.129

저도 너무 좋아요.

우리아이들의 역사에 물꼬가 자리하게 되었다는 사실이요.

 

현아가 그러더라구요.

'너무 많이 불편한 곳에 다녀오니 아무리 작은 불편함이라고 감사해야겠더라고....'

백번 입으로 가르친들 아이입에서 이런 소리가 나오겠나 싶은게 싶었습니다.

물꼬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hwiryeong

2011.08.08 17:20:36
*.83.92.134

꿋꿋이 오르던 그 모습!생각나네요!

아마 겨울에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듭니다!

둘 다 건강해!

 

현아서연

2011.08.09 11:45:13
*.35.92.129

겨울계자.... 장애요소가 있긴 하지만 꼭 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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