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 방학 중의 공동체 식구들

조회 수 1836 추천 수 0 2004.06.04 16:05:00
달이 훤한 밤인데도
아이들이 없는 학교는 어둡기가 더하고 깊기가 더합니다.
운동장 건너 긴 돌의자에 앉아 학교를 바라보노라면
텅 빈 우주가 그 속에 다 든 것만 같다지요.
복도를 걷다 모둠방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아이들이 자던 자리에 달빛이 들어와 앉았는데
그만 가슴이 싸아해집디다.
공동체 어른들은
물꼬 아이들이 비워준 자리에 잠시 다녀갈
계절자유학교 아이들 맞을 준비로,
또 사무실에선 밀린 서류들을 정리하고,
논밭에선 들일이 한창이고,
6월과 7월 아이들이 공동체에서 일하는 때에
한국화며 에어로빅이며 도예며 검도며 목공예며
짬짬이 할 예술활동에 힘 보태줄 이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류옥'하다가 두 달 전의 모습으로 돌아갔어요."
상범이 삼촌의 표현대로 저혼자 천지를 모르고 살다가
입학한 아이들과 부대끼느라 심통 사나워져있던 류옥하다는
수레를 끌고 다니며 어른들 일손을 돕고,
운동장 풀도 매고 사람들도 맞고,
방학연구과제를 고민하고 양말도 빨고 설거지도 하면서,
손이 가야할 아이가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 제 몫을 해내는 '사람'으로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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