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 방학 중의 공동체 식구들

조회 수 1909 추천 수 0 2004.06.04 16:05:00
달이 훤한 밤인데도
아이들이 없는 학교는 어둡기가 더하고 깊기가 더합니다.
운동장 건너 긴 돌의자에 앉아 학교를 바라보노라면
텅 빈 우주가 그 속에 다 든 것만 같다지요.
복도를 걷다 모둠방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아이들이 자던 자리에 달빛이 들어와 앉았는데
그만 가슴이 싸아해집디다.
공동체 어른들은
물꼬 아이들이 비워준 자리에 잠시 다녀갈
계절자유학교 아이들 맞을 준비로,
또 사무실에선 밀린 서류들을 정리하고,
논밭에선 들일이 한창이고,
6월과 7월 아이들이 공동체에서 일하는 때에
한국화며 에어로빅이며 도예며 검도며 목공예며
짬짬이 할 예술활동에 힘 보태줄 이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류옥'하다가 두 달 전의 모습으로 돌아갔어요."
상범이 삼촌의 표현대로 저혼자 천지를 모르고 살다가
입학한 아이들과 부대끼느라 심통 사나워져있던 류옥하다는
수레를 끌고 다니며 어른들 일손을 돕고,
운동장 풀도 매고 사람들도 맞고,
방학연구과제를 고민하고 양말도 빨고 설거지도 하면서,
손이 가야할 아이가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 제 몫을 해내는 '사람'으로 지내고 있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594 새해맞이 산행기-정월 초하루, 초이틀 옥영경 2004-01-03 2365
6593 주간동아와 KBS 현장르포 제 3지대 옥영경 2004-04-13 2344
6592 노래자랑 참가기 옥영경 2003-12-26 2336
6591 [2018.1.1.해날 ~ 12.31.달날] ‘물꼬에선 요새’를 쉽니다 옥영경 2018-01-23 2326
6590 계자 열 이틀째 1월 16일 쇠날 옥영경 2004-01-17 2325
6589 3월 15-26일, 공연 후원할 곳들과 만남 옥영경 2004-03-24 2314
6588 KBS 현장르포 제3지대랑 옥영경 2004-03-24 2314
6587 1대 부엌 목지영샘, 3월 12-13일 옥영경 2004-03-14 2312
6586 '서른 즈음에 떠나는 도보여행'가 박상규샘 옥영경 2003-12-26 2301
6585 가마솥방 옥영경 2003-12-20 2298
6584 계자 열쨋날 1월 14일 물날 옥영경 2004-01-16 2297
6583 6월 17일, 쌀과 보리 옥영경 2004-06-20 2283
6582 입학원서 받는 풍경 - 둘 옥영경 2003-12-20 2281
6581 4월 21일 문 열던 날 풍경 - 넷 옥영경 2004-04-28 2275
6580 대해리 마을공동체 동회 옥영경 2003-12-26 2274
6579 4월 10일 흙날, 아이들 이사 끝! 옥영경 2004-04-13 2255
6578 3월 4일 포도농사 시작 옥영경 2004-03-04 2254
6577 3월 2일 예린네 오다 옥영경 2004-03-04 2253
6576 계자 다섯쨋날 1월 9일 옥영경 2004-01-10 2253
6575 물꼬 미용실 옥영경 2003-12-20 2253
XE Login

OpenID Login